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탐방①] 한빛비즈 “책은 생각하는 영역 키워주는 매체”
[출판사 탐방①] 한빛비즈 “책은 생각하는 영역 키워주는 매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3.03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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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의 ‘지대넓얕’ 발굴해 초대박 베스트셀러 탄생
-쉽고 재밌는 지식과 교양을 전달 위해 노력
-구독플랫폼과 출판사 간 공존방식 더 고민해야
사람 취향이 제각각이듯 출판사도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닙니다. 실용의 가치를 바탕으로 독자의 삶에 편의를 제공하는가하면 문학을 통해 인간의 삶을 깊이 탐구하기도 합니다. 또 페미니즘의 기치 아래 성평등을 도모하기도 합니다. 출판사의 다채로운 이모저모. 그 매력을 집중탐구합니다.
[사진=한빛비즈]
동교동에 자리한 한빛미디어·한빛비즈·한빛아카데미 사옥. [사진=한빛비즈]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이 세상을 위한 쉽고 재밌는 지식’이란 기치 아래 정보기술(IT) 서적 전문 출판사 한빛미디어(주)가 문을 연 건 28년 전인 1993년이다. 파이썬, C언어, 자바, 포토샵, 엑셀, 유튜브 동영상 편집 등에 관한 실용서를 선보이면서 한빛미디어는 IT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의 IT 전문 출판사 ‘오랄리’의 도서를 독점 공급하면서 IT 출판 선두 기업의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그렇게 8년의 시간이 흐를 즈음, 이번엔 재밌는 지식에 더할 ‘교양’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용 경제·경영·인문 분야를 아우르는 독자 수요가 일어났다. 다만 기존 한빛미디어는 IT 전문 브랜드 이미지가 강해 새 수요를 포용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닌 상황이었고 결국 실용 교양을 담당할 새 출판 브랜드 한빛비즈를 출범시켰다.

한빛비즈의 초창기 도서는 경제·경영과 자기 계발에 치중됐다. ‘지금 당장 ~ 시작하라’ 식의 재테크·회계 입문서와 경제·경영서가 주를 이뤘다. 비중은 작아도 인문서 출간에도 공을 들였다. 그런 와중에 2015년 출간한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넓얕)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인문 서적 붐의 서막을 열어젖혔다. 몇몇 출판사에서 출간이 거절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지대넓얕’ 원고는 한빛비즈를 통해 일약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면서 인문교양서는 베스트셀러가 되기 어렵다는 통념을 깨부쉈다.

‘지대넓얕’의 성공 이후 인문 분야는 한빛비즈의 양 날개 중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경제·경영을 주축으로 인문 교양서로 확장을 꾀하면서 3년 전부터는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2018)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2019)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2019) 등 ‘교양툰’을 선보이고 있다. 하루 30분씩 5일이면 인문학 강의를 완독하는 구성인 ‘퇴근길 인문학’ 시리즈 역시 누적 판매 20만부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2월 넷째 주 기준 베스트셀러(교보문고) 100위권 안에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 『미라클 모닝』 이상 두권이 책을 포진시킨 한빛비즈의 이홍 편집이사를 만나 한빛비즈에 관해 물었다.

-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출판업은 나름 선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영화나 음악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선방한 건 맞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빈익빈 부익부 이다. 실제로 온라인 책 주문이 늘었는데, 비교적 고가인 교재의 경우 그간 오프라인에서 판매가 많았으나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매출처에 큰 변화가 있었다. 출판사의 경우에도 코로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장기적 관점에서 책을 기획한 출판사들은 매출 하락의 피해를 봤다. 이변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주식, 재테크, 부동산 분야는 나름 괜찮았는데, 전체 파이가 늘었다기보다는 늘어난 만큼 어디선가 줄었다고 본다.”

- 한빛비즈 규모는? 매출 상황은 어떠한가?

“한빛미디어와 한빛비즈, 한빛아카데미(교재 전문) 등을 포함하면 100명이 넘는데, 그중 한빛비즈 인원은 15명이다. 한 해에 40여종의 책을 내고 있다. 매출은 영업 기밀이라 공개가 어렵다. 다만 목표치는 달성하고 있다는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 한빛비즈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기준은?

