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4.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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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소설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신문 연재를 기다리고, 화제가 되면 날개 돋친 듯 팔렸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을 찾기 쉽지 않다. 베스트셀러 판매량이 수십, 수백만부에 달했던 것도 옛 얘기이다. 은유와 상징 속에서 의미를 발견해야 하는 소설 읽기는 사치(?)인가. 실제 4월 첫째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포함된 소설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 한권뿐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독서칼럼니스트이자 책 『소설 재미있게 읽는 법』(생애)의 저자인 조현행 문학박사는 소설을 읽어야 할 이유를 소개하며 문학의 가치를 역설한다.

저자에 따르면 좋은 소설은 삶을 재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는 “소설은 ‘공감’의 영역을 뛰어넘어, ‘공감하기 어려운 불가해한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삶의 비평’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한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반기를 들고 숨겨져 있는 것들을 들추어내고, 다른 가능성을 열어 보이거나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면서 사유의 지평을 넓혀 가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때문에 “소설 읽기는 ‘능동적 사고력’을 형성하게 하고 그 사고력을 기반으로 인간과 사물을 새롭고 다르게 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는 ‘문학이 사람·현실을 바꿀 수 있는가’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저자는 “문학은 ‘상상’을 통해 구현되고, 현실은 그 ‘상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문학은 인간과 사회 제도를 아주 서서히 바꾸는 데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소설은 인간에 대한 이해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인륜에 어긋나는 잔혹범죄가 터질 때면 범인은 구제 불능의 인간말종으로 간주되어 온갖 비난을 떠안고, 범행으로 이어진 가해자 삶의 맥락은 ‘가해자 서사’로 치부되기 일쑤이지만 소설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고리대금업자를 죽이고 우연히 현장을 찾은 그 동생까지 죽인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는 무조건 악인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범행 이전의 상황을 알고 있는 독자는 정상 참작 과정에서 가치 판단을 거듭하고, 누군가는 라스콜리니코프를 향해 ‘오죽하면 사람을 잔인하게 죽였겠는가’라며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선과 악으로 양분할 수 없는 인간의 복잡다단한 면에 집중해 타인을 쉽사리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이고 단편적인 부분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의 생각과 해동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렇게 소설 읽기는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바꾸어 놓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자기 객관화 능력 역시 소설이 선사하는 잇점이다. “아내가 두통 발작으로 시트를 차내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때도 나는 아내의 고통을 바라보는 자신의 고통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김훈 『화장』) 인간은 자신을 기준으로 세상과 인지하기에 어쩌면 자신을 향한 이해력이 타인보다 떨어질 수 있다. 객관화해서 바라본 경험이 드물기 때문이다. 조 박사는 “소설 속 인물이 실제 인물은 아니기 때문에 독자와 소설 속의 인물과 사건에는 일정한 거리가 설정될 수밖에 없다. 소설 『화장』은 ‘나’와 ‘타인’의 거리를 유지시키면서 각각의 입장에서 느끼는 고통을 감정의 과잉 없이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이로써 우리는 행복과 불행, 고통과 기쁨 등과 같은 인생의 파고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조 박사는 “소설을 읽고 사유를 하는 일은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일과 같다. 우리의 삶을 주인의 삶으로 변화시키려는 실천”이라며 “소설 읽기는 해도 되고 안 하면 그만인 사소한 일이 아니라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하는 훈련이다. 소설을 읽고,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의미를 형성하는 일은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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