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짜 악기? 제국의 흥망? 나무는 다 안다
[리뷰] 가짜 악기? 제국의 흥망? 나무는 다 안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6.04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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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에의 신작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1999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바이올린 ‘메시아’가 위작 논란에 휩싸였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악기 보존 전문가 스튜어트 폴렌스였다. 문제의 바이올린은 메시아의 제작자가 세상을 떠난 뒤 여러 수집가를 거쳐 바이올린 복제품 제작자의 손에 들어갔다. 폴렌스는 이 때 메시아가 복제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현재 박물관에 있는 메시아는 가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위작 논란은 2016년 영국의 연륜연대학자인 피터 랫클리프에 의해 진품인 것으로 마무리됐다. 논란을 종결지은 결정적인 증거는 바이올린의 재료였던 나무의 나이테였다. 나이테는 메시아를 만든 나무가 언제 베어졌는지 유추할 수 있게 도와주는 힌트였다.

책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부키)는 나이테가 드러낸 인류사의 진실을 하나하나 꺼내 든다. 나이테는 흔히 나무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알려져 있지만, 나이테 간격을 통해 그 당시 지구와 인간 사회의 풍경이 어떠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연륜연대학은 이러한 나이테의 성격에 기반해 과거 기후 변화와 자연 환경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발레리 트루에 교수는 그동안 나이테가 밝혀냈던 수많은 진실을 털어놓는다. 트루에는 세계 첫 연륜연대학 연구소인 미국 애리조나대 나이테 연구소에서 재직하면서 7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나이테는 나무의 성장 정도를 나타낸다. 나이테를 나무가 표현하는 불만이라고 생각하면 보다 명료하게 이해된다. 나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햇빛과 수분이 필요한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나이테는 좁아진다.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무는 성장을 생략하기도 한다. 수 천년을 사는 나무는 자신의 몸에 많은 기억을 저장하고 있다. 이들이 축적한 데이터는 그 당시 지구의 역사를 말해준다.

연륜연대학자들은 나무가 있는 곳의 날씨가 어떠했는지 밝혀낸다. 과거 어느 시점에 해적 활동이 활발했는지 가늠할 수도 있다. 허리케인, 토네이도 등 극한의 날씨가 이어졌던 때에는 나이테의 생장이 멈춘다. 마찬가지로 무역 활동 또한 어려워 해적선이 이들을 약탈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제국의 흥망성쇠 또한 나이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기 250년 이후 추운 여름이 오고 가뭄이 오는 등 로마 제국에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졌다. 불안정한 기후는 로마 제국을 붕괴시킨 요인이 됐다. 로마가 번영하고 동시에 벌목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그 지역에 있는 나무의 수가 줄어들었다. 당시를 기록한 나무들이 많지 않은 이유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나무들의 촘촘한 나이테는 그 당시 로마의 척박한 환경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칭기즈칸의 정복 활동이 활발했던 시기에 몽골의 나무들은 넓은 나이테 간격을 보이고 있다. 온화하고 비가 넉넉히 내리면서 식물이 성장하기에 알맞은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몽골군은 이러한 환경에서 수많은 기병을 양성할 수 있었다.

저자가 연륜연대학을 계속 연구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다. 나이테에 담긴 과거의 기후 데이터를 활용해 현재의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나이테는 우리에게 기후변화가 어떻게 과거 사회에 영향을 끼쳤는지 가르쳐줬다”며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에 과거 사회가 어떻게 대처했나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발레리 트루에 지음 | 조은영 옮김 | 부키 펴냄 | 34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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