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산악인 남난희의 시골살이, 걷기 예찬 『당신도 걸으면 좋겠습니다』

2020-06-23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이 책은 지리산 자락에서 사는 산악인 남난희의 네 번째 책으로, 그가 10년 만에 내놓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사진과 함께 일의 즐거움에 대해, 그리고 시골살이의 행복을 소개한다. 

남난희는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백두대간을 종주한 사람이자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강가푸르나봉을 올랐으며 ‘금녀의 벽’이라던 설악산 토왕성 빙벽을 두 차례 등반했다. 그런 그가 지금은 높은 산을 오르는 행위를 고집하지 않고 산 자체와 더 깊은 교감을 하고 있다.

책은 그가 지리산학교 숲길걷기반을 운영하며 걷기 교사로 활동하는 만큼 걷기에 대한 애정과 경험이 많이 담겨 있다. 저자의 『하얀 능선에 서면』이 높은 산을 지향하고, 『낮은 산이 낫다』가 낮은 산을 바라본다면, 이번 책은 그 높고 낮음의 경계가 지워진 ‘넓은 산’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산행은 인생과 비슷하다. 인생을 함께 살아줄 수는 있지만 대신 살아주지는 못하는 것처럼, 산행도 그렇다. 함께 걸을 수는 있지만 대신 걸어줄 수는 없는 것이다. 오로지 내가 직접 내 발로 걸어야만 하는 것이다. <87쪽>

산을 온통 거대한 흰 천으로 씌워놓은 것 같다. 혹은 산이 흰 옷으로, 온갖 반짝이는 눈꽃 드레스로 갈아잎은 것 같다. 그런 산이 장대한 일출까지 선물해주신다. 오로지 감탄뿐이다. 역시 덕유산이다. <96쪽>

단풍나무는 초가을부터 자기 방식대로 물들기 시작한다. 어떤 나무는 손가락 같은 잎의 끝부분부터 붉은 물이 들기도 하고, 어떤 나무는 한 가지가 한꺼번에 물이 들기도 한다. 또 어떤 나무는 나무 전체를 한꺼번에 물을 들이기도 한다. <159쪽>

나는 우물가에 쪼그리고 앉아 빨래하기를 좋아한다. 돌로 된 빨래판에 빨랫감을 올려놓고 방망이로 톡톡 툭툭 두드리면 절로 신이 난다. 게다가 빨래가 얼마나 깨끗하게 되는지, 세탁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그 빨래가 마당의 빨랫줄에 햇볕과 만나 팽팽하게 긴장을 하며 고들고들 말라가는 풍경이란. <191쪽>

『당신도 걸으면 좋겠습니다』
남난희 지음│마인드큐브 펴냄│304쪽│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