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교환, 어쩌면 기묘한 여행과 같은 것 『환환상점』

2020-06-16     전진호 기자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주인이 앉아 있는 계산대에는 아름다운 노을 사진 한 장과 노트북 컴퓨터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게 안에 가지런히 정리된 선반에는 물건들이 깔끔하게 분류돼 있었다. 의류부터 문구, 주방 용품, 전자 제품, 심지어 돋보기안경과 식료품까지 갖가지 물건이 빼곡했다. 하지만 그 물건들 어디에도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다. 혹시 물물 교환 방식이라서 가게 이름이 ‘환환상점’인 건가?<10쪽>

그들의 안식처는 알고 보니 아주아주 먼 곳에 있었다.
우리집에도 외국인 가정부 아주머니가 있다. 언젠가 아주머니가 가족사진을 보며 눈가가 촉촉해진 걸 본 적이 있다. 그때는 그냥 빛이 반사돼 그렇게 보인 줄 알았다. 아주머니도 아이가 있는데 막상 자기 아이는 돌볼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지금껏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고향에 아빠도, 엄마도, 할머니도 있을 텐데 여기서 편찮은 우리 할머니를 돌보고, 우리 집을 청소하고, 우리 가족을 위해 요리했던 거다. 그것도 하필 매운 걸 안 먹는 우리 집에 오는 바람에 우리 엄마한테 새로 요리를 배워서 늘 우리나라 요리만 만들고 먹었다. 분명 인도네시아 요리를 더 좋아할 텐데 말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말을 하는 아주머니가 억지로 우리말을 배우고 써야 했다는 것도 전혀 생각지 못했다.<140쪽>

“왜죠? 어째서 물건을 계속 바꿔 가게 내버려 두는 거예요?”
깜짝 놀란 주인이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쓰레기예요! 내가 지금껏 가져온 건 다 쓰레기였다고요! 왜 받아주는 거죠? 그런 쓰레기들을 어째서요? 아무도 가지려 하지 않을 텐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가게 주인이 일부러 나를 이기적인 파렴치한으로 만드는 게 틀림없었다.
가게주인은 내 말을 듣더니 돌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원래 우리 가게는 나한테 쓸모없어진 쓰레기를 가져다가 내가 필요한 보물로 바꾸는 곳이란다. 그러니까 너한테는 쓰레기지만 누군가는 그걸 ‘보물’로 여기고 가져갈 수도 있지.”<168쪽>

『환환상점』
저우야오핑 지음│류희정 옮김│다림 펴냄│176쪽│1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