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캉스, 마음도 구하고 지구도 구한다
홈캉스, 마음도 구하고 지구도 구한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3.15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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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홈캉스가 기후 위기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행비 부족으로 마지못해 집에 있거나, 사람 많은 곳을 피하려는 심산으로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지구를 지킬 수 있다니 이 무슨 터무니없는 논법인가. 하물며 코로나19 시대에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여행업계 입장에서 보면 경을 칠 얘기이다. 하지만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애플북스)를 읽다 보면 일정 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책의 저자는 독일인 해리어트 쾰러다. 사흘간의 휴가만 생겨도 주저 없이 항공권을 검색하던 ‘프로 여행러’이다. 이런 그가 갑자기 14일간의 홈캉스를 계획했다. 외부의 풍경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느껴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발단은 그가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 세태에 비판적이었던 데서 시작된다. 로마나 베니스 등 널리 알려진 관광명소에 과도하게 사람이 몰려 현지인들이 힘들어하고 현지 환경이 훼손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이다. 산업적 측면을 배제하면 사실 떼로 몰려다니며 여행하는 것은 지구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생태연구소가 여행 산업이 현재와 같이 유지된다면 2050년에는 항공 교통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2%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할 정도이다.

여행객들은 흔히 방랑벽을 내세워 먼 곳까지 찾아가 관광지를 누빈다. 낯선 대도시에서 느껴지는 이국적인 모습과 향취는 일상에서 접하지 못하는 그 ‘무엇’이다. 이러한 여행은 우리 안의 결핍과 고통, 그리고 불안함을 덜어주기도 한다. 심지어 저자는 이러한 여행자들의 심리를 낯선 것에 대한 ‘그리움’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반면 집에서 보내는 휴가가 따분하게 느껴지는 것은 익숙한 공간 안에서는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저자의 착안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오히려 집에서 휴가를 보내며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의미를 발견해보라고 권한다. 이른바 ‘몸’이 아닌 ‘마음’이 움직이는 여행으로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보라는 얘기이다. 세상과의 단절을 위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변을 산책하고’ ‘하늘을 보는’ 등의 방법이 권유된다.

관광산업이 부추기는 소비심리를 거부하고 스스로 즐길 거리를 찾게 되면 자연스레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논리이다. 그는 “집에 머무는 것은 당신을 풍요롭게 만들고, 먼 여행에 대한 진정한 대안이 된다”며 “그러다가 어느새 당신은 더는 먼 곳을 그리워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 그 자체로 충만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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