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가 법원이 김일성 회고록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는 소식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출협은 14일 ‘김일성 회고록 가처분신청 기각 결정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논평에서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만큼 조만간 교보문고 등 서점에서 독자들이 이 책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출협은 “북한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판을 쏟아 붓고 ‘판금 조치’를 내리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이제는 학술과 남북 교류의 목적을 위해 북한 관련 책들이 학계와 시민사회에 자유롭게 개방되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한 “낡은 유해간행물 심의 규정도 고쳐야한다”며 “출판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근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법원의 결정이 구시대의 유물을 혁파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과거 군사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잔재들이 산재한 시대 상황에서 이 책을 펴냄으로써 출판의 자유와 지평을 확대하는데 기여했으나 그 대가로 옥고를 치를 수밖에 없었던 당시 출판인들의 노고와 고투에 마음 깊은 위로를 보낸다”고도 했다.
국내 김일성 회고록 출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4년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와 인쇄소 대표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바 있으며, 그 이듬해에는 이 책을 대학 서점가에 배포한 출판인과 서점 주인 등이 긴급 구속됐었다. 출협은 “북한 책을 펴냈다고 출판인들이 구속되던 시대를 돌이켜볼 때, 이번 법원의 결정은 출판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진일보를 보여주는, 반가운 일”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