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간은 별의 먼지다”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2020-06-04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이 책은 분명 원소에 대해 설명하는 과학책이지만, 굉장히 철학적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인간이 별에서 와서 별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인간은 별의 먼지’라는 말처럼 우리 몸은 별의 원소로 구성돼있고, 사라지더라도 별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탄소와 수소, 산소, 질소, 황, 인, 칼슘을 포함해 약 60가지 원소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 세상 모든 물질과 생명체는 이 60가지를 포함한 118개의 원소만으로 형성돼 있다. 세상 모든 것을 구성하는 재료 118개는 우주가 생겨날 때 이미 모두 만들어졌고, 더 이상 새롭게 생겨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118개의 원소는 결코 멈춰있지 않는다. 계속해서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서로 결합하며 우주 안에서 새롭게 물질을 구성한다. 118개는 마치 불교의 윤회(輪廻)처럼 끊임없이 순환하며 대기에서 물로, 토양에서 동·식물로, 그리고 인간의 몸을 거쳐 다시 토양으로 돌아간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는 계속해서 새로운 원자로 교체되다가 결국 새로운 무언가가 된다. 

그러니까, 원소로 보면 너도 나고,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고, 이 세상도 나다. 책은 원소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실은 너와 나와 이것과 저것과, 인생과, 이 모든 세상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문학도에게 권한다. 원소에 대한 지식을 넘어 이 세상과 인생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도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었다. 한편, 이 책은 뒤에서부터 읽으면 ‘신비한 원소 사전’이 된다. 노출바인딩으로 책을 완전히 펼칠 수 있게 해 두꺼운 책임에도 읽기에 편하다.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김병민 지음│장홍제 감수│동아시아 펴냄│340쪽│2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