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광고인 박웅현 “광고는 연애편지...이제는 BTS와 경쟁하는 시대”
[책 읽는 대한민국] 광고인 박웅현 “광고는 연애편지...이제는 BTS와 경쟁하는 시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2.17 08: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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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대표. [사진=안경선 PD]
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대표. [사진=안경선 PD]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KTF: 과거 KT의 통신 자회사), ‘사람을 향합니다’(SK텔레콤),‘생각이 에너지다’(SK이노베이션), ‘진심이 짓는다’(대림산업).

박웅현(60). 1987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2004년 세계적 광고대행사인 TBWA 코리아로 자리를 옮긴 후 지금에 이르는 34년간 수많은 광고를 히트시킨 광고계의 거목이다. ‘인문학적 발상’을 토대로 보는 순간 ‘탁’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끌림’을 만들면서도, 오래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가치인 ‘의미’에도 중점을 두는 것이 그만의 특징. 그의 광고는 사람으로 치자면 첫인상이 참신하고 강렬한데, 그런 느낌이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들기는커녕 곱씹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진국 같은 매력을 내뿜는다.

무엇이 박웅현의 오늘을 만들었을까. 그는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을 첫손으로 꼽는다. 그리고 그 젖줄로 독서를 들었다. “자세히 오래 보아야 예쁘다”라는 시구(나태주)처럼 다독보다는 정독으로 책을 씹어먹을 듯 탐닉하면서 다수가 간과할 법한 내용에서 영감을 찾아내 온 그를 신사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식 직함은 TBWA코리아의 크리에이티브 대표(CCO: Chief Creative officer)이다.

 [사진=안경선 PD] 

-<독서신문>의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명사로 선정됐다.

“책 좋아하는 분들이 보는 <독서신문>과 인터뷰하게 돼 기쁘다. 저도 책을 좋아해 이전에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담은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를 출간한 바 있는데, 관심사가 비슷한, 책 좋아하는 분들과의 좋은 만남이 되길 기대한다.”

-광고 전문가로서, ‘좋은 광고’의 정의를 듣고싶다.

“좋은 광고는 시장에서 기능하는 광고다. 광고는 광고주의 문제해결이다. 광고주는 직면하는 어떤 종류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일정 마케팅 비용을 투여한다. 광고는 거기에 기능해야 한다. 만들어진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는 광고가 좋은 광고다.”

-그렇다면 좋은 광고인은 어떤 사람인가.

“(광고 전문가는) 의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관절이 좋지 않아 오는 사람은 관절을 치료하면 되지만, 소화가 안 돼서 오는 사람은 다양한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앞에서 좋은 광고는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는 광고라고 했는데, 광고주가 누구(고객군)에게 어떤 메시지(광고 목적)를 전할지 목적이 바로 선 상태로 올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어떨 때는 문제 파악조차 안 된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광고주와 문제 파악부터 같이한다. 그런 좋은 의사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이 좋은 광고인이다.”

-흔히 실제 모습보다 잘 포장한 이미지를 잘 만든 광고로 여긴다. 대상을 있는 모습 그대로 조명하면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일 텐데, 그렇다고 지향하는 매력만을 부각하면 ‘인조 미인’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괴리에 관한 고민은 없나.

“광고는 연애편지라고 보면 된다. 연애편지를 쓸 때 자신의 전체를 집어넣기보다는 자기의 감성적인 요소나 낭만적인 이야기 그리고 자기가 멋있게 보이는 어떤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집어넣지 않나. 광고도 똑같다. 광고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쓰는 연애편지다. 기업은 자신이 가진 가장 매력적인 것들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해 편지에 담는다. 예쁜 봉투에 담아 꽃도 단다. 그걸 포장이라고 할 수 있을지언정 거짓은 아니다. 실제로 대다수 기업은 거짓을 진술하지 않으며, 있다면 우리가 말릴 거다. 광고에서 중요한 건 ‘잘 말해진 진실(truth well told)’이다. ‘잘 말해진 거짓(false well told)’이면 기업도 망하고 광고도 망한다.”

-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광고 제의를 거절한 적도 있나.

“불행히도 철학에 안 맞아서 못 할 정도로 일이 여유롭게 돌아가지 않는다. 일을 가려 받으면 먹고살 수 없다. 들어오면 무조건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광고인은 의사와 같다. 환자를 가려 받을 수 없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젠더 감수성이 주목받으면서 광고가 시대 관점에 어긋났다고 여겨지면 여론의 매서운 질타가 쏟아진다. 광고 제작에도 주의가 요구될 것 같은데.

