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법의 가치와 존재의 이류를 다시 묻다 『청소년을 위한 법학 에세이』

2020-07-02     송석주 기자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법은 ‘약속’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인 것. 이 책은 법의 역사를 포함해 헌법 정신과 오늘날의 사회적 이슈까지, 청소년 독자들의 인권 의식과 정의 감각을 길러주기 위한 법학 에세이다. 책을 통해 법과 인간을 둘러싼 여러 담론과 이슈를 알아보자.

하지만 여전히 귀족과 평민 사이에 신분의 벽이 존재하던 영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법치에 바탕을 두고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신생 국가,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은 왕의 절대 권력과 맞선 코크의 싸움이 곧 영국 왕실과 맞선 자신들의 독립투쟁과 연결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미국은 코크의 법적 논리와 제도를 고스란히 자신들의 것으로 이식해 국가 체제를 만들어나갔습니다.<69~70쪽>

범죄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용의자를 체포한 후 경찰이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로 시작되는 긴 문장을 읊어주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내용이 꽤 길다보니 다 외우기 힘들어서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보면서 읽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카드를 ‘미란다 카드’라고 부릅니다. 형사 피의자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알려줘야 한다는 이런 원칙을 ‘미란다 원칙’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142쪽>

고대 그리스극에서는 극의 갈등이 절정에 달해서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을 듯한 상황에서 기중기 장치를 이용해 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모든 문제를 단박에 해결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있었다. ‘기계 장치’(machina)를 통해 등장하는 ‘신’(deus)을 갑자기 극에 등장시키는 것은 관중에게 신비감을 줄 수도 있지만 게으르고 단순한 해결책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슈퍼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들도 초능력을 통해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198쪽>

『청소년을 위한 법학 에세이』
곽한영 지음│해냄 펴냄│280쪽│1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