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예능 전성시대… 결혼은 과연 꿈인가
부부예능 전성시대… 결혼은 과연 꿈인가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2.05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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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사진 =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방송캡처]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이쯤되면 전성시대다. TV만 켜면 등장하고, 지인들과 만나면 화제가 된다. ‘부부 예능’ 얘기이다. 대표적인 프로는 ‘우리 이혼했어요(TV조선, 이하 우이혼)’와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채널A, 이하 애로부부)’ 이다.

이들 부부예능은 불륜부터 떠올리는 ‘사랑과 전쟁’ 류나 교과서식으로 가족간의 사랑과 평화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기존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 프로그램은 부부간의 관계 자체를 그대로 노출한다. 이혼에 이르게 된 과정을 날 것으로 보여준다. 때로는 솔직함이라는 외피속에 선정성도 담고 있다. ‘장소를 따지지않고 부부관계를 요구한다’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내뱉으면서 그간 터부시됐던 내밀한 성생활을 얘기하는 것도 거리낌없다. 시쳇말로 야함을 넘어 날 것 그대로의 자극적인 얘기 투성이다. 시청률은 상승곡선이다. 클립 영상이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 자연스레 유통될 정도이다.

이들의 인기 요인을 거창하게 규정하면 ‘결혼=현실’ 담론에 기댄 바가 크다. 이들은 연애와 결혼을 늘 행복이나 해피엔딩으로 결말짓는 뻔한 스토리를 뒤집는다. ‘결혼=연애의 완성’이란 기존 도식은 해체됐고, 행복하게 그려지는 결혼 생활이 실은 바늘위를 걷는 것이며, 금방이라도 부서질 얼음판 위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김진 애로부부 PD는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부부생활에도 노력과 학습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애로부부’라는 제목이 자극적인 표현이지만 동시에 애로사항을 풀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화를 받아들이고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PD의 말 그대로 수면 위로 내놓기 껄끄러웠던 부부의 이야기를 툭 던져놓은 것은 진일보한 진전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부부 예능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한다. 시청자들도 겪는 이야기가 TV에서 리얼하게 나오면 공감의 폭이 넓어진다는 게 부부예능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청률을 의식해 지나치게 선정성을 부각시키는 것은 위태위태하다. 19금 조차 비웃으며 공공재의 금도를 넘어선 부분도 적지않다. 하재근은 “부부라는 소재를 자극을 높이기 위한 도화선으로 쓰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과연 꿈인걸까. 갈등 장면을 부각하는 이들 예능 대신 대안적 삶의 형태를 모색하는 소설들을 통해 다른 결혼 생활을 꿈꿔볼 수 있다. 정여랑 작가의 소설 『5년 후』는 돌봄노동과 차별의 제도적 개선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다. 이는 현재 사람들의 결혼 생활의 부담이 여성들에게 편중돼 있었음을 지적한다. 결혼 갱신제와 국가돌봄시스템 등의 설정을 통해 현재 결혼 결혼 생활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공감을 준다. 결혼 생활의 불행 요인 ‘아이의 돌봄 문제’ ‘배우자에 대한 종속’ ‘상대 배우자의 부모님과의 관계’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인물들은 새로운 태도로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겼다. 정여랑이 제도와 국가적인 관점에서 대안적인 결혼 생활의 모습을 제시했다면, 알랭 드 보통은 개인적인 관점에서 결혼을 꿈꾸는 이들의 성숙한 인간관계의 모습을 조망한다. 보통 연애소설의 결말은 결혼이지만,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은 결혼 그 이후에 초점을 맞춘다. 알랭 드 보통은 한 신문사와의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현대의 젊은이들은 결혼을 앞두고 완벽한 배우자를 구하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이때의 완벽한 사람이란,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데, 사실은 성만 다른 사람”이라며 꼬집었다.

부부는 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며 영위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개인적, 제도적 제약이 등장하면서 갈등을 겪는다. 이런 갈등은 굳이 숨기거나 덮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결말은 다갈래지만 그 어떤 것도 정답은 없다. 드라마나 토크쇼라고 늘 기존 제도와 인식에 묶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말초적인 소재를 내세워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유감스럽다. 덜 선정적이고, 작위적이지 않은 채 함께 사는 의미를 되묻고,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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