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은 암수 두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성(性)은 암수 두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4.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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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암수 두 종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면 그건 맞는 말일까? 흔히 생명을 몸 안에 품는 암컷은 자식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수컷은 타자로부터 무리를 보호하는 성향이 있다고 알려져있다. 자연의 원리가 그러하니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으레 그 원리에 따라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어린이들은 자신의 생식 기관에 대해 배우기도 전에 성 역할 규범을 먼저 학습한다.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생물철학과 생물사를 연구하는 티에리 오케는 최근 번역 출간된 책 『셀 수 없는 성』(오월의봄)에서 ‘성에 대한 이분법적 구도’를 전면적으로 비판한다. 오케는 동성애, 인터섹스, 트랜스젠더 등 그동안 ‘남성과 여성’ 이분법적 구도에 희생돼왔던 다양한 영역의 성들이 존재하며 그 또한 얼마든지 세분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두 개의 성’에 갇혀 있는 사회를 청산해야 한다”며 “성은 두 개도, 세 개도 아니며,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주장한다.

책은 특히 ‘인터섹스’를 비중있게 다룬다. 인터섹스는 자연세계의 공식으로 알려진 암수의 이분법적 생각을 흔드는 존재다. 남성과 여성의 전형에서 벗어나는 인터섹스는 다양한 몸을 가지고 있다. XY염색체를 갖고 태어났으나 여성기를 지니고 있는 사람, 반대로 남성기를 갖고 있으나 염색체가 XX를 띄고 있는 경우도 있다. 종교계 일각에서는 이들의 신체가 장애를 갖고 있으며 치료를 통해 자연질서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저자는 그 자연질서마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음을 강조한다. 자연세계의 내막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성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암수로 나뉘어진 각 동물들이 모두 동일한 성기를 지니지 않는다. 조류와 어류 수컷 다수는 음경이 없으며, 박쥐의 몇몇 종들은 수컷이 젖먹이를 한다는 사례를 제시한다.

페미니즘 담론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성을 논할 때 사회적으로 부여되는 성별 정체성을 일컫는 젠더(gender) 개념을 구분한 페미니즘 운동의 성과는 분명하다. 하지만 젠더에 관한 연구에 너무나 치중한 나머지 신체적 성은 논외로 두었다는 게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자연 생태계에서 성이 단 두 종이 있다고 말하는 주장들이 아무런 문제제기를 받지 못한 채 보수적 자연주의자들에게 학문의 영역이 내맡겨졌다고 지적한다.

‘대안자연주의’는 저자가 그동안 인류의 생각을 지배해왔던 이분법적 성 개념과 페미니즘의 ‘젠더’ 개념에서 대안을 제시한 비판적 개념이다. 생물학과 페미니즘이 다루는 각각의 성 개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자연 그대로 존재하는 성에 대해 탐구해나간다. 이를 두고 페미니즘 진영의 목소리를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생물학을 자연주의로부터 구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의 목표는 생물학을 사회질서의 구축에 이용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저지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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