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면
엄마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면
  • 이병헌
  • 승인 2006.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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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며칠 전에 한 문우와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그 분은 고등학교 3학년을 자녀로 둔 엄마인데 그 아이와 함께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아침 일찍 아이를 위하여 밥을 준비하고 아이를 먼저 학교에 보내고 남편을 직장에 출근시키고 집안일을 한 후에 잠깐 잠을 보충한다고 한다. 어쩌면 대한민국 극성 어머니들이 걷는 일반적인 길이지만 애처롭기까지 했다. 문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혹은 학원 수강이나 과외를 받은 후에 돌아왔을 때 간식을 챙겨주고 또 아이가 잠을 잘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하는데 그 시간은 두시나 세시가 된다고 한다.
  주로 그 몫은 어머니들이 맡아서 하는데 그 분은 그 시간에 책을 읽는다고 한다. 물론 책을 읽는 다는 것은 기쁨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문제는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그 때 마음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책을 어머니께 깊은 신뢰를 보내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고 또 자신이 자라서 같은 행동을 하는 씨앗을 심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은 평소에도 필요하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 습관이 형성되기 이전에 필자와 아내는 tv를 켜지 않고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은 처음엔 별로 마음이 편한 것 같이 생각하지 않더니 자신들도 책꽂이에서 책을 뽑아가지고 와서 책을 읽는 것을 보았다.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부모가 책을 읽으면 아이들은 그것을 아주 쉽게 자신의 생활 중 일부로 받아들인다. 온 가족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아름다운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읽을 책을 부모가 미리 읽어본 후에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그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논술의 힘을 길러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아이에게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성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면 오랜만에 펼쳐놓은 아이와의 대화의 창은 금방 내 닫힐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 후에 먼저 아이에게 그 책의 줄거리를 물어보고 그 책에서 나타난 문제점이나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물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에게 흑백논리로 말하는 식으
로 질문을 하면 오히려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 즉 우리들이 어렸을 때 엄마 아빠가 우리들에게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를 물어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흡사하게 곤란한 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딱 잘라서 자신의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면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엄마나 아빠는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 것을 강요해선 안 된다. 엄마와 아빠가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그것을 아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 ‘바쁜 생활을 하는 엄마 아빠가 한가하게 집에서 책을 읽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우리들은 할 말이 없음을 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책을 읽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의 거울이 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돈으로 해결하려는 방법보다 훨씬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느낌을 나누면 오히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감정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한번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바로 오늘부터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자.
  그리고 아이들로부터 그들의 신선한 언어를 만나고 함께 행복을 나누자.
독서신문 1404호 [2006.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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