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레의 육아에세이] 아이가 삶을 사랑하면
[스미레의 육아에세이] 아이가 삶을 사랑하면
  • 스미레
  • 승인 2021.05.10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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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머뭇댄 적 없다면 거짓말이다. 육아서들이 일상의 중요성을 피력해도 온전히 믿지는 않았다. 그런 내가 일상에서 자란 아이의 강점을 되새긴 것은 웩슬러 검사 날이었다. 아래는 그 날 쓴 일기이다.

검사를 진행해주신 선생님께서 아이가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자신감이 있는 상태이며, 지적 호기심과 욕구가 강하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씀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자기 삶을 더 좋아할까?

매일 가장 열심히 헤아리는 고민이다. 그렇게 반성하고 고민하는 사이, 감사하게도 아이는 제 삶을 사랑하며 자랐다. 점차 일상과 자아, 그를 둘러싼 세계를 더 발전시키고픈 소망이 싹텄다. 자기 삶에 대한 자신감과 호기심도 커졌다. 곤한 날, 꾸벅꾸벅 졸며 숙제를 하는 아이에게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란다. “하는 게 중요하거든.” 짧은 답에는 아이가 삶을 사랑하기에 내보이는 순수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아이의 세 살, 네 살... 어떤 기대도 품을 새 없이 바쁜 날들이 이어졌다. 아이와 뒤엉켜 일상을 어찌저찌 해치워 나갔다. 요 작은 것이 꼬물꼬물 뭘 한다는 게 신기해서 “엄마 주는 거야? 고마워”나 “어머, 혼자서 잘했네!” 같은 말이 자꾸 나왔다.

그때부터였지 아마, 아이의 행동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한 거라곤 하루를 알근알근 살아낸 것뿐인데, 거기에 어떤 매커니즘이 있던 걸까? 이게 무슨 마법 같은 일일까? (실제로 작고 규칙적인 일상이 좋은 습관을 끌어온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신경학적으로 타당하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이 스스로 그렇게 된 것이었다. 그래,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아이가 삶을 사랑하면 그 안에서 많은 것을 스스로 불려간다. 그 훌륭함과 독창성을, 부디 경험해 보시기 바란다.

내가 할 일은 아이와 자신에게 더 많은 일상을 허락하는 것.
느긋한 마음으로 아이 스스로 제 인생을 만들어감을 응원하는 것.
지금 있는 곳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기탄없이 살아 보는 것.
흐트러지기도 하고, 실수도 해보며 그냥 우리로서 자연스럽게.

무엇이 더 필요할까. 다정하게 바라보고 달콤하게 웃어주면 그걸로 충분할 텐데.
“즐거운 생활?! 내 생활이네!” 친정에서 예전에 내가 쓰던 교과서와 마주친 아이가 그랬다. 왜일까, 그 말에 내 가슴이 뛰었다.

아이가 제 삶을 사랑하면 나란 사람도 좀 더 가뿐하고 느긋한 엄마가 될것임을 기대한다. 함께 책 읽고 별스럽지 않은 반찬을 꼭꼭 씹어 먹고 웃다 잠드는, 그런 매일의 가치를 비로소 알아간다. 언제나 어렵기만 한 육아, 답은 일상에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모든 살아온 날과 살아가는 날들 위에.

 

 

 

■ 작가소개

- 스미레(이연진)
『내향 육아』 저자. 자연 육아, 책 육아하는 엄마이자 에세이스트.
아이의 육아법과 간결한 살림살이, 마음을 담아 밥을 짓고 글을 짓는 엄마 에세이로 SNS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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