“그걸(젠더 감수성) 따라가지 못했다면 그건 치밀하지 못했던 거다. 시대정신은 바뀌게 돼 있다. 절대적으로 옳은 건 없다. 그걸 말한 게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아닌가. 올림픽을 만든 피에르 드 쿠베르탱은 “내가 본 가장 추악한 모습은 스케이트를 타는 여자들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때는 문제가 없는 말이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논란 소지가 큰 표현이다. 이런 식으로 시대정신은 변화하는데, 광고는 그걸 물고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돌아선다. 시대정신을 읽는 건 광고인의 필수 덕목이다. 좋은 기업인데 광고로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인상을 내비쳤다면 그건 시대정신을 제대로 못 읽은 점을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젠더 감수성에 관한 민감성을 키우는 방법이 있을까?

“현재 시대를 잘 살아나가야 한다. 뉴스도 보고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후배들도 만나고 신입 (여성) 직원들이 어떻게 사고하는지를 보면서 ‘촉’을 깨워야 한다. 70~80년대 세계관에 머물러 있다면 광고하면 안 된다. 고전을 연구하거나, 기계를 만드는 건 상관없는데 광고를 만든 것만큼은 안 된다. 대화 속에서 책 속에서 뉴스 속에서 계속 습득해야 한다. 광고는 기본적으로 도망가는 미디어다. 조금만 삐끗해도 아무도 안 본다. 광고는 매력적이어야 하고, 공감이 가야 한다. 광고인은 기본적으로 촉이 살아있는 사람이다. 그걸 읽을 수 없으면 광고인이 될 수 없다.”

-현시대는 흡사 광고의 시대 같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광고 접촉면이 더 넓어진 것도 같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지옥문이 열렸다. 예전에는 드라마 ‘모래시계’ 시청률이 60%였다. 시간이 되면 TV 앞에 군중이 모였다. 하지만 이제는 모여서 광고를 보는 사람이 사라졌다. 지하철에서 60명이 스마트폰을 본다고 해도 보는 콘텐츠가 제각각이다. 지하철 사람들은 군중(群衆)이 아니라 분중(分衆)이다. 광고를 걸 수 있는 곳도 없어졌다. 신문이 200~300만부 팔릴 때는 광고를 잘 만들어서 몇 개의 미디어에 노출하면 ‘잘자! 내꿈 꿔’(KTF 광고)와 같이 화제가 될 수 있었다. ‘푸시’(push)가 될 수 있었다. 근데 이제는 그게 안 된다. 다 피해 다닌다. 이제는 ‘그 광고 링크 좀 줘’하면서 스스로 찾아오게 ‘풀링’(pulling)해야 하는데, 그게 말이 쉽지 그러려면 BTS랑 싸워야 하고 드라마 ‘킹덤’이랑 싸워야 한다. 이 땅의 모든 광고인들에게 지옥문이 열렸다.”

-2011년 출간했던 『책은 도끼다』는 책에 관한 책으로 오래 주목받고 있다. 해당 책에서 독서의 효용가치로 ‘감동할 줄 아는 능력’을 손꼽았고, 최근 출간한 『일하는 사람의 생각』에서도 ‘관찰하고 감동하는 능력’을 강조했다. 광고인에게 꼭 필요한 능력으로 지목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런 능력이 독서로 길러질 가능성이 큰 편인가?

“나 자신을 돌아보면 그런 것 같다. 독서를 하기 전에는 안 보이던 풍경이 어떤 책을 읽은 다음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독서를 통해 감동이 늘었고, 촉 쓰는 게 예민해졌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의 문장을 보고 나서 과일을 만지면 “아~ 그 사람이 말했던 촉감이 이거구나”하고 느껴진다. 시를 읽고 나서 비가 오고 난 뒤 나뭇가지에 맺힌 진주 물방울을 보기 시작했다. 이건 아주 사소한 몇 개의 사례에 불과하다. 결국은 무심히 봤던 것들을 유심히 볼 줄 아는 사람의 시선을 배워야 한다. 누군가는 이미 돌아가셨고 물리적인 제한도 있지만, 다행히 그런 사람 대부분이 책을 썼다. 그 사람들의 예민한 촉을 배우는 좋은 방법이 독서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신만 광고관은.

