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2021년의 첫장’… 국립중앙도서관 1월 사서추천도서
‘당신을 위한 2021년의 첫장’… 국립중앙도서관 1월 사서추천도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1.01.0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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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당신의 어깨 너머 해가 뜬다/우리 맨 처음 입 맞출 때의/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당신의 어깨 너머//첫 닭이 운다/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닭이 울어서 해는 뜨는 것이다/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처음 눈 뜬 두려움 때문에/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우리가 울었기 때문에/세계가 눈을 뜬 것이다” 

안도현의 시 「닭이 울어 해는 뜬다」에는 이렇게 일반적인 통념과 반대되는 시구가 있다. 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게 아니다, 닭이 울어서 해가 뜨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엄마 배에서 나온 우리가 ‘응앙응앙’ 울었기 때문에, 이 세계가 눈을 뜬 것이다. 

조금 철학적이지만, 어쩌면 이달 뜬 새로운 해도 당신이 눈을 떴기에 떠올랐으며, 신축년 새해는 당신이 자리에서 일어났기에 밝았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올해는, 그리고 이 세상은 오직 뜨겁게 살아있는 당신을 위해서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2021년, 새해의 첫 장을 열어볼 주인공도 당신.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한 1월의 책장을 소개한다.

■ 스노볼
박소영 지음│창비 펴냄│472쪽│14,800원

영하 41도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살아가는 바깥세상 사람들과 ‘스노볼’이라는 보다 풍요롭고 통제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 소설에는 전혀 다른 두 세상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스노볼의 디렉터를 꿈꾸던 바깥세상 소녀 ‘전초밤’은 현역 최고의 디렉터 ‘차설’과 모종의 거래를 통해 스노볼에 들어가면서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나는 어떤 ‘나’로 살고 싶은지, 과연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명문장 

“내일의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허상을 흉내 낼 필요도, 나의 존재를 숨길 필요도 없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내일의 다음 날도, 그다음 날의 또 다음 날도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가슴 뛰게 했다.”(434쪽)

■ 열다섯 마리 개
앙드레 알렉시스 지음│김경연 옮김│삐삐북스 펴냄│276쪽│14,000원

토론토의 한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아폴론과 헤르메스는 근처 동물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던 개 열다섯 마리에게 인간의 지능을 부여한다. 그리고 ‘만약 동물이 인간의 지능을 갖게 된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내기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의식의 변화가 일어난 개들은 변화를 수용하고자 하는 파와 예전의 존재 방식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파로 나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작가는 몇몇 개들(매즈논, 프린스, 애티커스, 벤지)의 생각을 통해 실존주의와 헤겔의 변증법,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놀이, 종교, 죽음의 불가피성 등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책 속 명문장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개의 자질 가운데 하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애티커스가 마음속에 품고 있듯이, 개 중의 개는 실존해야 했다. 존재해야 했다.”(149쪽)

■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이수은 지음│민음사 펴냄│266쪽│16,000원

어떤 노래는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책 역시 그와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저자는 독자가 자신의 마음 상태에 맞는 고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주제별 독서 리스트를 제안한다. 가령 자존감이 무너진 날에는 『설국』과 『햄릿』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사표 쓰기 전에 읽는 책으로는 『달과 6펜스』 『변신』 『레미제라블』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고전이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다면, 당신의 기분에 맞는 고전들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 

책 속 명문장 

“그레고르의 변신은 자기 삶의 방식에 대한 몸의 거부다.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저지를 수 없었던 위반이고 탈선이며 저항이다. 너무도 간절히 사표를 쓰고 싶었던 한 남자는 쇠똥구리가 됨으로써 비로소 꿈을 이룬다. 당신의 소원이 진정 퇴사라면, 어느 날 아침 벌레로 눈 뜨기 전에 사표를 던져라. 지금 당장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달려가라.”(29쪽)

■ 음식에도 마스크를 씌워야 하나요
임선영 지음│마음의숲 펴냄│288쪽│15,000원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 KF94 마스크가 당신을 지켜줄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가 최상의 방어라면, 영양가 있는 음식 섭취는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강력한 ‘공격’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식사법을 소개한다. 오메가3와 오메가6, 비타민, 루테인 등 영양소와 보충제 섭취에 대한 조언도 담았다. 
 
