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남, 여성 독립운동가 14명에 생명을 불어넣다
윤석남, 여성 독립운동가 14명에 생명을 불어넣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3.0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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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남: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사진=학고재]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삼일절은 ‘저항’이라는 메시지를 안고 있다. 102년 전 이날 탑골공원에 모인 독립운동가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일제 폭압에 대한 항거였다. 독립운동가 하면 김구, 김좌진, 안창호, 윤봉길 등 흔히 남성을 떠올린다. 여성의 경우 유관순 외에 기억하는 인물이 많지 않다. 영화 <암살>의 모델로 등장한 남자현이나 근우회(1920년대 만들어진 여성들의 좌우합작 단체), 송죽회(1913년경 평양에서 조직된 항일투쟁단체)를 떠올릴 정도면 역사에 관심이 높은 이들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독립유공 포상자 1만6,282명 중 여성은 488명으로 전체 3%에 불과하다. 이준식 독립기념관장은 논문 「일제강점기 여성 독립운동의 재인식」에서 “많은 사람이 여성 독립운동가 하면 유관순만 떠올린다”며 “유관순보다 더 결연하게 그리고 더 지속적으로 일제에 맞서 싸운 여성 독립운동가도 많이 있었다”고 적었다.

여성들이 독립운동사에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탓에 편견이나 오해 등도 많다. 여성 독립운동가는 남성 운동가의 뒷바라지 역할을 한 것으로 조명되기 일쑤다. 남성 독립운동가들보다 자료나 유품들이 많지 않아 연구에 어려움도 크다. 이 관장은 “여성 독립운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전제는 남성 중심 독립운동의 시각을 깨부수는 것“이라며 “독립운동 일선에 나선 남성의 일은 중요하고 그를 도운 여성의 일은 부차적이고 보조적이었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출판이 최근 펴낸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는 여성 독립운동가 열네 명의 일생을 담았다.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 화백이 열네명의 초상을, 김이경 작가가 이야기를 불어넣었다. 윤 화백이 조선 시대부터 내려온 초상화 중 여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었던 것이 작업에 돌입하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

그는 “당시 시대적 분위기 탓이 컸겠지만 그럼에도 ‘여자들이 이렇게나 사람대접을 받지 못했구나’ 하는 자각과 함께 다음 작업은 ‘여성독립운동가’로 정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글 쓰는 동안 100년 전 여성들의 투쟁사가 나를 무겁게 짓눌러 괴로울 때도 있었다”며 “그때마다 ‘언니들의 정신’에 의지해 꿋꿋이 버텼다”고 밝혔다.

책에 등장하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권기옥‧김마리아‧김명시‧남자현‧정칠성‧이화림‧박자혜‧김옥련 등이다. 다양한 시점, 인터뷰, 편지 형식 등 여러 가지 문학적 기법을 활용한 이야기는 그들이 당시 겪었던 아픔과 고민, 결의 등을 담고 있다. 책 출간과 별도로 윤 화백은 2월 17일부터 4월3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라는 주제로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화 전시회를 진행한다. 온라인 전시공간 ‘학고재 오룸’에서도 같은 전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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