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시골로 향한 어느 작가 이야기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포토인북] 시골로 향한 어느 작가 이야기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9.06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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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5년간 역사소설과 사회파소설을 써온 김탁환 작가의 르포형 에세이다. 더 빨리 더 많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신이 글 쓰는 기계가 됐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작업실을 벗어나 자신과 세상을 향한 질문을 품은 채 지방 곳곳의 ‘마을’로 향했다. 그중 가장 많이 닿은 곳은 전라남도 곡성. 책에는 그 곳에서의 소중한 만남과 마을을 샅샅이 어루만진 끝에 도시소설가에서 마을소설가로 변모한 저자의 심정이 담겼다.

적지 않은 인생의 난관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새로운 모험을 시작해야 할까. 이 정도에서 평온한 길로 방향을 틀까. [사진=ⓒ 임종진] 

내가 아는 선배 소설가는 쉰 살이 되자 자신의 문학 인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 나이에 닿은 나는 소설가로서의 후반생을 거듭 그려봤다. 빠르게 바뀌는 디지털 문명을 따라잡기엔 늦고, 생사고락의 통찰을 갖기엔 아직 일렀다. 실패하면 또다른 기회를 얻긴 어렵고, 성공의 길이 선뜻 보이지는 않았다. <23쪽> 

당신의 고향 마을은 무사한가. 졸업장을 받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시 간 적은 언제인가. [사진=[사진=ⓒ 임종진] ]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에겐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 하지만 시시각각 달라지는 것이 또한 세상이다. 사라지는 것과 사라지지 않은 것과 사라져가는 것을, 여유를 갖고 반복해서 정성껏 들여다보지 않는 한 감지하긴 어렵다. <65쪽>

사람과 동식물이 만나는 장이면서 또한 동식물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시간. [사진=[사진=ⓒ 임종진]

숫기러기들 싸우는 거 보신 적 있습니까? 정말 목숨을 걸고 죽일듯 달려듭니다. 살이 찢기고 피가 튑니다. 너무 심하게 싸우면 제가 끼어들어 말리기도 하죠. 한데 마침 그때 미실란에 급한 용무가 많아서 하루이틀 신경을 못 썼습니다. 우리에 갔더니 숫기러기 두 마리가 쓰러져 있더군요. 진 쪽도 이긴 쪽도 힘을 다 쏟는 바람에 제 대로 움직이질 못했습니다. <198쪽>

[사진=[사진=ⓒ 임종진] 

다르다고 물리치지 않고 느리다고 타박하지 않고 어리다고 얕보지 않고 늙었다고 무시하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 걸어온 삶의 무늬를 본다. 듣는다. 어루만진다. 거대해지기를 꿈꾸지 않는다. 결실을 꿈꾸되 봄부터 가을까지 땀 흘려 일한 만큼만 갖는다. 다 갖지 않고 직원과 이웃과 동식물과 나눈다. 거대한 존재를 만나더라도 주눅 들지 않는다.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미실란만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꾸린다. 손 내밀 사람을 찾고 내민 손은 기꺼이 잡는다. 따스하다. <246쪽>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김탁환 지음 | 해냄출판사 펴냄│328쪽│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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