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볼 만한 콘텐츠] ‘실화’ 바탕으로 한 소설 세편
[주말 볼 만한 콘텐츠] ‘실화’ 바탕으로 한 소설 세편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2.20 0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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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소설을 읽는 이유는 통상 두 가지로 대별된다. 첫째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간접 경험하기 위해서.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조망하는 새로운 관점을 접하거나, 무언의 형태로 존재하는 감정이 글로 생동하는 미학을 맛보기 위해서다. 두 번째 이유라면 소설의 소재는 누구나 경험해봄 직한 평범성이 바탕이 돼야 하겠지만, 첫 번째 이유라면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희귀성이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여기서 희귀성은 다시 가공의 픽션(fiction)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팩션(faction)으로 나뉜다. 최근 출간된 팩션 소설 세편을 소개한다.

로셀라 포르토리노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문예출판사)

소설은 히틀러의 독살을 막기 위해 음식을 먼저 먹어보는 시식가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마고 뵐크의 고백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1943년, 독일 동부전선 본부인 ‘볼프스산체’(늑대소굴)에 은신했던 히틀러는 독살을 염려해 인근 여성들을 모아 자신의 음식을 미리 먹어보게 했다. 마고 뵐크는 그렇게 소집된 열명의 여성 중 하나였고 하루에 세 번씩 음식이 주는 공포와 희열 속에 삶과 죽음, 희(喜)와 비(悲)를 오갔다. 히틀러에 반기를 들어도 죽고, 응하면 독으로 죽거나 이후 히틀러를 추종했다는 이유로 죽임당할 수 있는 아찔한 나날들 속에서 마고 뵐크는 독일군 장교의 도움으로 유일한 생존자가 되는 행운을 얻지만, 이후 소련군에게 잡혀 14일간 성폭행을 당하는 불행을 맛본다. 시대의 격류에 휩쓸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가 지금 시대에는 과연 마고 뵐크 같은 인물이 없는지 돌아보게 한다.

포프 브록 『돌팔이 의사』(소담출판사)

소설의 주인공은 20세기 통틀어 가장 뻔뻔한 사기꾼으로 손꼽히는 실존 인물 존 R 브링클리이다. 그는 젊은 시절의 정력을 회복시켜주겠다며 염소 고환을 사람 음낭에 이식하는 발기부전 치료법을 선보여 자그마치 1,200만달러를 벌어들인 희대의 사기꾼이다. 터무니없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변으로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고, 그는 더욱 힘을 얻어 라디오 방송국을 세워 부정확한 의학적 조언을 전하면서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운전면허조차 돈을 주고 취득할 정도의 학업 수준이었지만, 사람을 설득하는 수완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사람들은 “그가 가진 재능을 조금만 정직하게, 조금만 더 똑똑하게 사용했더라면 진정으로 위대한 지도자가 됐을지 모른다”고 술회한다.

이성진 『사라진 나라의 아이들』(고즈넉이엔티)

“서양인들이 영아를 납치해 잡아먹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잔학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서양인을 알고 있는 자는 관아에 고하라!” -1888년, ‘외인(外人) 유아도식(幼兒盜食) 풍문(風聞) 고시문’ 中

1888년 당시 미제로 남은 ‘영아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사라진 아이들이 잇따라 난도질당한채 발견되면서 당시 조정은 포고령을 내려 범인 색출에 나선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수사가 시작된 지 한 달 후 고종은 “조사 결과 서양인들이 영아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모두 낭설로 밝혀졌다. 향후 이런 풍문을 입 밖에 내는 자들은 극형으로 다스릴 것”이라고 엄명을 내린다. 고종이 모든 기록을 말소하고 언급을 금하면서 23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사이 해당 사건은 풍문으로 간주되지만, 실제 범인이 편지를 보내오면서 새로운 전개를 맞게된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대한제국 시기에 발생한 일이라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지만, 서양인이 범인으로 지목된 데 대해 이성진 작가는 “평면적인 이유는 서양 열강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두려움과 반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감정의 근본적인 이유는 당시 사회의 내부적인 문제였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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