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희생 따랐다”는 문 대통령... 추 장관의 검찰개혁은?
수사지휘권 “희생 따랐다”는 문 대통령... 추 장관의 검찰개혁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1.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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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우리나라 검찰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사건을 수사(수사권)하고 영장을 신청(영장신청권)하고, 기소(기소권)하는 권한을 모두 지닐뿐더러,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권한(수사지휘권)까지 갖고 있다. 거기에 영장신청권과 기소권은 검찰 독점권한으로 행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시행했던 식민지 사법 체계(해방 이후 일본은 수사권은 경찰, 기소권은 검찰에 부여해 각 권한을 분리함)를 해방 이후 별다른 개선 없이 그대로 수용했기 때문인데, 이런 검찰 조직은 이후 군부독재, 권력형 범죄 등에 악용돼 수많은 피해자(상황)를 낳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런 상황에 관해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책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군부독재나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검찰은) 수사와 재판이라는 형사절차를 동원해 반대파 정치인을 파렴치한 형사범으로 만들어 처벌(했다.) 합법 형식의 탄압(이었다)”며 “노무현 대통령 수사 등 과거 권력에 대한 가혹한 수사, 거의 복수에 가까운 수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정치권이 검찰을 견제, 감시할 수 있는 공식적이고 제도적으로 유일한 기구다. 검찰을 견제, 감시하면서 개혁하기 위해서는 법무부를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법무부는 검찰 행정을 지휘·감독한다. 이 기능은 검찰을 견제하는 측면에서 더욱 강화돼야 한다. (중략) 따라서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개혁에서 핵심적인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법무부 장관은 총 세명. 2017년 7월에 임명된 박상기 초대 법무부 장관이 2년 남짓 재임한 이후 조국 장관이 임명됐으나 한 달 만에 물러나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후 지난 1월 추미애 장관이 임명돼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각종 논란이 일고 있다.

추 장관의 검찰개혁 의지는 역대 어떤 장관보다 강하게 드러난다. 검찰 역사상 단 한 차례(2005년 6·25전쟁을 북한지도부의 조국통일 해방전쟁이라 주장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수사하려 하자 당시 천정배 장관이 불구속 기소를 지시함) 이뤄졌던 수사지휘권(법무부 장관이 특정 사건에 관한 검찰 수사를 지휘·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취임 이후 두 차례나 행사했기 때문. 첫 번째는 지난 7월 2일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간의 이른바 ‘검언유착’(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해 취재원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약점을 알아내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 사건, 두 번째는 지난달 19일 ‘라임자산운용 금융비리’(여야 정관계 인사가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융사기) 사건인데, 당시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철저히 수사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있다”는 이유로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수사를 지휘할 수 없고 최종 결과만 보고 받음)했지만, 이후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한 검사장의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보고 불기소를 권고해 수사지휘권 박탈 조처를 무색게 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할 정도로 중대한 사건인 줄 알았는데 외부전문가들은 그럴만한 사건이 아니라고 본 셈이다. 라임자산 사건 역시 수감된 피의자(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증되지 않은 증언(다수 검사에게 수천만원대 술접대를 함)을 토대로 (‘윤 총장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담당 수사팀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이 재차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면서 법무부의 검찰 견제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것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장관님은 범죄자들이 입만 열면 거짓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김봉현씨 입장에서는) 법무부와 검찰, 여야 간 싸움을 붙이니 얼마나 재미있겠나”라며 “교도소를 다녀보면 숨 쉬는 것 말고는 다 거짓말인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이들은 일단 거짓말을 하고 본다. 거짓말을 100개 해서 한두 개라도 통하면 이득이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 장관은 윤 총장이 각 지검에 특활비를 편파적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쓰고 있다. (대검이) 중앙지검에 특활비를 내려보내지 않아 수사팀이 고충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발언했지만, 여야당 의원들로 구성된 점검단이 대검을 방문해 확인해본 결과, 애초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추 장관의 주장과 달리 서울중앙지검에는 다른 지검보다 많은 액수(특활비 총액의 16%가량)가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후에도 추 장관은 “검찰총장의 쌈짓돈으로 돼 있는 것이 50억원에 이른다”며 “(검찰이 법무부에) 보고는 안 해서 모르지만 그것이 임의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추 장관은 검찰을 견제할 의도라지만, 정치인 장관이 ‘검찰개혁’을 이유로 검찰에 위력을 행사하는 듯 비치는 모습, 윤 총장 망신주기식 언행에 국회에선 여러 지적이 나왔다. 한편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변 태도도 문제된 바 있는데, 지난 7월 대정부질문에선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라고 답해 국회의장에게 경고를 받았다. 이런 태도가 지속되자 지난 10일 급기야 정세균 총리가 나서 “(추 장관이) 조금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는가. 사용하는 언어도 절제된 언어였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으나, 이틀 뒤인 지난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추 장관은 법무부의 특수활동비 관련해 질의하는 야당 의원의 발언을 끊고 자기 발언을 이어가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성호 예결위원장에게 “정도껏 하라. 다른 거 말씀하시지 마시고 질문 다 들으신 다음에 답변해 달라”고 지적받기도 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의 공동설문조사(지난 5일~8일, 유권자 1,002명 대상)에선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에서 추 장관의 잘못이 더 크다는 의견이 36%로 윤 총장의 잘못(24%)보다 높게 조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책 『운명』에서 “(과거 천 장관이 발동한 최초의) 수사권 지휘가 현명했는지 의문은 있다. 강금실 장관 때부터 법무부와 검찰개혁을 위해 비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 조직과 융화가 잘 안 됐다. 검찰을 통솔해서 개혁대열로 이끄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천 장관은 검찰 개혁 의지와 소신이 매우 강한 분이었지만 마찬가지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마당에 수사권 지휘 문제 때문에 검찰조직과 더 간격이 벌어지게 됐다. 끝까지 검찰조직과 융화하지 못했고, 검찰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웠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수사권 지휘로 인해 치른 희생도 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의 검찰개혁 의지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과정이 국민 눈높이에 어긋난다면 같은 희생을 또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우려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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