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절멸의 인류사』

2020-06-12     전진호 기자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만약 산길을 걷고 있는데 큰곰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초원을 걷고 있을 때 표범과 마주친다면? ‘달려서 도망쳐’라는 조언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도망쳐 봤자 곧 붙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는 속도가 느린 우리는 애초에 달려서 도망치는 걸 포기하게 된다. 욕식 동물 중에서 달리는 속도가 느린 편에 속한다는 사자도 올림픽 100미터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딴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달린다. 하물며 뚱뚱한 하마조차 우사인 볼트와 비슷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37쪽>

종종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게 된다. 수사를 맡은 경찰은 범행에 사용되었을 흉기를 찾는다. (실제 수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텔레비전 안에서는 그렇다.) 왜 흉기를 찾을까? 그것은 살인을 위해서는 대개 흉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몸에는 살인을 위한 흉기가 없다. 만약 엄니가 있다면 흉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엄니라는 흉기를 버렸다. 약 700만 년 전에 침팬지류와 인류는 분리됐고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침팬지류는 흉기를 계속 갖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인류는 흉기를 버렸을까? 그것은 인류가 서로 위협하거나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59~60쪽>

우리는 지능이 뛰어난 쪽이 승리한다는 뿌리 깊은 편견을 갖고 있다. 분명 다른 인류보다 우리의 머리가 더 좋았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네안데르탈인을 살펴보면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살아남은 이유들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인류는 예전부터 협력적인 사회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호모 사피엔스는 고도로 뛰어난 언어를 발달시켰고 그를 통해 이전의 인류보다 훨씬 뛰어난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다른 인류보다 훨씬 유리해진다. 그렇지만 과연 그뿐일까? (중략)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서든 생존할 수 있는 생물이라는 점이다. 추워도 더워도 우리는 태연하게 살 수 있다. 의복과 같은 문화적인 궁리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지구는 넓지만, 그 크기는 유한하다. 유한한 지구에서 계속 인구를 늘려 가기 위해서는 여러 환경에서 견디며 살 수 있어야 했다.<264~265쪽>

『절멸의 인류사』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이경덕 옮김│부키 펴냄│272쪽│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