책 속 명문장 

“코로나바이러스의 경고는 우리가 이미 마지노선에 섰음을 알려줍니다. 본질이 바로 서지 않으면 우리가 아무리 마스크를 쓴들 바이러스를 막지 못할 것이며, 몸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에까지 마스크를 씌우지는 못할 테니까요, 음식은 이제 산업의 관점이 아니라 생명의 관점에서 다시 다루어져야 합니다.”(272쪽)

■ 걸작과 졸작 사이
김이산 지음│반니 펴냄│508쪽│32,000원

이 책의 저자는 예술가들의 걸작과 그다지 조명받지 못한 작품을 비교·분석한다. 저자는 걸작의 조건을 생명력과 자유, 상상력 등 총 스물여섯 가지로 나눠 설명하며, 걸작의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 졸작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졸작을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 걸작이 예술가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치열한 노력의 산물임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수많은 졸작을 거쳐 비로소 걸작을 남기게 된 예술가들의 생애도 만나볼 수 있다. 

책 속 명문장 

“은유는 이성적 사고를 기반으로 삼지만, 알레고리는 상상력도 바탕으로 삼는다. 은유는 작품의 세부 요소를 표현하지만, 알레고리는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더 큰 개념이다.”(177쪽)

■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오찬호 지음│북트리거 펴냄│228쪽│15,000원

책의 부제는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이다. 그 부제처럼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사회의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면을 설명한다. 크게 세 개의 주제로 구분해 환경과 교육, 동물, 난민, 장애인, 노동자, 부동산, 정치 등에서 만연한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지적한다. 저자는 친숙한 것을 낯설게 보자고 제안한다. 익숙하지 않다고 외면하지 않는 개인이 많아지면 그 사회는 건강해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책 속 명문장 

“논란이 많다는 건 기존의 생각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89쪽)

■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조엘 레비 지음│엄성수 옮김│행북 펴냄│276쪽│17,000원

영국의 SF 소설가이자 역사가 J. G. 발라드는 50년 전에 “모든 것은 SF로 통한다. 현대의 SF 작가들이 오늘 발명하는 것들을 당신과 나는 내일 실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는 SF를 만들어낸 작가와 미래학자, 발명가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SF적 개념이 어떻게 현실에서 기술로 실현됐는지 그 과정을 이미지와 함께 보여준다. 가령 스마트폰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1966년 프레더릭 폴이 소개한 『우유부단한 사람들의 시대』에서 예견된 일이며, 휴고 건스백의 1925년 작 『랠프 124C 41+』에서 묘사된 ‘텔레포트’는 2006년 즈음 상용화된 ‘영상 통화’와 다르지 않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1964년에 “2014년이면 로봇들이 그리 흔하지도, 성능이 뛰어나지도 않겠지만 어쨌든 존재는 할 것이다”라며 ‘소비자 로봇 기술’에 대해 언급했다. SF를 통해 이미 도래한 미래를 재발견하고 다가올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책 속 명문장 

“로봇-뇌를 가진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경주될 것이다. 목적지만 정해주면 인간 운전자의 느린 반사신경은 전혀 개입할 필요 없이 직접 목적지까지 운전해서 가는 자동차 말이다.”(19쪽)

■ 우주를 만지다
권재술 지음│특별한서재 펴냄│328쪽│16,000원

이 책은 모래알보다 훨씬 더 세밀하고 작은 원자 단계의 미시세계부터 감히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우주 너머의 거시세계까지,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세상을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과학 에세이다.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과학 이야기뿐만 아니라 老 물리학자의 연륜이 담긴 인생에 대한 고찰을 읽을 수 있다. 모든 이야기의 끝에는 짧고 인상적인 시편이 적혀 있다. 

책 속 명문장 

“매 순간 우리는 선택을 한다. 이 선택의 결과가 밤하늘에 반짝이는 저 수많은 별이 되고, 우주가 되고, 오늘의 내가 된 것이다. 선택, 그것은 모든 존재의 존재 이유다.”(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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