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시장 피해자 “화살을 내게 돌리는 행위를 멈춰 달라”
박원순 전 시장 피해자 “화살을 내게 돌리는 행위를 멈춰 달라”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3.18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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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식반응 없이 무거운 침묵
-정의당, “선거 승리만을 외치는 정당은 고개 숙여야”
-진보 여성 정치인들 저서 통해 “여성들은 여전히 선거 때의 표인가” 반문
지난 17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지난 17일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하는 말하는 사람들‘이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2차 가해와 신상 유출을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며 ”고인의 방어권 포기에 따른 피해는 온전히 내 몫이 됐다. 상실과 고통에 공감하지만, 그 화살을 제게 돌리는 행위는 멈춰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을 향해 “소속 정치인들의 중대한 잘못이라는 책임만 있었던 게 아니다”며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제 피해를 축소, 왜곡하려 했고 ‘님의 뜻을 기억하겠다’는 말로 저를 압도했고, 투표율 23%의 당원투표로 서울시장 후보를 냈고, 지금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에는 저를 상처 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2차 피해를 호소했다.

정의당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사과 요구에 민주당이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조혜민 대변인은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는 피해자의 말 앞에 정치권은 처절히 반성해야 한다”며 “쏟아지는 2차 가해는 외면하고 선거 승리만을 외치는 후보들과 정당들은 고개 숙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당사자인 더불어 민주당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박영선 서울 시장 후보 등 몇몇 여성 정치인들이 개별적으로 자성의 목소리를 냈을 뿐 공식 반응은 하지 않았다.

도서출판 ‘허스토리’는 최근 펴낸 책 『여성 청년 정치』(대표저자 류소연)를 통해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대통령의 정부와 여당은 여성들을 선거 때의 표 정도로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허스토리는 ‘모든 여성의 이야기는 역사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여성 청년 정치』는 류 작가 등이 류호정(정의당의원),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 장하나(19대 국회의원), 이가현(페미니스트 활동가), 신지예(젠더폴리틱스연구소장) 등 여성 정치인 5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허스토리의 대표이기도 한 류 작가는 “21대 국회에는 잊지 못할 순간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87년생 장혜영 의원이 87년에 청년이었던 국회의원들에게 ‘당신들이 독재와 싸웠던 이유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까?’라고 질문하며 기득권자로 안주하지 말고 미래의 시민들을 위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던 순간”이라며 “장혜영의 연설을 들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대표된다’는 것을 감각했다”고 회고했다.

책은 인터뷰이들의 말과 글, 행동을 통해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페미니스트 정치의 길을 담고 있다. 예컨대 그들은 새로운 정치적 세대를 구성하고, 당사자가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더 많은 여성 정치인을 제도권이 품을 때 한국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는 “한국의 새로운 정치는 남성/성을 기준으로 설정한 남성 지배 정치를 깰 때 가능하며, 이를 깨는 것은 새로운 세대, 즉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 여성에 의해 가능하다”며 “더 많은 청년 여성들 그리고 한국 정치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새판짜기에 함께 한다면 성평등하고 다양한 정치는 더욱더 빨리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학자 자크랑시에르는 “민주주의는 몫 없는 이들의 몫”이라고 했다. 민주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행정·입법·사법부 역시 ‘몫 없는 이들의 몫’을 위해 헌신하는 기구여야 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해당 기관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은 대개 가진 자와 배운 자들의 몫을 공고히 하는 데 혈안이 되어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들은 다수가 여전히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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