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안녕 자두야’ ‘검정 고무신’ 성 편견 논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안녕 자두야’ ‘검정 고무신’ 성 편견 논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1.13 08:3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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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녕 자두야' 방송]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과거 여성에게 “예뻐요”란 말은 대개 칭찬으로 여겨졌다. 말을 건네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선의에 기반해 그 의미를 곡해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에 이르러 그런 말은 (말하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 ‘칭찬’이 아닌 ‘평가’로 여겨지기 쉽고, 여성의 우선 가치가 ‘예쁜 외모’라는 그릇된 사고를 조장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과거에는 괜찮았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와중에 애니메이션 ‘안녕 자두야’가 성적 편견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법정 제재를 받게 됐다.

문제가 된 건 지난해 대교어린이TV·AniOneTV·디즈니채널·챔프 등의 채널에서 방송한 ‘안녕 자두야:예뻐지고 싶어’ 편에서 전한 외모 지적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사춘기 청소년인 자두에게 아빠가) 자두야, 밖에서 놀 땐 선크림 좀 바르고 다녀. 여자 얼굴이 그게 뭐냐” “(외모에 신경 그만 쓰고 공부하라는 엄마에게 자두가) 공부 잘해도 못 생기면 결혼도 못 하는 세상이라고! 처음부터 예쁘게 낳아줬으면 됐잖아” “(한복집 주인 할머니가 자두에게) 어차피 그 얼굴로 결혼은 무리” 등의 표현이 ‘여성은 예뻐야 한다’는 성(性) 고정관념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낳았다. 피부가 하얗고, 쌍꺼풀이 있고, 보조개가 있는 외모를 ‘예쁜 여성상’으로 일반화했다는 것.

결국 해당 방송은 서울YWCA(1922년 설립한 여성·청소년 인권 단체) 요청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지난 6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법정 제재인 ‘주의’ 처분을 받았다. 심사위원 네명 중 강진숙 위원은 “10년 전 성인지 감수성 수준에서는 용인될 수 있는 방송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콘텐츠에 대한 개선 없이 2020년 방송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여성의 외모와 성 역할에 대한 다양성 가치를 무너뜨리는 방송”이라고 지적했다. 1997년부터 만화책으로 연재를 시작한 ‘안녕 자두야’가 1970~1980년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2011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부터는 가까운 과거인 1990년대를 다뤘던 만큼 성평등 관점에서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당장 온라인에서는 반발 댓글이 줄을 이었다. “철없는 자두가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만화인데 그런 표현 자체를 문제시하는 게 가당찮다” “공부하라는 엄마 말을 무시하고 외모를 중시한 건 자두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춘기 소녀의 일반적인 모습인데... (그걸 문제 삼는 건) 과도한 처사 아닌가” “그때는 그런 시대였다. 더군다나 아빠가 딸한테 말한 걸 문제 삼다니...” 등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유사한 사례로 지난 2018년 서울YWCA가 제작한 「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성차별’ 사례로 지적받은 애니메이션 ‘검정 고무신’도 재주목받고 있다. 1992년 만화잡지 <챔프>에 연재되기 시작해 2000년대에 들어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1950~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해당 작품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인데, 서울YWCA 측은 ‘만년필을 꽂고 다녔더니 여학생이 줄줄 따르더라’는 내용에 관해 “여성을 돈이 많은 남성만을 좋아하고 쫓는 속물적인 존재로 묘사했다”고 했고, 할머니가 아들이 밥을 잘 못 먹는 것을 보고 며느리에게 아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준비하라고 한 것을 두고서는 “아내에게만 남편을 보살피고 배려하도록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자가 의사, 여자가 간호사로 등장한 장면은 “특정 직업군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1970년대의 배경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성차별을 비판하는 건 과도한 처사”라고 비판했는데, 이에 서울YWCA 측은 “개별 장면으로 보면 ‘뭐 이런 걸 비판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주목한 건 ‘젠더 고정관념’이다. 그런 장면이 끊임없이 재현될 때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런 문제 제기 때문인지) 최근에는 그 시대의 젠더 고정관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상황을 표현하면서도 올바른 젠더 관념을 보이는 장치를 반영하거나, 잘못된 상황을 지적하는 장면이 있는 문제의식을 담은 콘텐츠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의견 다툼이 있지만, 결국 문제는 ‘재현의 윤리’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문제가 있지만, 과거에 실재했던 문제적 (혹은 논란이 되는) 상황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 ‘시대 상황을 반영한 맥락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된다’는 주장과 ‘사실 그대로 표현하더라도 현시대의 관점을 반영해 분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과거 여성을 향했던 “예쁘다”는 ‘칭찬’이 오늘날 조심해야 할 ‘평가’로 변모한 데에는 그 주위를 맴돌았던 수많은 부정적 요인이 악영향을 미쳤다. 어렵게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이 능력보다는 외모를 칭찬받고, ‘아름다움’이 능력 있는 남자의 선택을 받는 여성(트로피 와이프)이 갖춰야 할 자격으로 치부되고, “예쁘다”는 말이 지금의 아름다움을 계속 유지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여겨지면서 다수의 여성에게 더는 칭찬이 아닌 말이 돼버렸다. 과거엔 괜찮았어도 현재에는 민감한 반응을 낳을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런 변화된 관점이 무조건 옳다고 단정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페미니즘은 성평등 관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니지만, 세상을 페미니즘의 관점으로만 조망하면 편협하고 편중되기 쉽기 때문이다. 때로 일부 페미니스트는 현 상황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여기고, 기울어진 남성 중심 사회를 바로잡는다는 명분 아래 대중 눈높이에 어긋난 과도함을 내비칠 때가 없지 않다.

결국 관건은 (‘재현 윤리’에 있어서의) ‘균형감’이다.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의 공동 저자 김수아 서울대 교수는 “재현하는 데에는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고 그래서 방식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타자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언제나 정치적인 행위”라며 “(콘텐츠) 규제가 정답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다는 선언조차 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고 말한다. 콘텐츠 제작에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울러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누군가는 문제 제기를) 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면서 뾰족하게 나온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는) 논점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네가 이걸 좋아한다고 해서 너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함께 이런 문제를 생각해 보자고 요청하(면서) 비평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대안을 생각하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사람마다 옳음의 기준이 다르고, 다수의 공감을 얻은 옳음의 가치도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생각하는 옮음의 가치를 두고 ‘적절한 방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는 ‘구호’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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