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외에도 평화를 되새길 곳은 많습니다”
“DMZ 외에도 평화를 되새길 곳은 많습니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5.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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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 김진환, 한모니카 『대한민국 평화기행』 펴내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대한민국에서 평화의 의미를 살갗으로 느끼고 싶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단박에 떠오르는 곳은 DMZ다. 하지만 여행도 하기 힘든 요즘 DMZ를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 책 『대한민국 평화기행』(창비)를 통해 전국 각지의 평화 명소를 간접 체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책에는 전국 곳곳에 숨겨진 평화의 흔적을 찾아 떠난 저자들의 기행문이 담겨 있다. 평화기행문에서 대한민국 전역을 다룬 건 최초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일대, 오키나와, 제주 등 평화 지역으로 알려진 곳 외에도 충청과 호남, 경상도 등 그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지역을 탐방하며 느낀 소회를 이 책에 풀어냈다. 평화를 상징하는 곳은 DMZ에만 있지 않다는 게 이 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국립통일교육원 기획 아래 권기봉 작가, 김진환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한모니까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가 저자로 참여했다. 저자들은 “DMZ 일원이 평화와 통일을 생각해 보기에 좋은 현장인 건 분명”하나 “그곳이 아닌 장소여도 평화와 통일과 관련된 의미를 찾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라면 평화‧통일 현장체험학습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DMZ에서 멀리 떨어진 부산에서도 평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부산에는 세계에서 하나뿐인 유엔군 묘지가 있다. 정확한 명칭은 유엔기념공원이다. 유엔 11개 회원국이 공동 관리한다. 유엔군 사령부가 1951년 초부터 전사자 매장을 위해 묘지 조성에 나선 결과물이다. 대한민국 소유 시설이 아니므로 한국에 있지만 한국이 아닌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김진환 교수는 부산 기행에서 영국 출신 참전군인 마이클 호크리지의 묘를 방문한 사연을 비중 있게 소개한다. 이향규 교수의 책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의 ‘평범하지 않은 시대를 산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인용하며, 이 영국 청년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부산의 곳곳을 돌아보며 “한반도라는 낯선 전장에서 죽어간 외국 청년들, 일제의 노동력, 총알받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죽어간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회복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며 “‘평범하지 않은 시대를 산 평범한 사람들’에게 평화는 너무 멀리 있었고, 지금도 너무 멀리 있다”고 덧붙인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도 부산 평화기행에서 방문해야 할 장소다. 일제강점기 또한 한국전쟁 못지않게 평화를 염원했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등 일제가 조선의 물자를 더욱 가혹하게 수탈하던 때, 강제동원되는 물자와 사람들은 모두 부산항을 거쳤다.

평화기행 명소들의 숨겨진 이면도 있다. 제주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지만 평화의 상징으로도 유명하다. 많은 역대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만나 회담을 진행하면서 평화의 상징 지역으로 떠올랐던 지역이다. 권기봉 작가는 “제주도가 평화를 논의하는 섬이 되는 길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고 말한다. 태평양 전쟁 당시 연합군이 동남아시아에서 필리핀까지 올라오자, 일본은 결사항전을 펼칠 장소로 8곳을 선택했는데 그 중 2곳이 제주도 남쪽에 있었다. 당시에 설치돼 여전히 남아 있는 제주 오름 위의 토치카(지상 위 콘크리트로 쌓은 방어기지)와 지하의 동굴진지가 그 증거다. 군사 비행장으로 활용되던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과 알뜨르비행장(제주 올레길 10코스)도 둘러볼만한 명소다.

저자들은 “독립운동가 유적이나 독립운동 현장에 가서 그들이 꿈꾸던 미래에 오늘 같은 분단과 남북 대결이 있었을지 생각해 본다면 바로 그곳이 평화‧통일 현장체험학습지가 될 수 있다”며 “세 사람이 각 장소를 다녀와 쓴 글은 여러분이 길을 나설 때 챙겨갈 만한 이야기거리에 불과하다. 여러분이 저희가 소개한 장소에서 저희는 생각지도 못했던 더 많은 의미를 찾아내고 더 풍성한 이야기를 나누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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