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희망’을 찾는 책… 국립중앙도서관 9월 사서추천도서
코로나 시대 ‘희망’을 찾는 책… 국립중앙도서관 9월 사서추천도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9.07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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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유행이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인데,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감염병 유행이 사람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는 모양이다. 과연 코로나19는 종식될 수 있을까. 그야말로 누군가의 말처럼 앞으로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상상에 불과한 것일까.  

‘희망고문’이라는 말이 있다. 희망이 있어서 오히려 힘들다는 말인데, 요즘은 그런 희망이라도 만나보고 싶은 심정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 그럼에도 책은 말한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언제나 희망은 존재한다고.  

“살아 있는 동안에는 희망이 있다.” 고대 로마 철학자 키케로는 적었다. “인간은 살아 있는 한 모든 것을 희망할 수 있다.” 동시대 철학자 세네카도 마찬가지. 독일 철학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우리의 운명은 겨울철 과일나무와 같다. 그 나뭇가지에 다시 푸른 잎이 나고 꽃이 필 것 같지 않아도, 우리는 그것을 꿈꾸고 그렇게 될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적었다. 프랑스의 극작가 알렉상드르 뒤마는 “모든 인간의 지혜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기다림과 희망이다”라고,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장애를 극복하고 위인의 반열에 오른 헬렌 켈러는 “희망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만질 수 없는 것을 느끼며, 불가능한 것을 성취한다”고 적었다. 

“처음엔 사람들은 신기한 새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다음엔 그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희망하기 시작한다. 그다음엔 그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다음엔 그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목격한다. 그다음엔 그 일이 수 세기 전에는 왜 일어나지 않았는지 온 세상이 궁금해한다.” 영국 소설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글도 있다. 일상에서 희망을 찾기 어렵다면, 책을 펼쳐보자. 그곳에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국가대표 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의 사서들이 추천한 9월의 책을 소개한다.   

■ 작은 동네
손보미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314쪽│14,000원

평범하게 살던 주인공은 남편 회사에 소속된 배우 윤이소의 갑작스러운 실종과 아버지의 등장, 임종 전 어머니가 쏟아낸 말들로 혼란스럽다. 그리고 문득 자신의 이해할 수 없는 과거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담장을 높게 쌓아 올리고, 대문을 항상 굳게 닫아놓은 채 동네 사람들과 교류하기를 거부했다. 매일 그와 등하교를 함께 하고 그가 단소 대회에 나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고 싶었던 주인공은 그래서 자신의 ‘실종’을 계획한다. 그러나 그 ‘실종’ 시도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고, 주인공과 어머니는 동네를 떠나야만 했다. 소설의 현재는 점차 과거와 엮이며 어떤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관련 없어 보이던 인물과 이야기들은 한데 묶이며 진실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마침내 마주한 그 진실은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마자 다시 첫 장을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는 책이다.  

책 속 한 문장

“누군가가 내게 ‘그런데 당신 누구라고요?’라고 물으면 나는 어떤 식으로 대답할 수 있을까?”(268쪽)

■ 어두운 숲
니콜 크라우스 지음│민은영 옮김│문학동네 펴냄│368쪽│14,500원

젊은 시절 넘치는 욕망과 의지로 막대한 부와 명예를 쌓은 변호사 옙스타인, 그는 노년에 이르러 부모의 죽음과 아내와의 이혼을 겪으며 공허함을 느낀다.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니콜은 남편과의 소통에 벽을 느끼는 아내이자 창작의 어려움을 겪는 소설가다. 인생의 방향성을 상실한 채 삶의 회의감에 빠져있던 두 주인공은 어느 날 무언가에 이끌리듯 자신들의 생의 뿌리가 시작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한다. 텔아비브에 도착한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경험하며 삶의 근원을 뒤흔드는 물음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독자로 하여금 인간사를 통찰하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책 속 한 문장 

“사람들은 태양 아래 있는 온갖 것을 이해하느라 온종일 정신없이 바쁘다. 자신들, 다른 사람들, 암의 원인, 말러의 교향곡, 고대의 재난 등 온갖 것을. 하지만 이제 나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이해의 강력한 물살을 거슬러 반대 방향으로 헤엄치고 있었다.”(121쪽)

■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제레드 쿠니 호바스 지음│김나연 옮김│토네이도 펴냄│400쪽│17,000원

이 책은 뇌과학을 통해 우리의 뇌가 가장 잘 이해하고 배우고 기억할 수 있는 방식과 그 원리를 알려준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책 곳곳에 설계해둔 실험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직접 느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예를 들어 ‘멀티 플레이어가 능력 있는 사람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저자는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나오는 말을 동시에 이해하려 노력해보자”라는 제안을 한다. 이러한 실험에 참여함으로써 독자는 뇌가 두 가지 이상의 정보 흐름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직접 해볼 수 있는 실험을 통해 더 나은 이해에 다가가는 흥미로운 뇌과학책이다. 