“사실 좋은 책의 기준은 독자에게 있다.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독자가 어떤 가치와 기준으로 읽었느냐에 따라 재밌는 책, 지루한 책, 좋은 책, 나쁜 책이 정해진다. 거기에 보편적 잣대는 없다. 좋은 책을 선정하는 심사위원도 해봤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건 (객관적으로) 좋은 책이라기보다 심사위원의 개인적 기준에 부합한 책이다. 남들이 좋다 해도 개인적으로 악영향을 끼쳤다면 나쁜 책이고 평이 나빠도 개인적으로 도움이 됐다면 그건 좋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굳이 말하자면, 좋은 책은 좋은 저자가 쓴 책이라고 생각한다. 실용서든 문학서든 글에는 저자의 생각이 반영되기 마련이고 그건 오롯이 독자에게 전달된다. 그 어느 분야보다 저자의 인성이 중요한 이유다. 다만 ‘자장면 만드는 것을 보면 자장면 못 먹는다’는 말처럼 가까이에서 보면 저자 중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 그럼 그걸 인성 재판으로 걸러낼 수 있느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독자가 판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많이 읽으면 좋다’가 아니라 좋고 나쁨을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주식을 권하는 책이 있으면 주식의 위험성을 알리는 책도 읽어야 한다. 한빛비즈는 그런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지대넓얕’이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채사장이 투고한 원고를 토대로 2015년에 ‘지대넓얕’이 출간돼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비록 5년 계약이 끝나고 담당했던 편집자와 채사장이 차린 출판사로 판권이 넘어가긴 했지만, 지금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를 정도로 주목받는 책이다.”

- ‘지대넓얕’의 내용이 아주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주목받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채사장은 본래 논설 강사였다. 논설에는 기본적인 지식 베이스가 필요한데, 책은 그런 지식 기반 쌓기에 도움을 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말랑말랑하기보다는 딱딱하다. 대중적 글쓰기 형식이라기보다는 소프트한 논술 교재다. 그럼에도 성공한 건 제목의 역할이 커 보인다. 술자리 등에서 아는 체하기 좋은 ‘얕은’ 내용이 담겨있다는 목적과 난이도를 제목에 아주 잘 표현했다. 또 당시 채사장의 동명 팟캐스트로 기본 수요층을 보유했던 것도 유효했다고 본다.”

- ‘지대넓얕’ 이후 내부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보통 초베스트셀러가 터지면 출판사는 다양성을 추구하게 된다. ‘지대넓얕’을 기점으로 인문 분야에 더욱 힘을 쏟았다. 단순 스토리 만화가 아닌 교양적인 내용을 다루는 ‘교양툰’ 시리즈를 선보였고, 상표권 등록까지 마쳤다. 또 ‘퇴근길 인문학’ 시리즈도 나름 호응을 얻고 있다.

한빛비즈는 자본주의 출판사라고 할 수 있다. 쉽고 재밌는 대중서를 선호하는 30대 전후 직장인에게 지식과 교양을 전할 수 있다면 딱히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다만 나름의 기준은 있는데, 어린이 책이나 문학은 하지 않는다.”

- 월정액 구독 도서 서비스에서 한빛비즈의 도서를 찾아보기 힘들다.

“구독 도서 서비스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구독 플랫폼과 출판사와의 공존 방식은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월정액 구독 서비스는 가격 경쟁력을 가져야 하기에 개별 콘텐츠 가격은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 출판사 입장에서 서점에서 하나 팔면 천원인데, 구독 플랫폼에서 하나 팔면 백원이다. 독자 입장에선 싸고 편리하게 이용하고, 플랫폼 차원에서도 큰 이득이다. 다만 출판사는 그만큼 손해다. 구독 모델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플랫폼과 저작권자, 출판권자 사이의 합당한 이익 분배방안에 관한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이건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엔 세계적인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구독형 서비스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힌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 다매체 시대에 책이 가진 독자적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글자는 유일하게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건 음악과 글의 공통점이다. 미술 작품이나 영상은 작가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글과 음악은 다르다. 인지한 대상을 머릿속으로 그려내야 한다. 인간이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명제를 잘 활용하게 만드는 책이란 존재는 쉽사리 다른 매체로 대체되지 않는다. 즉시적으로 배우고, 바라보고, 인지한다는 관점에서 책은 불편한 도구가 맞다. 즉시성이 필요하다면 굳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 책이 전지전능한 존재는 아니다. 다만 생각하는 영역에서 뭔가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사고가 필요하다면 책이 가지는 경쟁력은 아직도 유효하다.”

- 한빛비즈의 (예비) 독자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책을 너무 목적적으로 읽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다 읽어야 한다든지, 대단한 것을 얻어야 한다든지, 책으로 삶을 바꿔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1만5,000원에서 2만원가량의 책값은 밥이나 술안주 가격 정도다. 밥 먹을 때 ‘이만큼 건강해져야겠다’ 혹은 ‘이만큼 살이 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지 않나. 배설하고 나면 잊어버릴 정도인데 유독 책에는 가혹할 정도로 책임을 부여한다. 책 전체 내용이 아닌, 필요한 부분만 얻으면 된다는 실용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빛비즈는 그럴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내용이 가볍다는 게 아니다. 읽는 데 부담이 적은 그런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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