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의 정의... “국회는 내로남불과 상대 불신의 집합체”
표창원의 정의... “국회는 내로남불과 상대 불신의 집합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4.2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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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25일 국회 회의장 입구에서 대기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고함치고 있다. 2019.4.25
지난해 4월 25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회의장 입구에서 대기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고함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경찰대 교수, 범죄 분석 전문가. 국내 대표 ‘프로파일러’.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하기 위해” 20대 국회의원이 됐다가 “사상 최악의 국회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21대 총선에 불출마한 인물. 표창원이다. 이런 그가 최근 4년간의 정치 생활을 담은 책 『게으른 정의』를 출간했다.

그는 우선 5년 전 갑작스레 총선 지역구(경기 용인시정) 후보로 나설 당시 마주했던 여러 유혹을 소개한다. 선거 물품을 구매하면 이중장부를 작성해 선거 비자금을 마련해주겠다는 사람, 지역 유권자 수만명의 연락처가 들었다는 USB로 거래를 제안하는 사람, 상대 후보에 관한 검증되지 않은 루머를 퍼트려주겠다는 사람, 자신에게 현금을 맡기면 불법 식사 대접을 책임지겠다는 사람 등등. 그들은 한결같이 “걸릴 우려도 없거니와 걸린다고 해도 후보에게 책임이 가지 않게 하겠다”고 장담했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에는 다짜고짜 돈 봉투를 들이미는 청탁인의 만행(?)에 아연실색했던 경험도 소개한다.

그가 경험한 국회는 ‘내로남불’과 ‘죄수의 딜레마’로 점철된 곳이었다. 분리된 공범이 처벌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공범죄를 실토하듯 국회는 상대를 향한 불신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런 불신에 따른 상호 감시 효과가 없지 않으나,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은 불협을 낳아 극단의 대치 상황을 초래했다. 모두에게 득이 될 ‘제왕적 대통령제도 개혁’ ‘개헌’을 포함해 ‘민생법안’조차 정쟁의 도구로 활용했다. 표 전 의원은 “상대는 승리하고 자신은 패배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모두에게 똑같이 피해를 주는 파행, 무산, 물거품을 택했다”고 술회한다.

물론 의원직은 항간의 비판처럼 놀고먹는 자리는 아니다. 대개의 의원은 늘 바쁜 일정에 쫓긴다. 문제는 그 일정이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출석 및 입법 활동에 관련한 것이라기보다는 ‘사실상의 선거 운동’인 지역구 관리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지역구 관리에 밀려 국회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경우는 다반사다. 그는 이를 “회사원이 근무시간에 회사 컴퓨터로 ‘열심히’ 주식 거래를 하거나, 공무원이 업무 시간에 ‘열심히’ 승진 시험공부를 하는 것”에 비유하며 날을 세웠다.

표 전 의원은 ‘정치 전쟁’을 부추기는 주체로 언론을 지목한다. 다수의 언론이 각 당과 원내 대변인에게 ‘상대 당 누가 이런 말을 했는데 뭐라 대응하시겠냐? 무대응하면 여론전에서 불리할 것’이라며 싸움을 붙여왔다고 한다. 그렇게되면 자연스레 “‘강력 대응’이 나오게 되고 한동안 후속 기사거리가 될 ‘싸움판’ 하나가 만들어진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마련한 민생 법안 같은 ‘정상적인 국회’ 모습은 언론에 등장하지 않고 단신으로 처리된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불신을 걷어내고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개인 비리를 ‘진영 다툼’으로 전환하지 말아야 한다‘ 등의 해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역시 이런 해법이 옳기는 하지만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원론적인 얘기라고 꼬집는다. 그나마 눈길을 끄는 것은 해외 사례이다. 그는 “뉴질랜드의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정보보호법에 따라 시민이 요구할 경우 모든 통화기록과 문자 메시지 등 연락, 일과, 작성 문서 등을 포함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은밀한 청탁 혹은 밀실 논의, 권력 다툼, 정쟁을 위한 연락과 만남이 줄어들게 되고, 평가와 검증이 가능한 정치 일정이 늘어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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