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채 칼럼] 부동산, 부채관리의 시간이 왔다
[박용채 칼럼] 부동산, 부채관리의 시간이 왔다
  • 박용채 편집주간
  • 승인 2021.03.1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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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채 편집주간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라니. 그것도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의혹이 제기되자 ‘우리라고 투자하지 말라는 법 있나’라는 그들의 첫 반응은 희화적이다. 블라인드 앱에는 “왜 우리한테만 지랄하는지 모르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큰 사건이 터지면 으레 봐왔던 물타기 차원을 넘는다. ‘쭉 있어왔던 일인데 재수 없게 터졌을 뿐’이라는 인식이다. 민변과 참여연대의 폭로 보름 만에 의혹은 사실로 굳어지고, 그 곁가지가 사방팔방으로 퍼지면서 시민들은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다. ’코로나 블루‘에 이은 ’LH 블루‘이다.

신도시 건설과정이 투전판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정치인, 관료, 지자체, 건설 공기업, 민간기업, 기획부동산업자, 돈푼깨나 있는 가진 자가 얽히고 설키면서 땅을 공기돌 돌리듯 주무른다. 먹이사슬의 맨 끝자리에 있는 시민들은 늘 폭탄돌리기의 먹잇감이 된다. 기업에서는 이윤에만 눈이 멀었던 정글자본주의를 벗어던지고 시민들이 공유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자본주의 대전환』(어크로스 출판사),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도서출판 새빛))가 탄력을 얻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거꾸로 육식 자본주의의 끝판왕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건에 시민들이 화나는 것은 그들만 기회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정직하게 살면 늘 손해라는 것을 재확인한 데서 오는 상실감이다. 민심 이반은 사회적 현안에 극도로 말을 꺼리는 연예계에서조차 공공연하다. 가수 김동욱씨는 ‘부동산이 맛동산’이냐고 비아냥댔다. 아이돌그룹 AOA 출신 권민아씨는 “대통령께서 집값을 너무 올리셔서“라고 직격했다. “공인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문파들 입장에서는 성역을 건드렸다고 흥분할 일이지만 청년 세대에게 진영논리는 ‘개나 줘버리는 것’들이다.

선거를 앞둔 여권에게 이번 사건이 초대형 악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출범 초기부터 평등과 공정, 정의를 입버릇처럼 달고 지내왔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불평등, 불공정하며 특권과 반칙이 난무하고 있는 것 자체가 시민들에게 불신을 안겨준다. 선거승패를 떠나 정권의 명운이 걸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통령과 총리, 여당 대표가 번갈아 가며 발본색원, 투기와의 전쟁, 응징 등 날 선 표현을 쓰는 것도 이해가 간다.

현실로 다시 돌아가 보자. LH 사건은 시민, 특히 청년들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영끌’이니 ‘빚투’를 포기하고 정부의 주택 공급을 기다릴까. 아마도 십중팔구는 정반대일 것이다. 기회가 되면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더 치밀어 올 게 뻔하다. 이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올해도 자산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다수인 것과도 맥이 닿는다. 이렇게 되면 주거 문제는 더욱 해결하기 어렵게 된다.

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들어 지난해 말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78% 올랐다. 15일 발표된 2020년 공동주택 공시지가는 평균 19% 올랐다. 여권에서 천도론을 얘기할 때마다 값이 폭등한 세종시는 70%가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세대의 주된 관심사가 부동산은 물론이고 주식이나 비트코인이 되지 않는 게 되레 이상할 지경이다. 자본시장에 심취한 청년들의 모습에 혀를 찰 기성세대도 있겠지만 자산 폭등 시대에 가만히 있다가는 호구가 되거나, 벼락거지가 되는 현실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절박감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빚내 집 사라’며 시장을 왜곡하던 전임 정부나 ‘다주택자는 집을 팔아라’라는 현 정부의 헛발질에 청년 세대는 멍이 들었다. 촛불정부를 만들어놓고도 결과론적으로 전임 정부의 말을 듣는 게 나았다는 ‘웃픈’ 얘기까지 나온다.

16일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은 16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 15일에는 부동산 적폐청산을 거론하며 이해충돌 방지법, 부동산 투기감독기구설치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대통령 말처럼 부패의 사슬을 확인하고, 구조적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공정한 부동산 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25차례의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격 폭등을 막지 못한 상황에서 수십년 썩은 부위를 짧은 시간에 도려낼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더구나 사과와 후속조치들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고, 시장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에 대한 자성이 우선돼야 한다. 공공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그간의 정책에 대한 성찰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촛불정부 답지 못하다.

청년들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력은 믿지 않더라도 몇 년 뒤 시장의 흐름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내놓은 보고서에는 “자산가격 상승은 세계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의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그동안 시장에 푼 돈을 거둬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이는 지금부터 부채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대공황의 세계』를 쓴 미국의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그는 저서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에서 거품의 과정을 이렇게 묘사한다. “빌린 돈으로 자산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늘면 자산가격이 오르며 더 많은 매수자가 몰린다. 거품 1단계인 광기이다. 투기붐이 계속되면 영리한 이들은 먼저 빠져나가고 상승세가 멈춘다. 투자자들이 팔 때쯤이라고 결정하면 2단계인 패닉이 시작된다. 금융권의 대출요구가 본격화되고 팔기에 급급해지면서 마지막 단계인 붕괴로 이어진다.” 한국은 다르다고 말하고 싶지만 일본의 거품붕괴,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를 떠올리면 장담할 것은 없다. 너무도 뻔한 얘기지만 거품은 꺼진다. 노파심에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물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일본의 부동산거품 경험론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한 때는 ‘빨간 불이라도 모두가 건너면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빨간 불일 때는 무조건 서야한다.”

                      [독서신문 박용채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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