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칼럼] 무엇이 나를 만드는가?
[박흥식 칼럼] 무엇이 나를 만드는가?
  • 박흥식 논설위원
  • 승인 2020.11.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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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논설위원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박흥식 논설위원
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독서신문] “모든 인간은 ‘왜’라고 물을 때 위대함이 시작된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경영학자 중 한 사람인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묻는다. “무엇이 당신을 만드는가?” 당신은 질문을 잘하는 인간인가?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는가? 당신은 앞일을 깊이 생각하는 사색가인가? 당신은 당신의 미래를 예언하고 예측할 수 있으며 스스로 배우는 사람인가?

그는 또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찾고자 하는 모습. 내가 이루고자 하는 세상은 어디 있는가? 아침에 면도를 할 때, 또는 아침에 립스틱을 바를 때, 거울 속의 내 얼굴이 어떤 종류의 사람으로 보이길 원하는가?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나답게 살기 원한다. 하지만 ‘누구처럼 살고 싶다’고 따라 하고 흉내 내며, 그들처럼 되고 싶어 남이 가진 것을 바라기도 한다. 사람들은 생김새도 다르고, 기질, 취향, 개성도 다르지만 제각각 사는 모양은 엇비슷하게 닮았다. 이 말은 결국 저마다 생긴대로 살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사람들은 자기답게 살지 못하는가? 그것은 ‘자기’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남들을 흉내 내고 따라 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대부분 보통 사람은 세속의 방식을 따라 살아간다. 남들이 하는 대로 풍속과 유행을 따르며 살아간다. 남들이 남쪽에 집을 지으면 남쪽에 집을 짓고, 남들이 북쪽에 땅을 사면 다투어 북쪽에 땅을 사려 한다.

동양의 철학자 노자는 자기를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지혜롭다고 했다. 나라고 부르는 존재는 무엇이 만드는가? 노자는 “‘자기’와 ‘자아’는 만물의 시작점이요, 사물 궁극점”이라고 말했다. “자아의 하나는 본성이요, 정신이며, 몸 안에 가득 찬 도(道)이다”라며 자신의 실체를 존재로서의 도를 주장했다.

노자는 도법자연(道法自然)을 강조하는데 자연을 따른 것이 도라고 하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길 권했다. 욕심을 비우고, 이름도 없고, 형체도 없는 도를 따른다. 해가 뜨면 일어나 수족을 부지런히 놀리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든다. 그게 만물의 도다.

그 도를 따라 담담하게 살면 부족함이 없다. 애써 무리에 휩쓸리는 것을 삼가고, 입에 들어갈 밥을 내 방식으로 벌고, 자연의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합리주의와 이성 중심의 서양 사상은 보다 구체적인 인간, 구체적인 삶과 행복을 추구한다.

인간은 누구나 많은 얼굴을 갖고 있다. 어떤 분야에는 천재성을 갖고 있으나, 어떤 분야에는 열등한 능력을 나타낸다. 어떤 사람은 배우고 깨치고, 자신을 확장하며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깨지고 부서지고 넘어지며 패자로 살아간다. 비범한 사람은 긴 세월 동안 자기 관리를 통해 창조성을 개발하며, 성취를 이룬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누구와 이어져 있으며, 나의 가치는 무엇인가?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무엇이 당신을 만드는가?” 인간은 ‘왜’라고 물을 때 위대함이 시작됐다. 『실락원』의 저자 존 밀턴은 마흔두 살의 나이에 두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조명시설이 열악한 17세기에 밤낮으로 너무 많은 책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실명(失明)을 천명(天命)으로 여기고 집필에 매진했고, 딸들의 도움을 받아 대작 『실락원』을 저술했다. 아마도 밀턴은 후에 “나를 만든 것은 실명이었다”고 고백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영학의 그루인 피터 드러커는 “무엇이 당신을 만드는가”라는 물음에 무엇이라 대답할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드러커를 현대 경영의 원칙과 이론을 제시한 답을 가르쳐준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드러커는 자기를 만든 것은 ‘질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인생과 일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대답하는 삶을 살았다고 고백했다.

피터 드러커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집에 놀러 온 부모님의 친구들이 하는 대화, 즉 질문과 대답을 듣기 시작했고, 살롱에서 간혹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러커는 자신의 인생을 뒤바꿔 놓을 만한 큰 충격을 받았다. 그의 학창 시절 종교교육 시간 때 일이다. “죽은 후에 너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이 그의 영혼을 흔들었다.

만약 나에게 ‘나를 만든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아마 ‘책’과 ‘독서’라고 말할 것이다. 책은 책을 부른다. 그리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세상의 ‘길’을 찾고 있는 나에게 함께 걸어갈 든든한 친구는 책이 돼 줄 것이다. 나는 책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만든 것은 나를 기억하는 바로 당신이다. 나를 기억해주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사람은 나를 주시하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바람대로 이뤄진다.

혼자서 일하고, 스스로 성취하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 예를 들면, 소수의 위대한 예술가들, 소수의 위대한 과학자들, 소수의 위대한 스포츠 선수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성과를 올린다. 그러나 무엇보다 당신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당신은 만들어진다.

당신은 어떤가? 남들이 한다고 굳이 해서 안 되는 것을 따라 하는가.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남같이 출세하고 남처럼 부자가 돼서 떵떵거리며 사는 게 아니라 나답게 사는 것이다. 노자는 자아를 자연의 도(道)라 하고, 질박하며 이름도 없고 작은 것이라고 했다.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자각과 자연의 이치에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당신은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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