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위기를 타개하는 아이디어 생산법 『룬샷』

2020-05-25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How to nurture the crazy ideas that win wars, cure disease, and transform industries”(전쟁에서 이기고 질병을 치료하고, 산업을 변혁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육성하는 방법)

이 책은 ‘룬샷’(Loonshot)이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룬샷이란, 제안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이지만, 결국 전쟁, 의학, 비즈니스의 판을 바꾼 아이디어다. 

책은 룬샷이 얼마나 세상에 나오기 힘든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가령 오늘날 거의 모든 암 연구 프로그램의 기초가 된 미국의 외과 의사 주다 포크먼의 아이디어는 무려 32년 동안 묵살당한다. 매년 대략 50만 건의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는 일본의 생물학자 엔도 아키라의 아이디어는 16년간 빛을 보지 못했다. 의학계의 사례만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레이더를 탄생시킨 아이디어 역시 십여 년간 무시당했고, 그 결과 무수히 많은 사상자와 전쟁 피해가 발생했다.       

저자인 물리학자이자 바이오테크 기업 최고경영자 사피 바칼은 거의 모든 조직이 구조적으로 룬샷을 보호하고 육성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발명가 그룹과 조직을 유지하는 운영자 그룹을 분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명가 그룹이 제시한 초창기 아이디어는 늘 허점투성이기에 그 아이디를 보호해주는 단단한 보호막이 없다면 아이디어는 폐기되거나 묻히고 만다.

그러나 룬샷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그저 분리만이 답은 아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이상은 실용적이지 않다. 발명가 그룹과 운영자 그룹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분리된 그룹을 연결해줄 사람을 임명하고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한쪽을 편애한다면 조직이 와해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 외에도 보상이나 승진을 결정할 때는 관리자의 입김이 아닌 독립적 평가가 늘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등 룬샷을 좌절시킬 수 있는 사내정치 효과를 줄여야 한다. 또한, 발명가 그룹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디어들에 대해서는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영향력 있는 비금전적인 보상을 활용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룬샷을 날려버렸을까. 지금부터라도 룬샷을 일으키고,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해보자.        

『룬샷』
사피 바칼 지음│이지연 옮김│흐름출판 펴냄│468쪽│18,000원