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먹은 음식이 당신의 OO을 말해준다
오늘 먹은 음식이 당신의 OO을 말해준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1.24 13: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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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가장 좋아하는 국가의 음식이 무엇입니까?’ 
영국 사회의 신분과 계층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사회학자들이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이국적인 음식을 알고 좋아하는 것을 자본주의사회에서 신분과 계층을 판단할 척도로 여긴 것이다. 돈이 많으면 해외여행도 더 자주 갈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질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음식과 관련한 질문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비단 신분이나 계층만이 아니다. 작가 정소영은 책 『맛, 그 지적 유혹』에서 ‘최근 어떤 음식을 먹었습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조금 다른 의미를 발견한다. 

가령 누군가 최근에 듣도 보도 못한 굉장히 이국적인 음식이나 남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었다고 답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포용성을 시사할 수 있다. 소설 『오베라는 남자』에서 오베가 먹은 ‘사프란 라이스’처럼 말이다. 너무나 외로워서 죽기로 결심한 고집불통 노인 오베는 옆집에 이사 온 이웃이 건넨 그 생소한 음식을 받아든다. 평생을 감자와 소시지만을 고집해온 그는 그 음식을 한동안 냉장고에 넣어두지만 결국은 꺼내 먹는다. 이웃이 딱딱하게 얼어있던 그의 마음을 녹였기 때문이다. 아내의 무덤가에서 오베는 “새 이웃은 밥에다 사프란을 넣어 먹어. 무슨 그런 일이 다 있는지. 외국인이야”라고 불평하지만, 독자는 그것이 불평이 아닌 타인에 대한 관심임을 안다. 

음식을 철학의 중심 소재로 삼았던 한 철학자의 말처럼, 음식을 먹는 행위는 나의 일부가 아닌 것을 내 몸으로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더욱이 평소 먹지 않던 이국적인 음식이나 남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나와 다른 것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일부로 만들 수 있는 포용성을 증명하는 일이다. 

누군가 최근에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을 먹었다고 답한다면 어떨까. 그 누군가는 삶의 질이 높은 사람일 수 있다. 2018년 한 심리학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박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더 많은 행복감을 느낀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658명의 참여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요리나 베이킹 같은 소소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열의를 가지고 다음 날을 기대하고 맞이했다. 

직접 요리하는 것이 행복감을 주는 이유는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상에서 무언가를 통제한다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밀가루, 설탕, 버터의 양을 재고, 필요한 만큼의 달걀을 깨뜨리는 등 실제로 요리하는 사람은 요리의 모든 과정을 통제한다. 가령 영국의 리얼리티 쇼 ‘그레이트 브리티시 베이크 오프’(The Great British Bake Off)의 2012년 우승자 존 웨이트는 베이킹을 통해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그로 인해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반면, 누군가가 편의점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사 먹었다고 답한다면 그 사람은 외로운 사람일 수 있다.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는 주 고객은 도시의 원룸 생활자, 독신자들이다. 요리해줄 누군가도 없고, 해 먹을 공간도 부족하고, 해 먹을 시간도 없는 경우가 많다. 혼자 살지 않더라도 가족이 편의점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면 각자가 너무 바빠서 서로를 돌볼 여유가 부족할 수 있다.            

사회학자 데보라 럽튼은 책 『Food, the Body and the Self』에서 화남, 불안, 보살핌, 실망, 역겨움, 당황, 좌절, 죄책감, 행복, 증오, 사랑, 향수, 분노, 혐오, 안도감, 위안의 감정이 모두 음식과 연관돼있다고 주장한다. 식욕은 “감정의 플레이버(flavour)가 들어간 허기”라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 굉장히 매운 음식을 먹었다면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으나 해소할 길은 음식밖에 없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소울 푸드’를 먹었다면 그가 필요한 것은 위안일 수 있다. 한 사람이 먹은 음식은 이처럼 그 사람에 대한 많은 부분을 이야기해준다. 당신은 오늘 어떤 음식을 먹었고, 먹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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