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음악을 사랑하는 새로운 방법 『음악을 입다』

2020-08-10     송석주 기자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이 책에는 언제까지나 팝 키드로 살고 싶은 저자가 그동안 수집한 뮤직 티셔츠를 통해 풀어내는 음악과 앨범, 공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한 장의 티셔츠에 새겨진 저자의 음악 이야기는 음악 애호가로서의 진면모를 느끼게 한다. 스트리밍 시대에 음악을 사랑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책.

제프 백의 숱한 걸작들 중에서도 이 앨범이 내게 조금 더 특별한 것은 이전 앨범과 조금 다른 전개 때문이다. 그는 보통 정공으로, 담백하게 시작해 다양한 사운드를 시도하며 끝을 맺었다. 그러나 이 앨범에는 소리의 실험이 아니라 드라마가 있다. 서정적인 첫 곡 ‘Corpus Christi’에 이어 장중한 심포니 ‘Hammerhead’ ‘Never Alone’과 익숙한 명곡 ‘Over the Rainbow’가 마치 한 쌍처럼 흘러나온다.<60쪽>

부슬비가 내리는 바닷가, 세찬 바람에 휙휙 누웠다 일어나는 억새와 오름, 그런 제주에서 티셔츠 사진을 찍으면 곧잘 마음에 드는 이미지가 나왔다. 그때의 가족 여행 이후, 난 제주도를 내려갈 때마다 일종의 루틴이 생겼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몰고 남쪽으로 내려갈 땐 비치보이스를, 그리고 서귀포에서 남서쪽의 해안도로를 천천히 드라이브할 때는 어김없이 슬로다이브를 듣는다. 그리고 입는다.<134쪽>

지미 헨드릭스의 브라바도 티셔츠였다. 고민의 과정이 어찌됐건, ‘록 페스티벌 하면 그래도 지미 헨드릭스지’하는 무의식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한편으론 올해의 무대에서 누군가 왕년의 지미처럼 기타를 불태워 버리는 파격을 연출해 준다면, 혹은 애국가의 창의적인 변주 같은 걸 연주하면 얼마나 신선할까 하는 공상도 해본다. ‘힐링하러 오세요’라며 갈수록 유순해지는 이 땅의 뮤직 페스티벌이지만, 지미의 티셔츠를 입고 나의 마음은 1969년의 우드스탁으로 향해 가고 있다.<184쪽>

『음악을 입다』
백영훈 지음│브릭스 펴냄│280쪽│1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