“다시 강조하지만 촉수가 예민한 사람이 광고를 잘 만든다. 그게 내 광고관이다. 감동할 줄 아는 건 능력이다. 그건 광고업에서 필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울림을 받을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의 울림을 만들 수 있다. 공부를 많이 해서 아는 지식이 많아도 울림이 없으면 데이터 전달은 해도 울림은 만들지 못한다. 광고는 울림을 만들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광고, 더 나아가 콘텐츠 제작의 필수 능력은 감동하는 능력이다. 열명이 물병을 보고 아무 말도 안 하는데, 한명이 물병에서 찌릿함을 느꼈다면 그 사람은 훌륭한 감독이 되고, 시인이 되고, 광고인이 되고, 기자가 되고, 극작가가 될 것이다.”

-내부 직원 교육에서도 책을 주로 사용하는지.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중요한 건 자발성이다. 독서 모임을 하자고 해도 자발성이 없으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어떻게 울고 웃게 할 것이냐, 어떻게 소름을 돋게 할 것이냐, 그걸 고민한다. 책이든, 대화든, 회의든 소름이 돋으면 된 거다. 그럼 유기체는 따라 들어간다. 근데 이걸 한 달에 몇권 정해서 읽자고 하면 기계가 된다. 창의력을 두고 오가닉(organic)으로 접근해야지 매커닉(mechanic)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고전파부터 낭만파까지 음악가들의 이름을 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엘리제를 위하여’를 듣고 울어봤느냐, 그게 핵심이다.”

-그럼 그런 능력은 어떻게 교육하나.

“내가 부르면 압박이 될 수 있기에 먼저 찾지는 않고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경우에 한 해 먼저 그 사람을 공부한다. 뭘 하고 싶은지, 뭘 배우고 싶은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평소에 뭘 좋아하는지 묻는다. 그런 후에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거나, 이 영화를 보라거나, 그도 아니면 같이 소주 한잔한다든가, 그렇게 그 유기체를 먼저 존중한다. 책을 추천할 때도 광고인에게 좋은 책이 아니라 상대에게 맞는 책을 추천한다. 얼마 전에도 힘든 일을 겪은 한 친구가 찾아와 책을 추천해달라기에 한 이틀 고민하다가 읽던 책에 밑줄을 쳐서 준 적이 있다. 내가 『양자물리학』을 재밌게 읽었다고 해서 상대에게 추천한다면 그건 유기체에 대한 무시다.”

-책에서 본인을 다독가보다는 정독가로 소개했다. 책을 언제, 어떻게 고르는지.

“정독을 하는 편이다. 책 읽기에 강박을 갖지 않는다. ‘올해는 오십권 읽어야지’ 그런 거 안 한다. 읽히면 읽고, 안 읽히면 안 읽는다. 일정 기간 읽다 보니 좋아서 읽는 거지 어떨 때 안 좋으면 한 달 넘게 안 읽기도 한다. 책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는 선후배나 주변 사람들이 추천하는 작품. 둘째는 주목하는 작가들의 최신작. 셋째는 고전이다. 얼마 전에도 『베니스의 상인』을 읽었는데, 고전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 못 읽은 작품이 진짜 많다.”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소비하는지도 궁금하다.

“천천히 읽고, 줄 치면서 읽고, 타이핑하면서 읽는다. 그럼 세 번 읽는 거다. 특별히 읽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나이가 먹으면서 주말에 일부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책 읽는 시간이 다소 줄었다.

읽은 책은 자연스럽게 일과 생활에 드러난다. 굳이 광고에 활용하지 않으려 해도 회의하다 보면 머릿속에 있는 게 나온다. 일상에서도 힘든 일 겪는 후배가 오면 박목월 시중에 이런 게 있다면서 얘기해주게 되고, 조직관리 관련해서 얘기하다 보면 피터 드러커가 한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책에서 영감받은 대목을 모아 정리한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도 독서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일 하는 사람의 생각』에서 한국전력의 영문 명칭인 ‘켑코’(Kepco)와 주택공사의 ‘LH’(Korea Land & Housing Corporation)를 브랜드 파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브랜드명 변경의 사례로 소개했다. 조심스럽게 <독서신문> 제호를 보고 느낀 솔직한 평을 묻고 싶다.

“저는 좋다(웃음). 레트로(retro) 열풍이지 않나. <독서신문>이란 이름 좋은 것 같다. 바꾸지 말고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의사 관점에서 툭 하고 나온 느낌인 거지, 이것도 다차원적으로 파악이 필요하다.”

