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담벼락에 그려진 어떤 얼룩은 앞발을 내민 고양이처럼 생겼다. 문득 하늘을 올려보다 비행기를 닮은 구름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이처럼 길을 걷다 일상 속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페이고 금이 간 보도블록이 만들어낸 늠름한 사슴, 여우에게 꽃을 건네는 생쥐, 향기를 따라가는 고양이 등 익숙한 거리에서 우연이 만들어낸 온갖 여러 모양이 아이의 눈에 비춰진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익숙한 길 위에 세상의 여러 단면들이 있었음을 작가는 아이의 입을 통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거리를 걷다 벽에 그어진 금, 물웅덩이, 구름 등을 보고 그것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 걷다 보면
이윤희 지음 | 글로연 펴냄 | 38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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