책 속 한 문장 

“악기 연주를 배워라.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보라. 계속해서 새롭고 신기한 것들에 뛰어들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다 보면 마음이 유연해지고 기억력도 활발해질 것이다.”(362쪽)

■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이채훈 지음│혜다 펴냄│356쪽│16,000원

클래식 음악을 사랑해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게 됐다는 저자가 한평생 클래식 음악과 함께하며 얻은 기쁨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엮은 책이다. 아버지와 갈등을 빚었던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 이야기, 사람보다 자연을 사랑했던 베토벤 이야기, 교향곡 연주 중에 청중에게 장난을 쳤던 하이든 이야기, 동성애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차이콥스키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가득하다. 삽입된 QR코드를 통해 책에 소개된 음악을 바로 감상할 수도 있다. 

책 속 한 문장

“이 책은 … 인생의 한 구비를 돌아온 지금, 제 삶을 풍요롭게 해 준 음악가들과의 만남, 그 축복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정리한 글들입니다.”(6쪽) 

■ 콘텐츠가 전부다
노가영 외 2인 지음│미래의창 펴냄│300쪽│16,000원

하루에만 전 세계 사람들의 10억 시간이 유튜브에서 소비된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OTT(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시장을 질주하던 넷플릭스는 원조 콘텐츠 재벌 디즈니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팟캐스트 시장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애플은 오직 애플 뮤직에서만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을 엄선하고 있다. 
지금 시장의 생태계는 플랫폼이 주도하던 판에서 콘텐츠가 주도하는 판으로 바뀌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플랫폼이 소외되거나 열위가 되지는 않을 것이나, 이제는 콘텐츠의 차별화가 플랫폼을 결정하며 콘텐츠가 더 이상 플랫폼의 부속품이 아닌 독립적인 사업 모델이 됐음을 뜻한다. 저자들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미디어 시장의 현실을 분석하고 관련 문화 현상을 설명한다. 어디에서도 접하기 힘들었던 현장 정보와 치밀한 분석, 천문학적인 수치가 말하는 남다른 ‘부(富)의 규모’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산업 최전선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살펴보자. 

책 속 한 문장

“향후 형국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콘텐츠 IP를 대거 보유한 자가 자신의 OTT 서비스를 통해 중개인 없이 콘텐츠를 고객에게 바로 전달하는 ‘콘텐츠 직접 판매’고, 둘째는 이러한 콘텐츠 판매 구조의 보편화가 콘텐츠 지식재산권을 다량으로 갖고 있는 스튜디오 사업자들을 협상의 우위에 올릴 것이라는 점이다.”(71쪽)

■ 5년 후 나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이용덕 지음│토네이도 펴냄│328쪽│17,000원

5년 후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책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꿈을 찾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강조한다. 
37살 젊은 나이에 미국 반도체 회사의 한국 지사 대표가 된 저자는 자신이 만난 멘토와 멘티의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긴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결국 성공에 이를 수 있다’고 역설한다.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마음속에 있는 꿈을 꺼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보자.

책 속 한 문장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면서 꿈의 항해를 계속해 나간다면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항해에서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85쪽)

■ 있어빌리티 교양수업 : 생활 속의 물리학 
제임스 리스 지음│박윤정 옮김│토트 : 북새통 펴냄│216쪽│15,000원

이 책에 담긴 물리학 지식들은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들을 해소한다. 왜 식물은 모두 초록색인지, 왜 자동차는 쌩하는 소리를 내며 달리는지, 왜 우리는 대기가 누르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지, 어디까지 하늘이고 어디부터 우주인지 등의 질문에 답하는 기본적인 물리학 지식부터 모든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중력이 빛의 속도로 이동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설명하는 다소 어려운 물리학 지식까지 쉽게 풀어낸다. ‘있어빌리티’(남들에게 있어 보이게 하는 능력을 뜻하는 신조어)라는 제목이 붙은 것처럼 책에 담긴 물리학 지식들은 대화가 뚝 끊긴 어색한 순간 당신을 세련된 교양인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지구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일정한 중력의 영향을 받는데 이 중력은 지구 밖의 존재와 비교할 때 우리의 시간이 더 느리게 가도록 만든다. 당신이 더 높이 올라갈수록 중력의 힘은 약해지므로 시간은 빨라진다. 말하자면 에펠탑과 같은 높은 곳의 꼭대기에서는 시간이 더 빨리 간다는 뜻이다.”(45쪽) 

■ 코로나 시대, 식품 미신과 과학의 투쟁
에런 캐럴 지음│김홍표 옮김│지식공작소 펴냄│520쪽│25,800원

이 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건강한 삶을 위한 식생활 지침서다. 의사이자 유명 칼럼니스트인 저자에 따르면, 상식으로 먹고, 뜬소문에 먹고, 습관으로 먹고, 속아서 먹는 사람들은 팬데믹 같은 상황에서는 더 이상 건강할 수 없다. 저자는 글루텐, 콜라, GMO, MSG 등 사람들이 보통 나쁜 음식이라고 믿고 멀리하는 열한 가지 음식을 조사해 진실을 밝혀낸다. 오랜 세월 인간이 먹어온 음식,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개발된 음식, 사회적 편견 때문에 악명을 뒤집어 쓴 음식들이 주홍글자의 누명을 벗고 과학의 식탁에 오른다.

책 속 한 문장

“우리는 자기 자신 스스로 자기가 먹는 음식에 대해 철학을 가져야 한다. 음식에 대해 철학을 세우는 것이 곧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준다.”(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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