-일부 기업체에 출강해서 독서 모임, 다시 말해 ‘독서 경영’을 돕는다고 들었다. 독서 경영의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은 많지만, 성과를 드러내는 기업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비판적 시각도 내비친다.

“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독서 경영하는 오너나 경영진을 만나면 깨어있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은 어떻게 하면 조직원의 역량을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같은 비전을 공유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아마 부정적으로 말하는 분들은 독서 경영을 교장 선생님 훈화 정도로 생각하는 걸 거다. 아까 말한 것처럼 기계적으로 접근해서 전 직원한테 한 달에 몇권씩 읽고 발췌하라는 식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이 압박의 대상이 아니라 즐길 대상이 돼야 한다. 자발적으로 읽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몇몇 기업의 요청으로 석 달 정도 독서 모임 인도를 해준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책 읽기가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다독보다는 자발성에 기인한 정독으로 훌륭한 기업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33년간 광고인으로 일하면서 대중에게 주목받은 광고를 많이 만들었지만, “지금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한 줌”일 뿐 수두룩한 실패를 경험했다고 했다. “전문가는 해당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경험한 사람”이란 말이 있는데, 기억에 남는 실패담을 듣고 싶다.

“광고는 집단이 하는 일이라 실패담을 얘기하면 광고주와 당시 함께 일했던 스태프들에게 해가 될까 우려가 되기도 하지만 하나만 꼽자면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글과 같은 광고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이야기하고 싶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과 『콜로라 시대의 사랑』은 흡사 말의 정글과도 같다. 책에는 한 문장이 여섯 페이지를 넘어가는 것도 있다. 마침표가 여섯 페이지 후에 찍힌다. 처음 읽는 사람은 돌아버릴 일이지만, 정말 매력적인 말이다. 그걸 광고에 적용해보려고 최초의 시도를 했다. 성공을 확신하고 말의 정글과 같은 그의 글처럼 30초 광고를 만들면서 1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메시지를 던졌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내가 잘하는 것과 남을 잘하게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CCO로서 직원들의 최대 성과 도출을 돕는 것도 중요한 문제일 듯한데, ‘동기부여’ 방법이 궁금하다.

“효율로 보자면 집합 교육이 좋겠지만, 효과로 보자면 개별 대면이 좋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다. 내가 지식이 많다고 해서 ‘너희 다 와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야’ 그런 태도를 갖지 말아야 한다. 다만 앞서 말했듯, 모든 직원을 따로 불러 ‘넌 요즘 무슨 고민이 있니’라고 묻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친구들에게 문을 연다. 여력이 없는 게 아니다. 이건 자발성의 문제다. 일단 찾아오면 상대의 개별성을 인정한다. A와 얘기할 때는 A에 맞추고 B와 얘기할 때는 B에 맞춰 대화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소름 돋게 하는 게 중요하다.”

-<독서신문> 독자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거나,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한다면.

“이 질문은 답하기가 조심스럽다. <독서신문> 독자 여러분은 나이도, 직업도, 처한 상황도 다 다를 테고, 고려해야 할 문학적 상상력이나 철학적 좌표 등의 범위도 너무 넓기 때문이다. 프리초프 카프카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이란 책은 던져놓으면 괜히 있는 척하는 사람이 될 것 같고, 『서양미술사』는 분량이 900페이지가 넘는다. 이 외에도 안나 카레니나는 내 인생의 좌표를 잡아준 사람이고 카잔차키스는 내 멘토다.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이 욕을 먹으면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냈고, 알베르 카뮈는 문장의 엄혹함을 얘기해 줬다. 이게... 정말 많다. 추천하기에는 분야가 너무 넓다. 내가 책을 추천하는 건 객관적 권위다. 그건 인정한다. 다만 그것만큼이나 이 기사를 읽는 독자의 권위를 인정하고 싶다. 책 추천은 나를 잘 아는 지인들에게 받는 게 맞다. 그래도 내 독서 취향이 궁금하다면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를 보면 된다. 거기에 웬만한 울림이 있는 책은 거의 다 언급이 돼 있다. 개인적으로 책은 저자와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어떤 책을 읽든, 책 읽듯 하지 말고 대화하듯이, 울림 있는 말이 나오면 멈춰서서 공감하면서 유심히 들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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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망 2021-02-18 11:06:48
늘 좋은 기획에 대해 감탄하고 있습니다. 계속 건강하시고 좋은 말씀 많이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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