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사는 그책] 코로나19로 핵전쟁·남북통일 일어난다?
[니가 사는 그책] 코로나19로 핵전쟁·남북통일 일어난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2.16 12: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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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다(buy)는 말에 어쩐지 산다(live)는 말이 떠오른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책을 사면서 그 책에 들어가 살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영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존 버거가 “이야기 한 편을 읽을 때 우리는 그것을 살아보는 게 된다”고 말했듯 말이다.
책을 산다는 행위가 그저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선다면 우리는 그 구매 행위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니가 사는 그책. 어느 가수의 유행가 제목을 닮은 이 기획은 최근 몇 주간 유행했던 책과 그 책을 사는 사람들을 더듬어본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핵전쟁이 일어나고 한반도는 적화통일 된다? 작가 김진명은 신작 『바이러스 X』에서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를 써 내려간다. 그 시작은 미국 플로리다 탤러해시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세기의 재판이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중국은 2019년 우한시 일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사람 사이에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줄 번연히 알면서도 이 사실을 세계보건기구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이 전염병이 발생한 사실을 은폐한 채 그 위험성과 전파력에 대해 전 세계에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들의 속임수, 은폐, 불법 행위는 전 세계적 전염병 창궐을 유발했고 특히 코로나19가 첫 발생한 이후 가장 중요한 몇 주간 중요 정보를 숨겨 수백만 명을 바이러스에 노출시켰습니다.” 

중국의 유죄 판결에 여론은 들끓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7개국 정상은 중국을 향한 강제 조치를 의결한다. 그들은 중국 내 모든 생물학 연구소와 실험실을 서구의 조사단에게 완전 개방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은 일언지하에 그 요구를 거부하고, 그것이 중국에 배상금을 덮어씌우기 위해 미리 짜진 각본에 불과하다고 반격한다. 날카로운 대립을 거듭하던 중 7개국 정상은 이제껏 한 번도 존재해 본 적 없는 지상 최대의 연합 함대를 구성해 남중국해로 향한다.   

바이러스와 인간 간의 전쟁이라고만 생각했던 코로나19가 국가 간 전쟁으로 번진다. 무엇보다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하고 사람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며 희생양을 찾는 극단주의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불러온 중국이 어느 나라보다 빨리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해버린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함대가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훈련을 벌이고, 시진핑은 궁지에 몰린다. 그러나 결코 원하는 대로 배상을 하거나 연구소나 실험실을 서구에 개방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면 정권을 잃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진핑의 손에는 핵 스위치가 들려있다.   

김진명은 이러한 코로나 發 세계 전쟁 시나리오에 한반도 통일을 얹는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시진핑의 최측근이 대안을 제시한다. “한미일 동맹을 깨뜨려야 합니다. 우리가 새로 한국, 베트남과 경제권을 구축하면 동북아를 향한 미국의 초점은 흐려지고 이번과 같은 봉쇄는 다시 일어나기 힘듭니다.” 한미일 동맹을 깨뜨리고 한국, 베트남과 경제권을 구축하기 위한 그의 묘수는 한반도 통일이다. 그는 시진핑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남한 정권은 통일지상주의로 치달리고 있습니다. 주석, 만약 통일이 이뤄진다면 한국은 어떤 모습이 되겠습니까? 민주주의일까요? 사회주의일까요? 아니면 섞을까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책상을 탁 친 시진핑은 곧 북한의 김여정을 불러들인다. “너희와 문재인이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조약들을 체결해 나가면 남한에는 반대할 세력도, 명분도 없어. 양측이 종전선언 하고 평화조약 맺고 통일협약 하고 통일선언까지 해버리는 거야. 그러면 너희는 남북 양측에서 영웅이 돼. 그리고 북한 인민 2,600만이 항상 너희 등 뒤에 있기 때문에 너희는 누구보다 강력한 지도자야. 너희는 통일된 한국의 대통령이 된다.” 통일 후 북한 인민들이 남한 주민들과 경쟁하게 되고, 일치단결해 김정은과 김여정을 지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남한에는 자본주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널렸다는 말도 덧붙인다.       

어디까지나 김진명의 상상이지만, 김진명의 전작들이 늘 그랬듯 ‘그럴듯한 상상’이다. 실제로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라는 오명에 유난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우한 이전에 이탈리아에서 먼저 코로나19가 유행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코로나19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호주에는 보복 관세를 부과해왔다. 지난달에는 수입 냉동식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를 부각하며 ‘코로나19 외부 유입설’을 주장하는가 하면, 중국과학원에서는 코로나19가 지난해 여름 인도에서 처음 발생했을 수 있다는 논문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와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출범을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 중국 책임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경고 아닌 경고를 하기도 했다. 중국은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중국이 궁지에 몰리면 오히려 남북통일을 원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흥미롭다. 과거 김진명은 줄곧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남북이 통일하면 한국의 민주주의가 중국에 수입돼 중국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그는 중국이 남북통일을 나쁘게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선회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전쟁이 일어나고, 그 여파로 통일된 한반도의 정권을 북측에서 잡는다? 상상하기도 싫은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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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진 2020-12-17 08: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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