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악몽과 가위눌림에 자주 시달렸다. 남들은 ‘넌 별로 문제가 없는 아이 같다’고 했지만, 실상은 “지독한 우울과 두려움이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안개처럼 드리워 있었다.” ‘(서울대 나온) 똑똑하고 잘난 선생님이 왜 그렇게 자꾸 절망하고 자존감이 낮은지 모르겠다’는 말은 공격 의도가 없음에도 상처가 됐다. 저자는 항변한다. “똑똑한 사람들도 절망한답니다. 상처받는 것은 나약함의 표현이 아닙니다. 존재의 필연적 조건입니다. 우리는 상처받도록 설계됐습니다. 우리는 매일 상처 입습니다. 고로 존재합니다.”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저자는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트라우마, 방어기제, 자기효능감, 의미치료 등 심리학 개념을 하나하나 알아낼 때마다 벅찬 앎의 기쁨이 밀려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느끼는 불안과 우울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고, 많은 사람이 나처럼 매일 아픔을 경험하면서도 용감하게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그렇게 저자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성장, 아니 개성화를 이뤄냈다. 성장 대신 개성화란 말을 사용하는 건 “성장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그 반대말로 ‘발육부진’이라든지 ‘지체’ 같은 것이 떠오르”기 때문인데, 저자는 “우리는 항상 그렇게 위로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오히려 아래로 성장해야 한다. 위로 성장하는 것이 성공이나 경쟁을 통해서 가능한 에고의 확장이라면, 아래로 성장하는 것은 내면의 깊이가 풍요로워지는 것, 즉 셀프의 심화”라고 말한다.
아프지 않은 사람에게도 심리학이 필요한 이유, 트라우마를 지닌 내면 아이와 마주하는 법, 자기 안의 편향성을 극복하는 법, 중독, 분노조절 등에 관한 치유의 이야기를 전한다.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정여울 지음 | 은행나무 펴냄 │ 300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