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 왜 유명할까? 

2020-07-08     서믿음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막 미소가 사라지고 있는 듯한 찰나의 표정과 눈망울, 입술의 생기 어린 느낌"을 풍기는 10대 후반의 소녀는 '북구의 모나리자'라 칭송받는 그림 '진주 귀고리 소녀'의 주인공이다. 눈길을 끄는 매력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작품인데, 이 그림을 그린 이가 17세기 네덜란드 3대 화가로 손꼽히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다. 그는 생전에 델프트에서만 활동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사후에는 거의 잊히다시피 했지만, 19세기 말 재발견돼 20세기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미술사학자이자 비평가인 테오필 토레뷔르거는 그를 두고 "델프트의 스핑크스"라고 했는데, 문화콘텐츠 전문가인 전원경 박사가 그의 다양한 면모를 책에 담아 소개한다. 

푸른 옷을 입은 여인은 아마도 남편이 보낸 편지를 읽고 있다. 여인의 얼굴에 그리움과 기쁨 그리고 남편과 배 속의 아이를 곧 만나리라는 희망이 엿보인다. 여인이 입은 치마의 노란색과 웃옷의 푸른색은 페르메이르가 즐겨 쓴 책이다. 특히 메르메이르의 푸른색은 당시 금보다도 비싼 라피스라줄리를 갈아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선명한 느낌이 살아 있다. <12쪽> 

남아 있는 페르메이르의 그림 중 가장 큰 작품이며, 또 유일한 종교화이기도 하다. 페르메이르는 이 그림에서 공간 가운데 있는 예수에게만 빛을 내리쬐게 하고 마르다와 마리아의 얼굴에는 그늘을 드리워서 그림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중략)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온 예수의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그릴 때 화가들은 대개 샐쭉해진 마르다의 얼굴 표정을 부각시킨다. 이 장면은 어떤 갈등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은 조금 다르다. 이 그림 속에서 예수는 평범하지만 부드러운 표정의 남자다. 그는 오른손을 마리아에게 내밀며 시선은 마르다를 향하고 있다. 마르다에게 무언가를 말하는 모습이다. <29~31쪽>  

차분하고 고요한 골목길의 풍경이다. 낡았지만 깨끗이 정돈된 두 채의 집이 나란히 서 있다. 이 그림이 그려진 지점은 페르메이르의 생가에서 멀지 않은 플라밍 거리 40~42번지 사이로 추정된다. 페르메이르는 두 채의 집은 꼼꼼하게 그린 반면, 네명의 등장인물은 마치 그림 속 정물처럼 간결하게 표현했다. 이 그림 속 두 아이는 페르메이르의 실제 자녀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중략) 페르메이르는 왜 이 장면을 그리기로 결심했던 것일까? (중략) 아마도 페르메이르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일상은 이토록 평온하게, 그리고 근면하게 흘러간다'는 이야기 말이다. <120~121쪽> 

무엇이 이 조촐한 작품을 그토록 유명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도드라지는 건 생동감이었다. 제목은 '진주 귀고리 소녀'지만 그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소녀의 눈과 입술이었다. 물기 머금은 연회색의 눈망울이 진주보다 더 명징하게 빛났다. 어깨 너머로 돌아보며 보는 이와 눈을 맞추는 소녀는 금세라도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을 할 것만 같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그림은 치밀한 완벽주의자 페르메이르의 작품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고 대담했다. 가장 꼼꼼히 그린 부분은 검은 배경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둠 속에서 창백한 얼굴의 소녀가 홀연히 떠오르는 듯한 인상의 그림이다.  <177~178쪽> 


『페르메이르』
전원경 지음 | 아르테(arte) 펴냄│292쪽│18,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