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시선의 권력과 응시의 도발 『문학의 시각성과 보이지 않는 비밀』
[책 속 명문장] 시선의 권력과 응시의 도발 『문학의 시각성과 보이지 않는 비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9.0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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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우리 시대는 프롤레타리아도 민중도 저항의 주체가 되기 어려워진 시대이다. 이제 사회적 타자는 아무런 무기도 없이 무장해재됐다. 실직자, 루저, 난민, 보트피플은 저항의 선봉에 설 수 없는 비천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저항이란 폭력에 대한 대항폭력이 아니라 은유적 정치를 통해 물밑의 연대를 생성하며 권력의 캐슬을 뒤흔드는 행위이다.<15쪽>

감각과 시각의 권력관계는 단순한 감성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감각적 불평등성은 우리의 정신을 관통해 존재 전체에 작용한다. 그 때문에 시각적‧감성적 권력이란 인격성과 연관된 존재론적인 영역의 권력이다. 그런 존재론적 권력은 우리 사회에서처럼 인종과 계급, 젠더가 서로 중첩된 공간에서 크게 부각된다. 단지 계급적 차별에 초점을 두는 논의는 존재론적 폭력을 행사하는 시각적 차별의 중요성을 감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종‧계급‧젠더 영역에서 중첩된 모순을 경험해온 우리는 시각적‧존재론적 권력에 주목해야만 과격한 인격성 영역의 폭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26쪽>

질주의 독재는 시선의 독재를 낳으며 필경 경제적 차별과 함께 시각적 불평등성을 야기한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시각적 불평등성이 새로운 차원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와 후기자본주의는 인격성의 영역을 상품화했기 때문에 인격의 토대인 시각적 프리즘 자체가 위기에 처하게 됐다. 시각적 프리즘의 영역이 상품화되면 사랑과 친절조차도 매혹적으로 상품화된다.<321쪽>

오늘날 우리는 두 개의 시각적 장면들 속에 있다. 한쪽에는 강대국의 캐슬과 자본의 물신화, 경제제재, 자본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다른 쪽에는 을들의 연대. 동북아 철도 공동체, 평화 프로세스가 놓여 있다. 전자가 사다리를 망가뜨리며 타자를 추방하는 반면 후자는 추방된 타자들을 이웃처럼 가까워지게 한다. 신자유주의 이념인 자본의 유토피아가 다함께 잘사는 나라라면 그것의 현실화는 캐슬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의 질서 신자유주의를 넘어선다. 산상의 인문학을 대신해 다시 출현한 평화와 평등의 프로세스는 신자유주의를 끌어안고 넘어서며 잉여적인 월경을 실현한다. 다시 전쟁이 가능한 나라가 상상계의 꿈이라면, 무기가 필요 없는 평화 공동체는 혐오 시위와 경제 전쟁에 맞서는 ‘전쟁 없는 실재계적 저항’ 코페르니쿠스적 선회일 것이다.<545쪽>

『문학의 시각성과 보이지 않는 비밀』
나병철 지음│문예출판사 펴냄│560쪽│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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