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기로는 1등인 그리스 신들-호메로스의 『일리아스』 [황현탁의 책으로 떠나는 여행 ③]
속좁기로는 1등인 그리스 신들-호메로스의 『일리아스』 [황현탁의 책으로 떠나는 여행 ③]
  • 황현탁
  • 승인 2021.03.1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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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떠나는 여행]
<독서신문>은 여행과 관광이 여의치 않은 코로나 시대에, 고전이나 여행기에서 기술된 풍광과 문화를 소개하는 ‘책으로 떠나는 여행’이란 칼럼을 연재합니다. 칼럼은 『세상을 걷고 추억을 쓰다』라는 여행기의 저자이며, 파키스탄, 미국, 일본, 영국에서 문화담당 외교관으로 근무한 황현탁씨가 맡습니다.
황현탁

② 존 번연의 ‘꿈’속의 천국 여행 『천로역정』
①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숫자 12가 의미하는 것은

『일리아스』는 10년 동안 계속된 트로이와 그리스(아카이아) 사이에 벌어진 트로이전쟁 중 마지막 해 51일간의 전투를 묘사한 대서사시다. 트로이전쟁 과정에서 전쟁에 대한 제우스신을 비롯한 올림포스 12신의 입장이나 개입, 전투에 참가하는 각 진영 간 또는 진영 내 주요인사간의 인척관계나 원한관계 등이 부연 설명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리스 신화의 주요내용이다.

기원전의 전투이므로 공격무기는 창, 칼, 활과 화살, 돌맹이나 바위이며, 방어는 갑주(甲冑, 갑옷이나 투구 등 무구)나 방패이고, 이동 수단은 말과 전차나 배다. 전쟁은 아카이아 군이 트로이지역으로 원정을 가, 배를 정박시키고 트로이아 성을 공격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명화로 보는 일리아스』는 24편으로 된 원전을 다른 자료들을 참고하여 ‘명화’(名畫)를 곁들여 전쟁 원인, 전쟁영웅들의 이해나 원한 관계, 전투에서의 진격이나 퇴각, 신들의 개입배경 등을 15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전쟁은 인간이 벌이고 있지만 신들의 왕인 제우스의 의도에 따라 전투상황이 진행되며, 많은 사건이나 영웅들의 운명은 신의 뜻이나 과거의 일 때문에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기술되고 있다.

그리스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던 델피 유적지
그리스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던 델피 유적지

제우스는 헤라에게 “아카이아 군이 또다시 쫓기어 아킬레우스 함대로 물러나게 하겠소. 아킬레우스가 부하인 파트로클로스를 내보내면, 파트로클로스는 내 아들 사르페돈을 포함한 수많은 트로이아군을 전지에서 죽인 뒤 영광스러운 헥토르의 창에 죽게 될 것이오. 그러면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의 원수를 갚기 위해 헥토르를 죽이게 되는 거요. 그 뒤에야 아테나의 계획대로 트로이아성을 점령하게 할 거요. 하지만 그동안은 어떤 불사의 신도 그리스 군을 돕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소”라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제우스는 ‘신답게’ 특정한 의도 아래 전쟁 상황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세계에서 볼 때에는 전쟁이나 전투의 승패는 운명 지어진 것이다.

아테네 동남쪽으로 70킬로 떨어진 수니온 곶에 위치한 포세이돈 신전
아테네 동남쪽으로 70킬로 떨어진 수니온 곶에 위치한 포세이돈 신전

트로이전쟁의 이야기는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테티스(바다의 요정)와 아버지인 펠레우스(펠레우스 왕국의 왕)의 결혼식에서부터 시작된다. 테티스는 미인으로 제우스, 포세이돈 등 여러 신들이 탐을 내지만, 그녀의 아들이 아버지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된다는 프로테우스의 예언 때문에 신들은 그녀와 결혼하기를 꺼리게 되고, 반신인 펠레우스 왕과 결혼한다. 전쟁영웅 아킬레우스가 바로 테티스의 아들이며, 그는 불사의 몸이지만 전쟁 중에 ‘아킬레스건’ 공격을 받아 죽음을 맞을 운명이다.

