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독서법... 책을 쥐여주기보다는 읽어줘라
어린이를 위한 독서법... 책을 쥐여주기보다는 읽어줘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6.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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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본인은 책을 가까이하지 않을지언정 자식만큼은 독서가로 키우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대개 아이가 수저를 이용할 나이가 되면 밥과 함께 책을 떠먹이려 들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스스로 책 읽기를 결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자녀를 결심시키려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럴 땐 어떡해야 할까? 두 딸아이의 엄마이자 17년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김성효 전라북도교육청 스피치라이터 장학사는 “독서 조기 교육을 하지 말라”고 권면한다. 김 장학사는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MBC ‘공부가 머니?’ 등에 출연해 독서교육에 관한 자문을 전한 독서 교육 전문가다. 2019년 8월에 출간한 책 『초등공부, 독서로 시작해 글쓰기로 끝내라』(해냄)는 학부모 관심이 이어지면서 최근 10쇄를 찍었다.

부모들이 자녀의 독서에 관심을 두는 것은 학업 성적과 연관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읽고 쓰기에 능숙한 아이가 공부에 자신감이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이가 어릴 때 (아이 스스로 읽게 하는) 독서교육을 시작하는 게 좋을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 증거로 “일곱 살에 독서를 시작한 아이가 (다섯 살 때 시작한 아이보다) 독서 능력이 더 뛰어났다”는 비교실험 결과를 제시한다. 인간의 뇌 속에는 정보를 주고받는 미엘린(myelin)이라는 신경섬유가 있다. 미엘린은 7세 정도에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초등학교 4학년쯤 되면 ‘부모로부터 책을 많이 듣고 자란 아이’가 ‘글을 많이 배운 아이’보다 독해력 수준이 높았다. 저자는 ‘독서 준비기’인 7세 이전에는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런 이유에서 현재 독일, 영국, 이스라엘, 핀란드 등의 국가에선 7세 이전에 읽기 교육을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책을 읽을 줄 안다고 해도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부모가 읽어주는 게 아이의 이해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부모가 천천히 부드럽게 읽어줘야 아이가 내용에 집중할 수 있고 이 과정을 통해 귀로 듣고 머리로 마음껏 상상하면서 글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런 경험은 맥락 이해도와도 연계되는 대목이다. 저자 경험에 따르면 독서력이 뛰어난 초등학생은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과학이다”란 광고 문구를 “침대를 과학적으로 만들었다는 광고 문구”로 해석한 반면 다른 학생들은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로 문자 그대로 해석했다.

그럼에도 유튜브와 영상에 매료된 아이들을 책으로 이끄는 일은 고된 노동이다. 유튜브나 만화영화에 정보가 없지 않으나 어디까지나 ‘비자발적 주의’일 뿐 자발적 주의를 통한 사색이나 학습하는 능력이 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튜브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논리적인 사고력과 자기 조절력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심리학자 팰러디노 박사가 『스마트폰을 이기는 아이』(마음친구)에서 “디지털 기기를 꺼야 할 때 스스로 끄는 능력이야말로 아이가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디지털 능력”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스마트폰 이용을 제한하는 여러 앱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의 자발적 이용 제한이 편리해졌다. 특히 ‘헬로플래닛’ 앱의 경우 설정된 시간이 끝났을 때 아이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하면 가상의 섬에 사는 동물에게 줄 먹이를 획득하는 동기부여를 통해 아이의 자발적 조절을 유도하면서 학부모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공부를 안 하는 아이는 있어도 못 하는 아이는 없다.” 지금껏 열등생인 줄 알았던 아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해 공부의 재미를 일깨워준 저자는 “아이들이 공부가 쉬워졌다고 말한 것에는 다른 비밀이 있지 않다”며 “교과서는 아이들이 꼭 배워야 할 많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책이다. 읽고 쓰기에 능숙한 아이가 공부에 자신감이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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