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공생
[책 속 명문장] 공생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12.12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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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베란다 난간 위에 놓인 긴 화분의 나무에는 때늦은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렸다. 화분은 하늘을 날던 참새들이 ‘짹짹’ 소리를 내며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됐다. 토마토나무 주위에선 참새가 종종걸음으로 흙을 쪼고 있다. 마치 이 같은 참새를 반기는 듯 나무의 줄기는 늘 하늘을 향하고 있다.

토마토나무를 무언중 바라보다가 발걸음은 이내 베란다로 향한다. 주렁주렁 열매가 달린 토마토나무는 한 해 동안 암울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게 한다. 동시에 뿌듯한 마음도 갖게 한다. 심지어 참새들까지 불러들여 귀까지 즐겁게 해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라보게 된다. 

바람이 몹시 세차게 불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이날도 실내 자전거를 타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순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나무가 바람의 세기를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넘어지려는 모습이 창 너머로 보였다. 민첩하게 꽃삽과 긴 막대, 테이프 등을 챙겨서 응급조치를 했다. 세찬 바람 탓에 뿌리 쪽 흙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위로 솟구쳐 올라 있으며 뿌리마저 튀어나와 나무는 옆으로 쓰러지려 했기에 똑바로 세울 수가 없었다. 나무줄기를 대각선 방향으로 고정시켰다. 줄기가 본래의 모습대로 세워지지 않았지만 베란다 창밖의 울긋불긋한 수락산의 전경과 한데 어우러져 자리매김을 잘한 것 같다. 

코코피트를 처음 구매할 때 서비스로 준 ‘토마토 씨앗’을 긴 화분에 심을 때만 해도 이 씨앗에서 줄기가 나고 열매로 자랄 것이라는 기대는 조금도 하지 않았다. 너무나 작고 미미한 토마토 씨앗이었기에 어떠한 바람도 없이 씨만 뿌렸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긴 화분에서 작은 싹이 돋아났어도 바람에 흩날리는 잡초 정도로만 생각했다. 싹은 어느덧 새로운 줄기와 잎을 생성하며 자라기 시작했다. 키는 날마다 불쑥불쑥 자라났다. 급기야 노란꽃이 피더니 머잖아 열매마저 하나하나 맺히기 시작했다. 비로소 토마토나무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 무렵부터 참새가 날아와 토마토나무 주변의 벌레도 잡아주고 나무의 벗이 되어 주었다. 참새와 토마토나무는 서로 상부상조하며 어느덧 공생관계까지 유지하고 있었다. 토마토나무는 참새들에게 쉴 수 있는 쉼터와 먹이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했다. ‘님도 보고 뽕도 딴다’는 말이 실감 나게 나무 주변을 맴돌던 참새는 나무를 침해하는 곤충들을 모조리 쪼아서 잡아먹었다. 마치 토마토나무를 지켜주는 파수꾼과 같았다. 동식물이 공생코자 서로 어울리며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게 다가왔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당연시 여기는 자연의 모습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사실들을 품고 있음을 발견케 된다. 참새의 보살핌 덕분인지 차가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토마토나무는 내 주먹보다 더 큰 열매들을 조롱조롱 매달고 있다. 이처럼 나무의 열매가 잘 자라고 잎들이 풍성하게 된 것은 참새들과 함께 토마토나무의 배양토로 쓴 코코피트의 영향인 것 같다. 코코피트 속에는 거름의 3요소가 골고루 배합돼 있나 보다. 

나무를 기르면서 토마토나무에 비료를 따로 준 적이 없다. 다만 현재 기르고 있는 스네일들의 바닥재인 코코피트를 갈아주는 과정에서 이미 사용된 코코피트를 화분에 부어주며 잘 자라 주겠지 생각했을 뿐이다. 그 속에 스네일의 분비물과 먹던 사료들이 섞여 있었기에 참새들에게도 좋은 먹이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계절을 거슬러서 토마토나무는 새파란 잎을 지니며 잘 자라고 있다. 이는 그만큼 질소가 많이 들어 있음이다. 꽃이 잘 피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는 것은 인산이 넉넉한 탓이다. 칼륨 역시 풍부하므로 토마토나무 뿌리가 세찬 바람도 견고히 견디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동안 단순히 스네일의 집에 깔아주는 ‘흙’ 정도로만 생각했던 코코피트였던 만큼 별다른 관심을 쏟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 코코피트의 사용범위를 넓혀 활용하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물과 식물의 공생 및 조화에 대해서 새삼 관심이 쏠린 데는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 탓에 지구촌 곳곳에서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함께 생활하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각자의 생활을 요구하는 세태가 요즈음 현실이다. 언제쯤 고독의 긴 터널 속에서 빠져나오게 될지 알 수가 없다. 
그런 탓에 토마토나무와 참새가 보여준 공생관계가 유난히 새롭게 다가온다. <112~114쪽, 김순자(자경) 작가 「공생」>

<수필문학> 12월호
수필문학사 펴냄│180쪽│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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