“안도 다다오의 시대는 갔다”... 구마 겐고의 ‘약한 건축’
“안도 다다오의 시대는 갔다”... 구마 겐고의 ‘약한 건축’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6.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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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engo Kuma & Associates 인스타그램]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현대인에게 자신만의 집을 갖는 것은 로망이다. 전원주택에 관심이 높아지고 스스로 집을 짓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현대의 건축 재료는 주로 콘크리트와 시멘트이다. 과연 건물은 단단한 소재로만 지어야할까? 일본인 건축가 구마 겐고는 이런 측면에서 역발상 소유자이다. 그의 건축 재료는 대나무와 종이 등 약한 소재이다.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는 ‘약한 건축’을 추구하는 건축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가 책을 쓰게 된 것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나서였다. 당시 추계피해액은 16조 9,000억엔(한화 172조 2,000억원)에 달했다. 주택과 점포, 관공서 등 많은 건물들이 지진과 해일로 쓰러졌다. 저자는 당시 “건축이 이렇게 나약한 것인가”라는 생각과 더불어 일본이 침몰할 것 같은 암울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그가 찾아낸 답은 ‘장소’의 특수성을 이용한 건축이다. 그는 돌, 대나무, 나무, 종이 등 장소와 친밀한 소재를 찾아 건물을 지어 올렸다. “약한 것들은 변화에 잘 적응하고 바로 그 약함 때문에 살아남는다”는 말을 응용한 셈이다. 일본의 바닷가에 위치한 빌라 ‘워터 글래스 하우스’는 그의 건축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이 건축물은 옆면 뿐 아니라 아래와 위도 유리로 이루어져 있다. 물 위에 지어졌기 때문에 흘러가는 물을 느낄 수 있다.

그의 건축 원천은 중세 ‘고딕’ 양식이다. 그에게 높은 첨탑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고딕 교회는 숲과 같다. 작고 세밀한 곳이 모여 하나의 유기체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모더니즘적 건축 양식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건축 양식으로서의 모더니즘은 장소를 건물이 쌓아 올려질 물리적 공간으로 치부한다. 건물을 짓기 위해 산을 깎아내리고 바다를 땅으로 메꾸는 등 자연을 파괴하는 시도를 일삼는다. 그에 따르면 모더니즘 건축 양식은 막스 베버가 비판해마지 않았던 ‘프로테스탄티즘’의 결과다. ‘금욕과 근면 정신’이 자본주의의 엔진이라는 베버의 주장은 모더니즘 건축 양식이 위선적으로 느껴지게끔 했다. 그는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금욕과 자본주의의 탐욕이 혼재된 개념을 멋지게 발굴하여 논리화했다”며 “모더니즘 건축은 순수하고 청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비틀리고 혼재된 개념의 디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모더니즘의 정점에 섰던 일본의 3세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 원주 ‘뮤지엄 산’은 안도의 작품이다.

구마는 “콘크리트는 재사용할 수 없는 재료다. 목조 건축은 나무 쌓기 정도로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편안한 여유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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