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책(衣食住冊)에 부는 ‘친환경’ 바람
의식주책(衣食住冊)에 부는 ‘친환경’ 바람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9.1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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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해 10월 출간된 책 『트렌드 코리아 2020』의 제작진이 예상한 2020년 트렌드 중에서 가장 적중도가 높은 트렌드는 바로 ‘필(必)환경’이다. 필환경이란, 그동안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그저 ‘좋은 것’이었다면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친환경을 선택해야 하는 시대라는 의미다. 이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 문제가 환경 파괴로 인해 일어났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올해 어떤 트렌드보다 대세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필환경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식품업계는 친환경 식품·포장이 대세 

가장 적극적으로 친환경을 받아들인 곳은 식품업계다. 곳곳에서 플라스틱과 비닐을 줄이는 포장을 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 식품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 동원F&B는 ‘양반김 에코 패키지’에 플라스틱 용기를 없앴으며, 온전히 종이로만 포장한 ‘올페이퍼 패키지’ 추석선물세트를 내놨다. 동아제약은 어린이 건강기능식품 ‘미니막스 정글’을 사탕수수로 만든 친환경 종이와 재활용 펄프로 포장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추석에만 플라스틱 86t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80t, 부직포 100만개를 줄인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친환경 추석선물세트를 생산하고 있다. ‘스팸’의 노란색 플라스틱 뚜껑을 없애고 겉포장까지 종이로 하며 포장지 잉크 사용량도 줄였다. 이외에도 풀무원 올가홀푸드는 친환경 포장재에 저탄소 인증을 받은 과일을 담아서 추석선물세트로 내놨다.

친환경 식품은 그 생산 과정에서 식물성 재료보다 상대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동물성 재료 사용을 지양한다.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신세계푸드의 ‘비건 베이커리’ ▲실제 고기와 유사한 식감의 대체육으로 만든 써브웨이의 ‘얼터밋 썹’ ▲최근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동물성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등 친환경 제품에 부여하는 인증)을 획득한 정식품의 ‘건강담은 야채가득 V19’와 ‘건강담은 야채과일 V19’ ‘리얼 자연담은 한끼생식’ 등이 대표적이다. 

의류업계는 친환경 디자인 개발 시작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패션업계도 속속 친환경을 내세우고 있다. 팀버랜드는 2030년까지 자사 모든 제품에 자원 순환을 염두에 둔 디자인을 적용하고,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 장기적으로 환경에 유익을 창출하는 농업 및 방목 방식)을 통해 생산된 천연소재만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코오롱몰’에 인간과 동물, 환경을 생각하는 국내외 패션 브랜드 30여개를 한데 모은 ‘weDO’(위두)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한세드림은 지난 9일 나이키키즈 ‘업사이클링 제로맥스’ 라인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해당 라인은 ‘플리스 후드티’와 ‘조거팬츠’로 구성되며 플라스틱병과 직물 조각, 낡은 옷과 신발에서 얻은 100% 재생 폴리에스터와 유기농 코튼 등 친환경 소재로 제작된다. 이 외에도 구찌, 멀버리 등 유명 명품 브랜드도 친환경 제품군 개발을 시작했다. 

건설업계는 친환경으로 ‘불황탈출’ 노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건설업계는 불황 탈출을 위해 친환경을 찾는 모양새다. SK건설은 최근 환경폐기물처리업체 EMC홀딩스를 인수했다. 이를 기반으로 리유즈(Reuse)·리사이클링(Recycling) 기술을 적극 개발해 친환경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중견건설사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6월 건설폐기물기업 인선이엔티 지분 23.83%를 1,00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지난 6월 사모펀드 운용사 이앤에프프라이빗에쿼티와 컨소시엄을 꾸려 사모펀드 운용사 맥쿼리PE로부터 폐기물 처리업체 코엔텍을 약 5,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이러한 움직임은 정부의 ‘그린 뉴딜’ 등 친환경 사업 확대 기조와도 맞닿아있다.  
       
서점·출판업계는 예스24·RHK가 친환경 선두  

서점업계에서는 예스24가 가장 활발히 친환경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예스24는 지난해 12월부터 매장 내 ‘그린카드(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카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그린카드로 중고도서를 구매한 고객에게 5%의 ‘에코머니’를 적립해준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북 리사이클링’ 프로젝트 ‘기북 앤 테이크’(대학생들이 더 이상 읽지 않는 전공 및 교양서적 등 다양한 도서를 자유롭게 교환하는 행사)를 후원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자사 중고서점에서 종이 영수증을 전자 영수증으로 대체했다. 지난해 3월에는 택배 배송 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줄이는 ‘친환경 배송 박스 포장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데 이어 지난 8월 동일한 시스템 2호기를 도입했다. 한편, 출판업계에서는 RHK 출판사가 지난 7월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국내 최초로 FSC 인증(국제산림관리협의회의 친환경 인증)을 받아 출간해 귀감이 됐다. 

의식주, 그리고 책까지. 친환경은 이렇게 어느새 기업들의 ‘필요’에서 ‘필수’가 돼가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0』 제작진은 말한다. “이제 기업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고객에게 일관되고 진정성 있는 필환경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환경 관련 이슈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2020년, 구호만 외쳐대는 친환경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환경으로 승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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