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은 성공한 것인가...코로나가 앗아간 인간다움
K-방역은 성공한 것인가...코로나가 앗아간 인간다움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3.22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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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휴대전화 화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주변에 발생했으니 조심하라는 안전재난문자가 온다.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 확진자가 등장했다고 하면 신경이 곤두선다. 불안 심리는 그 확진자를 경계하게 하고, 이는 공포의 감정으로 이어진다. 자신도 모르게 확진자는 어느새 상상 속에서 괴물로 변해간다.

코로나 확진자의 생각을 담은 책 『나는 감염되었다』(문학동네)가 최근 출간됐다. 저자는 한국 최초의 UN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자유권위원회) 위원인 서창록 고려대 대학원 교수이다. 자가격리의 애환이 담긴 얘기는 그간 언론을 통해 여러차례 보도됐으나 확진자가 직접 코로나 체험기를 펴낸 것은 이례적이다. 서 교수는 지난해 3월 ‘UN체제학회’ 참여차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코로나식 명칭은 ‘서울 성북구 13번 확진자’.

“나의 삶은 감염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 같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인권에 대해 ‘머리로’ 찾는 과정이었다면 감염의 경험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마음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책은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바이러스를 잡는데에만 몰두해 감염자의 동선을 쫓느라 놓친 인권과 인간다움을 되돌아 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긴급한 상황을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확진자의 인권에는 너무 소홀했다고 아쉬워한다. 고의로 감염된 것이 아닌데도 사회는 확진자에게 환자가 아닌 죄인의 프레임을 씌운다고 말한다. 확진자의 몸에 전자팔찌를 달아야 한다는 여론이 대표적 사례이다. 그는 “확진자의 전자팔찌 착용에 응답자 중 70%가 찬성한다는 언론사의 설문조사는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후에 전자팔찌는 안심밴드로 명칭이 바뀌면서 위화감을 덜었고, 자가격리 위반자에 한해 착용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결국 자가격리자에 대한 감시가 인권을 이긴 셈이었다. 이 외 확진자의 신용카드 내역 조회와 병원 내에서의 감시카메라, 가짜뉴스에 의한 사실의 와전 그리고 “걔 코로나 걸렸잖아”라고 수근덕대는 목소리까지…. 확진자에 대한 가혹한 시선은 생각할 지점이 많다고 전했다.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묘사되는 것도 문제라고 일갈한다. 예로 든 것은 항체치료제 개발을 위한 완치자의 혈액 기증 사안이었다. 당시 일부 언론은 혈액을 기증하지 않는 확진자를 두고, “국민의 세금으로 치료받았는데,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내세워 몰아부쳤다. 이에 저자는 “‘언제 너희들이 나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고 한 번이라도 내 입장에서 생각해주었는가.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오랜 기간 의료보험금을 냈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치료를 받은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한다.

K-방역이 성과를 보였던 요인에 대해 논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일부 유럽 외신은 한국의 방역성공 뒤에는 시민들이 국가의 간섭에 둔감하고, 정부의 통제에 쉽게 응한다는 점을 꼬집은 바 있다. 이에 저자는 “인권이 보편적인 개념이지만 문화권마다 각기 다른 전통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국을 비판하는 유럽인들이나 그에 기분 나빠하는 한국인들도 자문화중심주의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고 밝힌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다고 말한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삶의 여백이 생기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돌아볼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UN 인권위원으로서 늘 이주노동자와 난민, 성소수자 등 소수자의 차별문제에 대해 논했지만, 정작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지는 못했다고 반성한다.

그는 “내가 코로나19를 겪으며 이전엔 전혀 몰랐던 것을 배우게 됐듯, 이 책이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리고 놓친 것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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