이 결혼식에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초대를 받지 못하자 분풀이로 테티스와 펠레우스 결혼식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귀가 쓰인 황금사과를 놓고 간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은 제각각 자신의 미모를 과시하며 서로 황금사과를 가지려고 다투는데, 제우스는 “그대들의 미모는 우열을 가리기 힘드니, 이다 산에서 양을 돌보고 있는 파리스에게 가서 판정을 받도록 하라”고 제안한다.

트로이아를 망하게 할 운명이라는 신탁을 받고 태어난 파리스는 산에 버려지지만 양치기에 의해 구출되어 이다 산에서 양치기를 하면서 산의 요정 오이네와 결혼하여 아들까지 낳고 살아간다. 그런데 느닷없이 세 미녀가 등장하여 판관이 되어달라고 한다. 헤라는 인간 세상의 모든 패권을 주겠다고, 아테나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지혜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무용(武勇)을 부여하겠다고, 그리고 아프로디테는 자신만큼 아름다운 여인을 신부로 삼게 해주겠다고 유혹한다. 누구를 선택하든 다른 두 여신에게 저주 받을 운명이라면 차라리 쾌락을 선택하겠다며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주고는 파리스는 아내와 딸을 버리고 산을 내려와 자신의 친아버지인 트로이아왕 프리아모스를 찾아간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아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를 유혹하여(일설은 납치) 스파르타의 온갖 진귀한 보물과 황금 그리고 다섯 시녀와 함께 트로이로 돌아간다.

아내 헬레네를 빼앗긴 메넬라오스는 형 아가멤논과 함께 헬레네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거부되자 트로이정벌에 나서게 된다. 트로이전쟁 영웅이자 트로이 목마를 고안한 오디세우스 역시 헬레네에게 청혼한 사람 중 한명인데, 헬레네 결혼 전 구혼자 전원이 헬레네를 지키겠다는 맹서를 하여 많은 군웅들이 그녀를 구출한다는 명분으로 트로이에 출정하게 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 폴리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 폴리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아를 공격하여 승리하고 자신은 브리세이스 왕비를, 아가멤논에게는 처녀 크리세이스를 바친다. 크리세이스를 찾으러 온 아폴론 신전의 사제인 아버지 크리세스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자 전장에 역병이 돈다. 크리세이스 때문임을 알게 된 아가멤논은 그녀 대신 브리세이스 왕비를 취하여 아킬레우스와의 불화가 시작된다.

아카이아군이 위기에 처하자 아킬레우스는 친구 파트로클로스에게 자신의 갑옷과 장구를 입혀(변장시켜) 출전시킨다. 그는 전과를 올리지만 아폴론과 헥토르에 의해 쓰러진다. 친구의 죽음소식을 접한 아킬레우스는 어머니 테티스가 헤파이토스에게 부탁하여 새로 만든 갑주(甲胄, 갑옷과 투구)를 착용하고 참전한다. 마침내 그는 헥토르를 죽인다.

헥토르의 아버지 트로이아의 왕 프리아모스는 불사신 헤르메스의 안내를 받아 아킬레우스에게로 가 무릎을 꿇고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줄 것을 간청한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시신을 돌려주고 장례 기간 중 전투를 중지하기로 한다.

서사시 『일리아스』는 헥토르의 죽음으로 끝나며, 이후의 내용은 다른 시나 신화의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여동생 폴릭세네에게 자기와 결혼하면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하여 결혼승낙을 받아낸다. 그녀의 또 다른 오빠인 파리스의 계략일 수도 있다는 충고를 받지만 결혼하면 처남매부사이가 될 것이라면서 식을 올리는데, 파리스가 독화살로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 아킬레스건’을 맞혀 쓰러뜨린다. 그는 ‘속았구나!’라고 소리치며 죽는다.

트로이 함락에는 헤라클레스의 화살이 필요하다. 그 화살은 그리스군에 참전하다가 렘노스 섬에서 낙오된 헤라클레스의 친구 필록테데스가 가지고 있는데, 사과하고 그를 전장으로 데려온다. 파리스는 초반에 그 화살에 맞자, 이다 산으로 자신이 버린 아내 ‘오이노네’를 찾아간다. 그녀는 서운함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여 파리스는 숨을 거둔다.

