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속세 10조원을 보는 엇갈린 관점 
삼성 상속세 10조원을 보는 엇갈린 관점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1.0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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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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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부모는 살아생전 자녀를 먹이고 입히고 교육하며 바른 인성이라는 무형자산을 물려주고, 죽어서는 평생 일군 유형자산을 유산으로 남긴다.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라는 바람을, 대를 이어갈수록 더욱 번창하라는 희망을 담아서... 과거 이런 대물림은 ‘상식’으로 통용됐지만, 근대에 접어들어 ‘형평성’ 개념이 주목받으면서 유산에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상속세’다. 『흥부전』에서 유산을 독식한 놀부와 빈손으로 쫓겨난 흥부 사이에 존재하는 부의 격차를 전 국민으로 확대 적용해, 유산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형평성’을 도모하겠다는 것. 유산을 불로소득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부과해 부의 격차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인데,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10조 가까운 상속세가 발생하면서 상속세의 적정성이 주목받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상속세는 “재산 상속을 통한 부의 영원한 세습과 집중을 완화해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는 데 있다. 『국세청 40년사』에 따르면 국내 최초의 상속세법(조선상속세령)이 마련된 건 일제강점기인 1934년. 이후 1950년 3월 22일 정식으로 상속세법이 제정·공포됐는데, 당시 세율은 90%에 달했다. 일제 수탈로 국가재정이 바닥을 보여 세수를 창출할 필요가 있었고, 행정력이 부족해 소득세를 제대로 거둘 수 없어 사망 후 상속세로 한꺼번에 거둬들여야 했던 상황 등이 작용했다. 다만 이후 징세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점차 세율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박정희 정권 때는 기업 격려 차원에서 30%로 대폭 낮아졌다. 다만 이후 대기업들이 차명계좌로 돈을 빼돌리기 시작하면서 최대 75%까지 높아졌다가 현재는 50%(최대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세율을 적용했을 때 이건희 회장의 유족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상속액 약 18조2,251억원 중) 약 10조6,000억원. 받는 금액보다 세금이 더 많은 상황에 “상속세가 아닌 징벌세”라는 지적과 함께 지난달 25일에는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이 등장해 약 2만9,000명(2일 오전 11시 기준)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글에서 청원인은 “그 18조라는 돈은 세금(소득세) 다 내가면서 번 돈입니다. 어떤 나라가 세금을 두 번씩이나 때어갑니까”라고 주장했다.  

이런 이중과세 등의 문제로 인해 현재 OECD 37개국 중 13개국에선 상속세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상속세를 시행하는 24개국 역시 각기 다른 상속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그중 한국(50%)은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을 시행하고 있다. 그 외 국가로는 프랑스가 45%, 미국·영국이 40%, 독일이 30%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업을 승계한 경우 막대한 상속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회사 지분을 매도해 현금을 마련하기도 하고, 기업 주식 가치에 임의 변화를 줘 비자금을 마련하기도 하는데, 이런 행위 자체도 문제지만, 그런 행위로 인해 기업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이유에서 일부 국가에서는 가업을 ‘승계’할 때 상속세를 물리는 대신 자산(부동산, 주식 등)을 ‘처분’할 때 한꺼번에 세금을 물리는 ‘자본이득세’를 시행해 경영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내 기준을 적용하면 한번 상속에 상속자가 갖게 되는 기업가치는 40%대로 감소하고, 두 번 하면 16% 수준으로 감소해, 경영권 사수의 마지노선인 20% 아래로 하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영권 확보를 위한) 비자금 조성 등의 위법을 막기 위해 해외에서는 ‘차등의결권’(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 부여)을 시행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국내에선 아직 논의 단계다. 

이와 관련해 가업 승계 컨설팅 실무 지원 전문기업 마에스트로7의 최성환 대표는 “국내 상속세는 ‘가업’을 세금 부과 대상인 ‘재산’으로 간주한다. 대기업의 경우 50%의 세율에 20%를 할증해 상속세를 과세하니 실제론 상속 재산 100중에 60이 세금이다. 일본(55%)이 국내(50%)보다 세율이 높긴 하지만 공제제도가 잘 마련돼 실제 부담은 높지 않다. 일본에 100년 이상 된 기업이 5만 개나 되지만 국내는 한 자릿수인 이유”라며 “가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기보다는 고용 및 세수 책임의 대물림 관점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 가업 승계의 경우 상속세가 마련되지 않으면 개인 자산은 물론 회사의 이익 잉여금을 배당받아 납부해야 하는데, 이 경우 사업에 쓰여야 할 회사 유보금이 대량 유출되거나 상장사의 경우 주식 매각으로 인한 경영권 방어 문제로 기업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가업 승계 지원제도에서 제외된 국내 대기업의 경우 ‘상속세 때문에 해외 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고 몹시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상속 주식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환금성이 없는 주식인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업 승계 지원제도의 새로운 잣대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상속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양분된다. 상속을 “과거에 축적된 자산이 미래 세대의 운명을 사전에 결정해버리게 되면 미래 세대는 동일한 출발선에서 비슷한 기회를 꿈꾸며 경쟁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불평등의 세대 간 전이를 차단하는 것은 청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한 일”(책 『사회적 상속』 中)이라며 비관적으로 보기도 하고, “상속을 바라보는 우리의 (부정적) 시선은 ‘재산의 이전 내지 승계’에만 고정돼 있어서다. 상속을 상속인들에 대한 상속 재산의 성공적인 이전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책 『상속의 세계』 中)이라며 상속을 향한 부정적 시선을 염려하기도 한다. 

상속을 부의 대물림으로 보느냐, 가업 승계로 보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정부가 상속세를 거둬 그 재원으로 마련한 (상속 재산이 없는) 청년세대를 위한 지원책의 효과와 기업이 경영권을 사수하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의 무게에 관해서도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상속세가 10조원이 넘는 사상 유례없는 상황의 도래. 그 사회적 가치·효과를 두고 최선의 해법 마련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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