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그룹 ‘에스파’에 담긴 SM의 큰 그림
가상현실 그룹 ‘에스파’에 담긴 SM의 큰 그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1.0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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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에스파' 콘셉트 사진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이미예 작가의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는 오직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타들이 존재한다. 누군가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꿈속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꿈을 가상현실이라고 가정해보자. 만약 가상현실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타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최근 그런 ‘꿈속 스타’를 만들고 있다. 한명씩 공개 중인 신인 걸그룹 에스파(aespa)를 통해서다. 

그룹명 에스파는 ‘아바타 X 익스피리언스’(Avatar X Experience)를 표현한 ‘ae’와 ‘양면’이라는 의미의 영어단어 ‘aspect’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콘셉트가 이름에 담겨 있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 활동할지는 SM이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티저 영상 ‘마이, 카리나’(MY, KARINA)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영상에서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는 가상현실에서 태어난 자신의 아바타 ‘ae 카리나’(아이 카리나)를 만나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소통한다. 함께 춤을 추고, 토크쇼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는다.    

에스파의 멤버 아이 카리나(좌)와 카리나(우)

일반적으로 ‘아바타’라고 하면 영화 <아바타>나 소설 『스노 크래시』(아바타라는 용어가 처음 쓰인 SF 소설)의 아바타처럼 ‘현실세계의 나’가 ‘가상현실의 나’(아바타)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카리나와 아이 카리나는 서로 다른 외양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정체성도 다르다. 아이 카리나는 ‘아바타’라기보다는 가상현실에서 온 카리나의 ‘이란성 쌍둥이’ 혹은 ‘소울 메이트’에 더 가깝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같은 날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된 ‘제1회 세계문화산업포럼’(WCIF)에서 에스파에 대해 “가상세계 멤버들이 (현실세계 멤버들과) 서로 다른 유기체로서 (각자) AI 브레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하고, 조력도 해주고, 친구가 돼주고, 각자 세계의 정보를 나누고, 각자의 세계를 오가는 등 지금까지는 만날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개념의 스토리텔링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현실에 스타의 ‘분신’을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또 다른 스타를 만들겠다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SM의 큰 그림이 숨어있다. SM은 지난해 9월 자체 가상현실 플랫폼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니까 에스파는 SM이 만들어갈 자체 가상현실 플랫폼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일 유인책인 것이다. 에스파의 가상현실 멤버들을 보기 위해서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야만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제1회 세계문화산업포럼’(WCIF) 연설

그러나 에스파의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가상현실 스타’의 성공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분신’으로서 아바타의 성공은 최근 검증된 바 있다. 지난달에는 그룹 ‘블랙핑크’가 증강현실 아바타 앱 ‘네이버제트’에서 아바타 팬사인회를 열었는데 여기 4,6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참여했다. 미국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은 자신의 새 싱글앨범의 발매 기념 콘서트를 ‘포트나이트’라는 게임 안에서 열었다. 스콧의 아바타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 공연을 감상하기 위해 모인 접속자 수는 무려 1,230만명이었다. 

이때 블랙핑크와 트래비스 스콧 모두 ‘나= 아바타’였지만, 에스파의 카리나는 아이 카리나와는 동일시되지 않는다. 아이 카리나는 현실세계의 카리나와는 정체성이 전혀 다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꿈속 스타들처럼 오직 가상현실에만 존재하는 스타다.  

그러나 ‘가상현실 스타’의 성공이 허황된 꿈만은 아니다. 가상현실 세상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지난달 5일 온라인 연래 개발자 행사에서 말했듯 “메타버스(가상현실 세상) 시대가 오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처럼, 가까운 미래에는 사람들이 가상현실을 현실세계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가상현실에만 존재하는 스타들이 현실세계의 스타들만큼 인기를 얻을지도 모른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도전이, 단지 도전으로 끝날지 첫 성공이라는 열매를 맺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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