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조작의 세계화가 불러온 ‘그 놈’... 글쟁이들의 코로나 기록
지적 조작의 세계화가 불러온 ‘그 놈’... 글쟁이들의 코로나 기록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5.04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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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코로나19는 ‘글쟁이’들에게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최근 나온 책 『계속 쓰는 겁니다, 계속 사는 겁니다』(도서출판 솔)는 작가 17명이 2020년을 보낸 소회를 기록한 산문집이다. 참여자는 198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고재종 시인을 비롯해, 김미희, 김사역, 김유담, 김이듬, 김종광, 문은강, 방민호, 손홍규, 유성호, 이설야, 이승은, 임현, 최금진, 최재봉, 최정나, 해이수 등이다. 책은 『영화가 있는 문학의오늘』 37호에 게재된 <코로나 시대를 사는 작가>라는 기획물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작가들이 처음 겪어보는 코로나가 바꾼 일상, 그리고 그 새로운 일상에 대한 단상, 그리고 삶과의 균형을 맞추는 모습이 날 것 그대로 글에 들어있다.

소설가 문은강은 코로나 상황에서의 자신과 동료들을 ‘강요된 히키코모리’로 비유하며 격리된 채 현실과 가상의 두 세계를 오가는 모습을 얘기한다. 시인 김상혁은 이른바 자동차 편도 2시간 거리, 회당 10만원인 독서모임에 이른바 ‘땜방 강사’로 나가지만 코로나로 모임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환불 여부, 참석자들의 시심 발현을 위해 노력하는 글쟁이들의 지난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출한다.

소설가 김유담은 동료 K를 내세워 코로나 시대 여성 작가들의 육아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K는 “이 시국에 집에 있으면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 진짜 이해 안 간다” “니가 원해서 낳은 니 새끼 키우는 게 뭐가 힘드냐, 그렇게 애 보는 게 힘들면 낳지를 말어야지” 등의 게시물과 댓글을 보면 마음이 내려앉는다고 했다. K는 이런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글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전한다.

신문사에서 문학을 담당하고 있는 최재봉 기자는 코로나19를 이해하기 위해 카뮈의 『페스트』를 다시 꺼내 들었다고 했다. 젊은 시절에 읽었던 페스트는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의사 리외의 모습에 치중해 읽혔다면 다시 만난 페스트의 리외는 그 싸움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에서 의미가 새롭게 느껴진다는 게 그의 평가이다. 그는 “앞으로의 문학은 페스트나 코로나19라는 눈앞의 질병을 물리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들의 근본적 원인이라 할 상태 및 기후 위기에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시인 고재종의 글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코로나가 안겨준 삶을 “한때 고립을 꿈꾸고, 용기있는 자만이 고독을 누린다며 괜한 소리를 했다”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가격리된 날들은 불감청 고소원이라고 여겨야 하지 않을까”라고 얘기한다. 그는 그러면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의 자연보다는 이성이라는 분별지로 우열과 호오로 갈라 차별하고, 인간주의 입장에서 세상을 개조하려고 이룬 세계화, 도시화가 코로나 하나에 속수무책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고 시인은 “봄에는 백송이 꽃, 가을에는 달,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 겨울에는 눈, 정신에 헛된 것이 달라붙지 않을 때, 이 때가 인간에게 참 좋은 시간”이라는 선어록 무문관의 게송을 코로나 시대에 음미할 구절로 설명한다.

글을 단행본으로 꾸민 『영화가 있는 문학의오늘』의 방민호 주간은 “코로나 유행이 되풀이 되는 것은 『페스트』의 시민들이 하루하루 겪어가던 전쟁과도 같다. 『페스트』에서처럼 사태가 갑작스런 종말을 고할지도 모르지만 그때까지 우리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두고두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발간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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