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편집자, ‘책의 부모’ 『편집자의 일』

2020-08-10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흔히 어떤 책을 볼 때 저자만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사실 책의 많은 부분은 편집자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다. 비유하자면 편집자는 부모다. 부지런히 새로운 글과 말의 영토를 탐문해 발견한 저자의 아이디어를 먹이고 키우고 좋은 옷 입혀서 세상에 내놓는다. 그러고도 끊임없이 뒷바라지한다. 좋은 편집자가 되는 것은 좋은 부모가 되는 것과 같다. 

“일에는 배울 수 있는 영역과 배울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기술은 배울 수 있지만 애초에 편집자에게 필요한 기술은 거의 없다. 그러니 책은 만들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만들면 된다.” 일본의 유명 편집자 츠즈키 교이치는 이렇게 말했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은 편집자가 되는 일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좋은 부모가 되는 일처럼 좋은 편집자가 되는 일은 답이 없는 답을 계속해서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

고미영 이봄 대표는 “좋은 경험도, 나쁜 경험도, 실패도, 작은 성공도… 모두 경험해야 해요. 그 경험을 기획과 편집에 녹여내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김수한 돌베개 편집주간은 “편집은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넘치는 부분을 덜어내는 ‘균형’ 감각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박활성 워크룸 프레스 대표, 신승엽 1984 편집장, 윤동희 북노마드 대표, 전은정 목수책방 대표가 저마다 답을 내놓는다. 저자를 섭외하고, 기획하고,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책을 홍보하는 일에 대한 답도 담겨 있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방법이 다 다르듯 이들의 답은 각기 다르고 열린 결말의 형태다. 어쩌면 좋은 편집자가 되기 위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정답이리라.         

『편집자의 일』
고미영 외 5인 지음│북노마드 펴냄│196쪽│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