이후 프리아모스왕은 피살되고 그리스군은 ‘트로이의 목마’ 계략을 이용하여 트로이아로 진격하여 점령한다. 그리스함대가 고국으로 귀국할 때 아테나 여신의 저주로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나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배를 제외하고는 모두 난파된다. 아가멤논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원한을 품고 죽은 삼촌의 아들 아이기스토스(사촌)와, 아가멤논 때문에 두 번이나 자식을 잃은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에 의해 독살되어 생을 마감한다. 아가멤논의 동생 메넬라오스는 헬레네를 데리고 선발대로 귀국하다가 폭풍우를 만나 지중해 연안에서 표류하다가 스파르타(라케다이몬)에 도착하여 영화를 누렸다.

『일리아스』에서 제우스는 누이이자 아내인 헤라에게 잠자리를 함께할 것을 요구하면서 “디아에게 반했을 때도, 다나에를 사랑했을 때도, 에우로페를 납치하여 사랑을 나누었을 때에도, 세멜레와 알크메네를 사랑할 때도 내 마음을 사로잡아 압도해버린 적은 없었소. 더욱이 그대와 자매 사이인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를 사랑할 때에도, 레토를 사랑할 때도 지금처럼 달콤한 욕망이 나를 사로잡은 적은 없었소!”라는 말을 하는 천하 난봉꾼으로 기술되고 있다.

헤라 여신 역시 잠의 신 힙노스에게 “내가 젊고 아름다운 카리테스 중 그대가 평소 흠모했던 파시테아를 그대에게 줄 터이니 아내로 맞으시오.”라고 하는 등 여자를 물건처럼 다루고 있다. 대서사시 중에는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여자는 전리품으로 여겨져 전쟁의 승패에 따라 남의 아내가 되기도 하는데, 아프로디테, 헤라와 같은 여신 스스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음은 ‘육체적 가치’를 높여 전리품으로 여겨지도록 한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가멤논의 아내처럼 나중의 남자에게 복수를 하는 여성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음은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리라.

왜 서양의 명화(名畫)나 조각, 부조에는 벌거벗은 모습이 많을까? 『명화로 보는 일리아스』에 수록된 작품들 중에도 많은 사진이 벌거벗은 모습인데, 실제 작품도 그런 작품이 많기 때문이리라. 신체, 그중에서도 여체의 아름다음이 으뜸이라는 말도 있듯이 작가들은 거기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일까?

신화에서는 의견이 다를 때, ‘신(神)’들의 세계인만큼 원만하게 조정해야 함에도, 그리스 신화 속에서는 다른 어느 것을 선택해도 저주받는 것은 확정적인데, 예를 들면 파리스가 황금사과를 선택함에 있어 세 여신 가운데 한 여신의 안을 선택하도록 하는 ‘파리스의 심판’ 같은 것이 좋은 예이다. 운명론 때문일까?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이 속 좁기로는 어느 신화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일리아스』에는 아킬레우스가 트로이전투에서 승리한 후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추모하는 경기를 개최하였는데, 이것이 도시국가들의 제전으로 발전되어 고대올림픽의 효시가 되었다. 당시에 개최된 경기는 전차경주, 복싱, 레슬링, 달리기, 창 싸움, 원반던지기, 활쏘기, 창던지기 등이었다.

전쟁에서 죽고 죽이는 것을 “신들이 가련한 인간에게 지워 주는 운명의 거미줄”, ‘간발의 차’를 ‘길쌈할 때의 얼레’와 ‘여인의 가슴 사이’만큼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참신한 번역이다. 인간들의 전쟁인 ‘트로이아 전쟁’에 신들도 편이 나누어 한쪽진영을 편드는데, 그리스(아카이아) 진영에는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 테티스가, 트로이아 진영에는 아프로디테, 아레스, 아폴론, 아르테미스, 레토, 에오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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