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빚투’의 이유는 FOMO… “힐링이 필요해”
‘영끌’ ‘빚투’의 이유는 FOMO… “힐링이 필요해”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1.01.2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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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같은 말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너도나도 레버리지를 이용해 아파트나 주식,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전례 없는 ‘빚테크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시장이 곧 붕괴할지도 모른다며, 분별없이 남을 따라 투자판에 뛰어드는 ‘포모증후군’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지난해 가계빚은 사상 처음으로 1,700조원을 넘어섰다고 추정된다. 지난 17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112조원으로, 1년 전 수준(56조2,000억원)의 두 배에 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생활자금 수요가 증가해 가계빚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가계빚 증가는 상당 부분 주택 매매 거래를 위한 ‘영끌’과 주식 ‘빚투’에 기인한다.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전국 주택 거래량은 전년(157만호) 대비 23만호 증가했다. 주식·가상화폐 투자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은행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지난해 역대 가장 큰 폭(32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심리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코스피 지수가 최초로 3,000포인트를 돌파했고 서울 집값이 급등하는 등 최근 위험자산의 수익률은 높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시황이 좋을지는 미지수다. 주가에 거품이 끼어있는지 판단하는 데 쓰이는 지표인 버핏지수(Buffet Indicator)는 지난 2007년 10월(2008년 금융위기 1년 전, 약 130%) 이후 최고 수준(지난 11일 기준, 약 120%)에 달했다.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 머빈 킹 전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등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 시장 붕괴를 경고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상당히 가팔라졌기 때문에 부실 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금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이성적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는데도 사회적인 위험자산 선호 현상은 지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 기저에 포모증후군(FOMO Syndrome)이 깔려있다고 경고한다. 

포모(FOMO)란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포모증후군이란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심각한 두려움 또는 세상의 흐름에 자신만 제외되고 있다는 공포를 나타내는 일종의 고립공포감’을 뜻한다. 우리말로 하면 ‘소외공포증’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4년경부터 포모를 사회병리 현상의 하나로 주목하는 많은 논문이 발표됐으며, 미국에서는 50%가 넘는 성인이 포모증후군으로 고통받는다는 통계도 있다. 

에이미 블랭슨의 책 『행복한 디지털 중독자』에 따르면 주로 SNS를 이용하는 이들이 포모증후군에 시달린다. 가령 SNS에 지인이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거나 경험한다는 소식이 올라오면 불안하거나, 지인보다 먼저 새롭고 기발한 정보를 공유해야 마음이 놓이거나, 좋은 것을 보고 먹을 때 반드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거나, 습관적으로 SNS를 확인한다면 포모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마찬가지로, ‘남들이 다 하니 나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급증하는 위험자산 투자의 원인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위험자산 투자에 뛰어든 이들 중에는 ‘가만히 있었더니 나 빼고 다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금이 투자 적기인지 면밀하게 따지는 이들은 드물다.  

‘투자 안 하면 바보다’라는 식으로 투자를 부추기는 사회는 포모를 심화한다.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의 3분의 1 정도가 주식·부동산 투자 관련 서적으로 채워진 지 오래다. 이러한 책들에는 하나같이 ‘반드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주식·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예능 프로그램도 늘고 있으며, 유튜브에도 주식 투자와 관련한 영상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콘텐츠는 드물다. 

정신분석학자 라캉(Jaques Lacan)이 말했듯,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때로는 그 욕망이 인간을 잘못된 길로 이끈다. 자기가 속한 무리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다가 절벽으로 떨어지는 레밍들처럼 말이다. 투자하지 못해 불안하다면, 지금은 포모증후군의 ‘힐링’이 필요한 시기이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포모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인간은 누구나 무엇인가를 놓치며 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친 누나 랜디 주커버그는 “FOMO를 잊고 JOMO를 받아들여라”고 말한다. JOMO란 ‘the Joy Of Missing Out’의 약자로, ‘놓치는 것의 즐거움’이라는 의미다. 스마트폰 사용 빈도를 줄이는 ‘디지털 디톡스’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영향은 대부분 스마트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고집하고, 주장하는 생각, 그게 무엇이든 그 생각이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야 합니다. 내가 갖고 있고 고집하는데 그 생각이 내가 갖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내가 창조한 것은 당연히 아니고, 내가 선택해서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근데 내가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그 생각을 막무가내로 고집하면서 살아요. 그러니까 제일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내가 고집하고 주장하는 생각은 어디서 왔나, 그리고 그 생각은 내 존재에 어울리는 것인가’예요. 지금 투자하려는 생각, 그 생각은 어디에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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