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인문지리학의 선구자가 밝히는 『산의 역사』

2020-07-30     송석주 기자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산은 어떻게 지구를 움직이고, 인류의 삶을 구원했는가?’ 이 책은 위와 같은 물음을 던지며 독자들을 산의 세계로 초대한다. 지리학자이자 사상가인 저자는 산의 기원과 물리적 성격은 물론 돌의 결정과 화석, 숲의 생성, 기후 변화, 산짐승의 움직임 등을 살피며 산을 둘러싼 신화와 숭배, 인류와 마주한 현재의 모습까지 깊이 파헤치고 있다.

나는 혼자 지낼 곳을 찾아 산길을 따라 걸었다. 길이 높아질 때마다 아래쪽 오솔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작게 보였다. 오두막집마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푸르스름하고 뿌연 안개에 덮여 발아래 마을은 반쯤 보이지 않았다. 안개는 천천히 위로 퍼지면서 숲 주변에서 흩어졌다.<8쪽>

산맥 대부분이 용암과 같은 식으로 솟아났다고 할 때, 땅속에서 그 모든 복합 성분이 솟아오른 이유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보통은 지표면이 식으면서 벌어진 수축 작용 때문이라고들 이야기한다. 태초에 지구는 뜨겁고 거대한 액체 금속 방울 같은 것이었다. (중략) 용암은 땅속의 갈라진 틈으로 솟아난다. 마찬가지로 화강암과 반암 또 기타 비슷한 암석들도 갈라진 지표면을 뚫고 나왔을 것이다.<46~47쪽>

산을 파괴하는 것들 가운데 산사태의 힘이 가장 세다. 범람하는 물처럼 흙과 바위 조각을 한꺼번에 휩쓸어 버린다. 더구나 눈더미 아래층의 눈은 녹으면서 무거운 힘으로 더욱 깊은 골과 웅덩이를 파면서 토양을 진흙으로 바꾸어놓는다. 흙은 땅속 깊은 곳까지 물처럼 유연하게 흘러내린다. 흙탕물은 긴 비탈을 따라 내려와 오솔길을 트고, 바윗덩어리들을 흩어놓고, 숲과 집까지 쓸어버린다. 산 전체의 사면은 눈에 젖어 덩어리째 밭과 숲과 주민과 함께 미끄러져 내린다.<113쪽>

『산의 역사』
자크 엘리제 르클뤼 지음│정진국 옮김│파람북 펴냄│240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