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내가 중국어를 빨리 배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런 강압적인 환경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혼나지 않기 위해 눈치를 길렀고 그 덕에 듣기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 밤낮으로 들었던 라디오도 한몫했을 테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중국어를 잘 배우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 강제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사소하게는 HSK(한어수평고시) 시험을 미리 접수해 놓을 수도 있고, 중국으로 떠나는 비행기표를 끊어둘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릴 때야 부모님과 선생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 또는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했겠지만, 지금은 온전히 자신만의 학습 목표를 만들어야 한다. 공부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으면 포기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41쪽>
그러나 중국어는 다르다. 시간사나 조사를 넣어 동작이 끝났는지, 진행 중인지만 표현해주면 된다. 예를 들어 “你/上班?”은“너/출근해?”라는 문장인데 여기에 ‘내일’이라는 단어 明天만 맨 앞에 넣어주면 “明天/你/上班?” 즉 “너/내일/출근해?”라는 문장이 된다. 물론 문법적으로 더 다듬어주면 좋겠지만 회화로는 이렇게 단순하게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다. <91쪽>
당시 10살이었던 내가 단지 동생보다 3살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언어 습득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던 걸까?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나의 외국어 습득을 저해한 가장 큰 요소는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나는 발음이 정확하지 않거나 어휘 선택이 잘못되어서 놀림당할까 봐 걱정했고, 행여나 실수라도 하면 틀렸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어 입을 더 굳게 다물어버렸다. 중국 친구들과 유창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 되기 전까지 말을 아끼고 아꼈다. 그러니 실력이 빠르게 늘었을 리가 없다. <113쪽>
앞서 중국어 문법이 ‘주어-술어-목적어’ 순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며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는 문장을 예로 들었다.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사랑 고백을 할지 말지 망설이는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명은 한국인, 한 명은 중국인이다. 한국인은 “나는 너를…”까지 말하다 심호흡을 한 번 할 수 있다. 심지어 하려던 고백을 삼키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갈 수도 있다. 아직 술어를 말하지 않았으니 너를 사랑하는지, 미워하는지, 존경하는지 듣는 사람으로선 발화 의도를 눈치채기 힘든 것이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는 말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147쪽>
[정리 =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중국어 공부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서수빈 지음│원앤원북스 펴냄│240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