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과연 인종 차별에서 자유로운가
한국인은 과연 인종 차별에서 자유로운가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3.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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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인종차별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동양인을 겨냥한 인종차별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 애틀랜타와 뉴욕 등에서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연쇄 총격사건과 폭행사건 등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인종차별 문제가 재점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증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인종차별에서 자유로운가. 인종을 향한 시선에서 마냥 피해자이기만 한 것인가. 지난 21일은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었다. 당시 이주민 단체들은 토론회를 열어 한국사회의 만연한 인종차별 세태를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현서 화우공익재단 변호사는 현재 진행 중인 혐오범죄 피해자 지원 사례를 공유하며 “국내에서 인종차별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우리가 가해자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나온 책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원더박스)는 이런 점에서 생각할 지점이 많다. 저자는 국어 교사인 김혜진씨다. 책은 저자가 시리아인 와합(본명은 압둘와합 무함마드 아가)을 만나면서 이슬람권 외국인과 난민에 대한 편견을 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중학교 은사의 부탁으로 와합을 만나 그를 돕게 됐고, 떠밀리듯 시리아 구호 인권 단체 헬프시리아의 창립 멤버가 됐다. 그를 만나고 함께 활동하면서 외국인과 난민 그리고 이주민에 대해 갖고 있던 여러 갈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그 역시 처음부터 와합을 만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아랍인을 만난다는 느낌에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거절하고 싶었으나 차별하는 사람으로 비칠까봐 마지못해 만났다. 그의 이국적인 외모, 직접 그의 입을 통해 듣는 이슬람 종교의식인 ‘라마단’은 낯설었다. 검술 무예와 승마 경험을 듣고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을 떠올리기도 했다.

와합이 인류문명의 발상지인 유프라테스강 인근에 살면서 그 강에 발을 담그고 달콤한 수박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 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시리아의 국가적 고난에 대한 소식을 듣고 나서는 아득해지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그가 시리아 인권 구호 단체 ‘헬프시리아’의 창립멤버가 된 건 인류애나 봉사 측면이 아닌 와합이 겪은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감정 때문이었다. 저자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그리고 절대 겪고 싶지 않은 불행한 일을 겪게 된 친구가 안쓰러웠다. 비참한 자신의 조국을 위해서 작은 일이라도 해 보려고 애쓰는 사람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 사회에 대한 우리의 냉소적 시선을 알게 됐다. 실제 와합의 SNS에서는 “한국에서 떠나지 않으면 죽이러 가겠다” “테러리스트 아니냐” “너희같은 애들 때문에 정부가 쓸 데 없는 돈을 낭비하고 있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었다. 저자는 이런 댓글은 원초적 거부감과 편견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작정 차별을 해소해야다는 당위성만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방식보다는 내 경험을 통해 시리아의 청년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생긴 ‘다른’ 눈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책을 냈다”며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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