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대’ 가고 ‘메타버스 시대’가 온다
‘SNS 시대’ 가고 ‘메타버스 시대’가 온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0.22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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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 포스터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The Metaverse is coming.”(‘메타버스’가 오고 있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지난 5일 온라인 연래 개발자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래에는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의 주류가 될 것”이라며 “미래의 메타버스는 현실과 아주 비슷할 것이고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처럼 인간 아바타와 AI가 그 안에서 같이 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가 그의 입에 주목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로부터 미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Metaverse)란 초월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와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아직 그 개념이 완전히 정립되진 않았지만 쉽게 말해 ‘가상현실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접속한 사람들은 현실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똑같이 할 수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젠슨 황이 언급한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 크래시』(1992)에서 처음 등장했다. 소설 속 인간들은 가상공간 메타버스에서 아바타(아바타라는 용어가 처음 쓰인 소설이기도 하다)가 돼 현실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활동한다. 메타버스를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예는 영화 <매트릭스>의 가상현실 세상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네오’는 어느 날 자신이 사는 세상이 실제가 아닌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역시 등장인물들이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에서 활동한다. 오아시스에서는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가 돼서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현실의 삶보다 오아시스에서의 삶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두 영화에 등장하는 메타버스의 공통점은 모두 현실 세상을 대체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젠슨 황은 “이미 우리는 마인크래프트나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에서 초기 단계 메타버스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타버스와 유사한 공간은 이미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그 공간을 즐기고 있다.       

전 세계에서 2,000만 개 이상 팔린 인기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대표적인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섬을 꾸미고, 타인의 섬을 방문하며, 그 섬들에서 돈을 벌고 취미생활을 즐긴다. 생일파티를 하거나 가상결혼식을 올리기도 한다. 미국 대선 후보 조 바이든의 선거캠프는 지난달부터 이 게임에서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다른 게임들과 달리 게임의 뚜렷한 목적은 없지만, 그렇기에 현실 세상과 더욱 비슷하다. 현실 세상에서도 우리는 뚜렷한 목적 없이 돈을 벌고 인생을 즐기지 않는가. 

가장 인기 있는 메타버스가 있는 게임으로는 ‘포트나이트’가 꼽힌다. 전 세계 3억5,000만명이 이용하는 이 게임은 본래는 3인칭 슈팅게임이지만, 메타버스로서의 기능도 한다. 가령 지난달 26일에는 그룹 ‘방탄소년단’이 이 게임에서 노래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뮤직비디오가 시작한다는 공지가 뜨자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지정된 공간으로 가서 뮤직비디오를 시청했다. 특정 아이템을 사면 캐릭터가 방탄소년단의 춤을 추게 만들 수도 있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자신의 새 싱글앨범 ‘THE SCOTT’의 발매 기념 콘서트를 포트나이트 안에서 열었다. 스콧의 아바타가 총 여섯 곡을 부르는 동안 캐릭터들은 점프를 하고 춤도 추며 공연을 즐겼다. 이 공연을 감상하기 위해 모인 접속자 수는 무려 1,230만명이었다.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지난해 1월 “우리의 최대 라이벌은 디즈니가 아니라 포트나이트”라고 한 말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토종 메타버스도 있다. ‘네이버’의 손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증강현실 아바타 앱 ‘제페토’다. 이 앱은 출시한 지 2년 만에 글로벌 가입자 수가 1억8,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에는 그룹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사인회를 열었는데 4,6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여기 참여했다. 한편, 지난 12일 네이버제트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로부터 1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The Metaverse is coming.” 젠슨 황은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메타버스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2003년 ‘린든랩’에서 공개해 여전히 운영 중인 가상현실 공간 ‘세컨드 라이프’는 지금까지 구현된 어떤 메타버스보다 메타버스에 가깝다. 이용자는 여기서 현실 세계에서 가능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작법이 너무 어렵고, 메타버스가 너무 넓어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단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용을 주저하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SNS가 인기를 끌면서 세컨드 라이프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갔다. 

그러니까 어쩌면 “메타버스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더 매력적인 메타버스를 만들어 낼 것이냐 만이 관건이다. 메타버스가 SNS를 대체하고, 급기야 사람들의 관심이 현실 세계보다 메타버스 쪽으로 더 기울어지는 미래의 어느 날,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와 같은 그 날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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